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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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내부서 병무비리 수사 방해했다”

군 법무관 李모소령 보고서…“직속상관·기무사 고위층이 압력”

  • 입력2005-10-17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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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내부서 병무비리 수사 방해했다”
    16대 총선이 끝남으로써 군검 합수본부는 ‘야당 탄압용’이라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병무비리 수사를 본격화할 수 있게 되었다. 김대중대통령도 총선 직후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한 만큼, 이번 수사는 반드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 그런데 병무비리 수사와 관계해 아주 흥미로운 문건이 입수되었다.

    ‘병무비리 수사 전반에 관한 보고’라는 제목 밑에 ‘존경하는 국방부 장관님께’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이 문건은 A4용지로 무려 20장이나 된다. 이 문건의 작성자는 국민의 정부 출범 후 병무비리를 최초로 수사한 군법무관 이모 소령. 이소령은 병무비리의 장본인이자 신창원 이후 최고 ‘도바리’로 꼽히는 박노항 전원사의 혐의점을 밝혀내 수배한 사람이다. 이소령은 이 문건을 1999년 7월11일자로 작성해 조성태 국방부장관실로 보내고, 얼마 후 미국으로 유학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장관에게 보고서 보낸 뒤 美유학

    이소령이 수사한 1차 병무비리 수사 결과는 ‘유전무역 무전유역’(有錢無役 無錢有役)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지금은 4차 수사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나라를 이끌려는 사람은 먼저 주어진 의무부터 다 하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 정신이 되살아났다. 국회는 ‘고위공직자 병역 공개에 관한 법’(병역공개법)을 제정했고, 이 법에 따라 지난해 고위 공직자와 그아들의 아들에 대한 병역사항이 처음 공개되었다.

    노블리스 오블리지는 4·13총선에도 큰 영향을 끼쳐, 후보자들의 병역사항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다. 후보자의 병역사항은 납세 및 전과(前科) 현황과 더불어 16대 총선을 결정지은 삼총사였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 변화를 일으킨 주인공은 보고서에서, ‘1차 병무비리 수사시 외부의 그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슬프게도 내부의 압력에는 무릎을 꿇은 적이 적지 않습니다’고 밝히고 있다.



    이소령이 거론한 내부 압력은 A검찰부장과 기무사로부터 온 것이다. A검찰부장은 중령으로 당시 이소령의 직속상관이었다. 이소령은 보고서에서 ‘저는 작금의 현안이 A검찰부장과 기무사령부의 고위층이 어떤 이해관계에 의하여 연결되어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고 적고 있다. 병무비리 수사를 총지휘해야 할 검찰부장이 기무사 고위층과 연결돼 병무비리 수사를 방해했다는 충격적인 폭로인 것이다.

    이 보고서는 장관 앞으로 보낸 것인 만큼, 사실이 아니면 이소령은 처벌받지 않을 수 없다. 이소령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보고서 2쪽에 ‘저는 어떤 특정인을, 더구나 제 직속 상관을 비난하는 것이 마치 군내 위계질서 문제 내지는 군 법무조직간의 갈등 문제로 비칠 것 같아 매우 조심스러워 그동안 어떤 모함에도 참아 왔습니다만, 장관님께서 진실을 아셔야 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다는 충정심에서 그런 비난을 무릅쓰고 말씀을 올립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이 땅에 병무비리가 없어야 한다는 순순한 의도로 시작한 군검찰의 수사가 비리에 관련된 몇몇 기득권층에 의하여 오도되고 …(중략) 자신의 직분과 소속을 망각하고 병무비리의 몸통인 기무사의 충실한 변호인 노릇에 급급한 사람을 군검찰 수사진에서 배제하지 않고서는 병무비리 수사의 결과는 명약관화할 것이고, 국민과 군내 대다수의 군인은 수사 결과를 전혀 믿지 않을 것입니다’고 단언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는 검사가 국정원과 경찰청의 사법수사관을 수사 지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군검찰도 ‘군사법원법’에 따라 기무사(사회의 국정원에 해당)와 헌병(경찰에 해당)의 수사관을 지휘한다. 그런데 군은 철저한 계급사회다. 군법무관 중에서 최고위직인 법무관리관은 소장이나, 기무사령관은 중장이다. 더구나 기무사령관은 얼마 전까지는 대통령을 독대했고 지금은 국방부장관에게 군내 상황을 보고하는 막강한 자리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군검찰은 기무사 요원들을 지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눈치만 살펴왔다.

    이소령은 이렇게 막강한 기무사 요원들이 헌병 요원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병무비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병무청이나 신체검사 병원을 출입하는 기무사와 헌병의 요원들 중 일부가 병역을 면제받고자 하는 사람과 신체검사를 집행하는 군의관을 연결시켜 면제 판정을 받게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브로커의 대표가 헌병의 박노항원사로, 박원사는 서울 전역을 커버한 병무 브로커였다. 지방에서는 주로 기무사 요원들이 브로커 역할을 했다.

