많은 사람들이 마키아벨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지혜‘를 구비한 현명한 군주라면 신의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부추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시도 때도 없이 무원칙하게 권모술수를 정당화한 것은 아니다. 국가의 안휘(安危)가 문제될때, 그 경우에만 양심의 가책을 접어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도 정치인이 신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덕복이 된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화국이 유지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 턱없이 관대하다. 어제한 말을 오늘 뒤집고, 오늘 한 약속을 내일 가서 또 모른다고 해도, 정치는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며 넘어간다. 그러니까 정치 때문에 이토록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두눈을 부릅뜨고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이 땅에서 몰아내지 않는 한 국 민들은 하루도 편하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자민련의 김종필명예총재가 국민 앞에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점이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정말 납득이 안간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무참하리만큼 몰락했다. 그렇다면 김종필씨는 한 정파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정서요, 또한 상식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는다. 자책감에 괴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정을 낸다. ‘뭐‘한 사람이 도리어 성내는 형국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 포스트 모던 시대라 하더라도 김종필씨의 찌푸린 얼굴을 보느라면 정말 너무 피곤하다.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국민은 김종필씨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김대중대통령과 다시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그 약속을 지킬지, 아니면 또다시 핫바지 바람 새듯이 두리 뭉실 알 듯 모를 듯한 선문답의 안개를 피우며 자신의 말을 뒤집어 버릴지, 그러면서 가득이나 혼탁한 우리 정치판에 마침내 공해와 오염의 결정타를 가하게 될지, 그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없는 관심이라도 억지로 끌어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앞으로 김대통령과 결코 공조하지 않겠다고 골백번도 더 다짐햇다. 김대통령을 향해 ‘말과 행동이 다르고 신의가 없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갖은 험구를 다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공산당식 발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언론이 증언하는 바 그대로, ‘민주당과의 공조는 더 이상 없다‘(4월8일), ‘신의가 없는 민주당과는 인연을 끊었고, 선거 후에도 같이 안한다‘(4월12일)고 만천하에 선언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런 공언이 식언(食言)이 되고 말 듯한 징후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짐짓 화난 얼굴을 연출하고, 잠옷 바람으로 당직자들을 맞는 돌출행동을 하는 것도 말을 바꾸기 위한 터 고르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다시 그 특유의 ‘장고‘(長考)가 시작된 것 같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그저 아연할 뿐이다.
모르면 몰라도 김종필씨만큼 자주 국가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듯한 말을 하는 정치인은 또 없을 것이다. 그가 진실로 국민에게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에게 남다른 기대가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그래서 정치는 원래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고 지레 판단하게 될까봐, 그것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거짓말하는 정치인에 관한 한 우리 국민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땅이 없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 턱없이 관대하다. 어제한 말을 오늘 뒤집고, 오늘 한 약속을 내일 가서 또 모른다고 해도, 정치는 으레 그런 것이려니 하며 넘어간다. 그러니까 정치 때문에 이토록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두눈을 부릅뜨고 거짓말하는 정치인을 이 땅에서 몰아내지 않는 한 국 민들은 하루도 편하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자민련의 김종필명예총재가 국민 앞에 잔뜩 화난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점이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정말 납득이 안간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무참하리만큼 몰락했다. 그렇다면 김종필씨는 한 정파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정서요, 또한 상식이다.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는다. 자책감에 괴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정을 낸다. ‘뭐‘한 사람이 도리어 성내는 형국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제멋대로 살아도 되는 포스트 모던 시대라 하더라도 김종필씨의 찌푸린 얼굴을 보느라면 정말 너무 피곤하다.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국민은 김종필씨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그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김대중대통령과 다시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그 약속을 지킬지, 아니면 또다시 핫바지 바람 새듯이 두리 뭉실 알 듯 모를 듯한 선문답의 안개를 피우며 자신의 말을 뒤집어 버릴지, 그러면서 가득이나 혼탁한 우리 정치판에 마침내 공해와 오염의 결정타를 가하게 될지, 그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없는 관심이라도 억지로 끌어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앞으로 김대통령과 결코 공조하지 않겠다고 골백번도 더 다짐햇다. 김대통령을 향해 ‘말과 행동이 다르고 신의가 없는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이라고 갖은 험구를 다했다. 심지어 민주당이 ‘공산당식 발상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면서 언론이 증언하는 바 그대로, ‘민주당과의 공조는 더 이상 없다‘(4월8일), ‘신의가 없는 민주당과는 인연을 끊었고, 선거 후에도 같이 안한다‘(4월12일)고 만천하에 선언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그런 공언이 식언(食言)이 되고 말 듯한 징후가 여기 저기에서 발견된다. 짐짓 화난 얼굴을 연출하고, 잠옷 바람으로 당직자들을 맞는 돌출행동을 하는 것도 말을 바꾸기 위한 터 고르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또다시 그 특유의 ‘장고‘(長考)가 시작된 것 같다는 보도를 접하고는 그저 아연할 뿐이다.
모르면 몰라도 김종필씨만큼 자주 국가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듯한 말을 하는 정치인은 또 없을 것이다. 그가 진실로 국민에게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에게 남다른 기대가 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그래서 정치는 원래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고 지레 판단하게 될까봐, 그것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거짓말하는 정치인에 관한 한 우리 국민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