    이소령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데는 ‘자기 죄를 사(赦)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와 협조한 의정(醫政) 하사관 출신 김모씨의 도움이 컸다. 김씨는 신체검사 카드만 보고도 가짜 진단서나 가짜 엑스레이 필름을 찾아내는 신기한 재주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내사 자료가 마련되면 이소령은 면제자와 그 부모, 그리고 담당 군의관을 불러 돈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추궁했다. 이때 돈을 주고받은 것이 드러나면 한쪽은 뇌물 공여, 다른 쪽은 뇌물 수수로 모두 기소되므로 어느 한쪽도 쉬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군의관들은 의무복무를 마치면 대개 군을 떠날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받은 돈은 액수가 적고, 큰돈은 대개 브로커들이 ‘꿀꺽’했다. 브로커인 기무나 헌병 요원들은 군의관들에게 푼돈을 나눠주고, “누구누구가 가짜 진단서를 들고 갈 테니 면제 처분을 내려달라”고 지시했다. 이런 사실을 안 이소령은 합동수사를 벌인 서울지검과 협의해 군의관들에게 “당신들은 면책(免責)할 테니 브로커들의 이름을 대라”고 설득했다.

    이러한 설득이 주효해 이소령은 브로커 군인들과 이들에게 병역면제를 청탁한 사람들의 이름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기무사 요원들을 소환하자, 기무사 전체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이소령의 수사에 협조한 김씨는 전과자였다. 기무사는 “김모씨는 파렴치범이다. 이소령은 전과자인 김씨의 말을 듣고 수사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이소령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또 군의관들의 입을 막게 할 요량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왜 공범관계에 있는 군의관들은 처벌하지 않느냐”고 집요히 주장했다.

    이렇게 이소령과 기무사간에 신경전이 벌어지자 그때까지 수사에 별 관심을 두지 않던 A검찰부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A부장은 수사를 총괄하겠다고 주장했는데 여의치 않자, ‘(A부장은)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법무관리관에게 저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다’고 이소령은 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A부장이 수사에 관여한 뒤인 99년 4월16일 군검찰의 조사를 받던 기무사 군무원 이모씨가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 다른 문제로 이소령은 A부장과 다투다 ‘도주한 이씨를 기무사의 박노항으로 만들어 전국에 수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말이 기무사로 들어갔는지 잠시후 이씨가 떨어뜨리고 간 핸드폰 벨이 요란히 울렸다. 이소령은 보고서에서 ‘기무사는 전국에 비상을 걸어 이씨를 찾으라고 했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소령은 보고서에서 A부장이 지휘한 2차 수사는 자신이 주도한 1차 수사에서 내사 자료만 뽑아놓고 미처 조사하지 못한 100여건을 마치 새로 조사한 것으로 보고했다며 이는 ‘명백한 허위보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A부장이 주도한 2차수사는 ‘특정기관(기무사를 지칭하는 듯) 봐주기’, ‘군의관의 협조를 구할 수 없음’ 등 다섯 가지 이유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소령의 지적대로 A부장이 주도한 2차 수사는 실패했다. 이소령이 유학을 간 뒤 당시 기무사령관은 군사령관으로 영전하였다. A부장은 이소령의 보고서로 인해 국방부 내에서 한때 외톨이가 됐으나, 곧 대령으로 진급해 기무사령관 출신이 사령관을 맡은 군사령부의 법무참모가 되었다. 그리고 3차 수사도 별 성과 없이 끝났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병무비리 수사 대상자 리스트가 유출돼 ‘반부패국민연대’ 손에 들어갔다. 이 리스트는 이소령이 작성한 이후 수사 대상자 명단에 2, 3차 수사팀의 누군가가 정치적인 이유로 몇 명의 이름을 덧붙인 것이었다. 이때서야 국방부는 수사자료 유출 책임을 묻는다며 법무관리관과 이소령, A부장, 3차 수사팀장에게 서면으로 경고장을 보냈다. 본건에 대해서는 오불관언하다가 지엽적인 일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를 들고 나온 것이다.

    4차 수사팀은 유전무역 무전유역의 비리를 뿌리뽑기 위해서 반드시 정도 수사를 펼쳐야 한다. 이소령은 군 내부의 수사방해 세력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보고서 말미에 ‘글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장관님께 대면(對面) 보고하였으면 합니다’고 적고 있다. 4차 수사팀은 ‘건강한 군을 지향하고자’ 하는 젊은 장교의 소망이 이뤄지도록 국방부도 어쩌지 못하는 군내 부패 세력을 발본색원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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