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가는 신년벽두부터 ‘정치인 혼외정사’ 문제로 들끓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헌신적인 가장으로 소문난 존 앤더슨 부총리가 “정치인들의 혼외관계를 용서할 수 없다. 다음 선거를 통해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후보들은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연중무휴로 국회를 열어 놓는 호주의 정가도 연말연시엔 개점휴업이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정치부 기자들까지 행정수도인 캔버라를 훌쩍 떠나버린다. ‘아름다운 공동묘지’라고까지 불리는 후미진 캔버라에서 객지생활을 해야 하는 그들에겐 모처럼 갖는 가족과의 재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하워드 호주총리도 2주 동안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한적한 시골로 가서 골프나 낚시를 즐긴다. 소문난 크리켓광인 그는 틈만 나면 크리켓 경기장으로 달려가 구경하다가, 경기를 중계하던 방송국에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경기 해설을 부탁해도 못이긴 체 몇 시간씩 활약하기도 한다.
이렇게 총리가 망중한을 즐기는 동안 국정은 바로 총리대행(Acting Prime Minister)으로 임명되는 존 앤더슨 부총리의 몫이 된다. 그는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합당의 한 축인 국민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호주의 농촌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민당은 보수성향이 아주 강한 정당으로 오랫동안 ‘농민당’이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존 앤더슨 부총리는 가족의 전통을 중시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농촌드라마의 가장처럼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존 앤더슨 부총리를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신보수주의자’라고 혹평한다.
그런 그가 뉴 밀레니엄 휴가를 즐기고 있던 동료 정치인들에게 “정치인의 사적인 생활과 공적인 생활은 구분될 수 없다. 특히 혼외관계 등의 문제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정치인은 차기 선거를 통해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국민당 소속 의원들에게만큼은 공천과정을 통해서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어서 그는 “가족으로부터도 신임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적 신임을 얻을 수 있겠는가. 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공적으로도 떳떳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대표적 사례로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들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말려들어 탄핵의 위기에 몰렸을 때 몇몇 미국 농촌 출신 의원으로부터 모종의 블랙메일을 받았다는 것. 그들은 만약에 호주산 양고기의 수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탄핵을 찬성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사정이 급해진 클린턴 대통령은 “호주산 양고기 수입을 대폭 감소시키겠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워진 호주 축산농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혼외정사가 협박편지를 불러오고 궁지에 몰린 정치인은 소신껏 정책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즉 정치인의 공과 사는 구분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킴 비즐리 야당 당수는 “정치인들의 사생활은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클린턴의 경우가 그렇다 하더라도 반대의 경우도 많다.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사생활에 문제가 많았지만 훌륭한 지도자들이었다”고 말하면서 존 앤더슨 부총리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게다가 존 앤더슨 부총리를 따르는 일부 국민당 의원들조차 “정치적으로 바보 같은 발언이다. 차기 당권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다”는 등 적지않게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야당의원들은 “호주 정가의 섹스스캔들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냐”면서 “혼외정사 문제라면 우선 당장 몇몇 국민당 소속 장관들도 온전치 못할 것이다”고 비아냥거렸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의원들이 장관직을 겸임하고 있다.
존 앤더슨 부총리의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대부분의 신문들도 ‘구시대적인 신보수주의’라면서 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경우 국회 의사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조차 외면해버리는 정치인 혼외정사 문제를 왜 신년벽두부터 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안지의 루크 스레이터리 기자는 “문학과 영화 검열소(OFLC)의 심의위원 같은 발상이다. 그들이 미국이나 뉴질랜드, 한국뿐 아니라 이슬람국가인 터키에서조차 상영된 바 있는 프랑스영화 ‘로맨스’에 실제 섹스장면이 삽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호주에서 상영금지시킨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며 앤더슨 부총리를 공격했다.
반면 종교계와 여성계 일부에선 “사회적으로 성적인 문란이 한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존 앤더슨 부총리의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다. 특히 여성계에선 보브 호크 전총리 등 과거의 예를 들면서 “더 이상 정치인들의 혼외정사문제를 사생활로 인정해줄 수 없다”면서 “다음 선거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공적으로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는 여성계의 지적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0년 동안 호주 정가에서 발생한 각종 스캔들의 이면에는 반드시 여성문제가 숨어 있었다.
여행경비를 잘못 청구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자유당 소속 보브 우드 전의원은 혼외정사를 위한 주말여행을 의정활동을 위한 여행으로 위장 기록했다가 들통이 났다. 국민당 소속 마이클 코브 전의원도 전처를 방문하면서 지출한 여행경비를 잘못 계상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들은 한때 로맨스를 즐기다가 100만원이 채 안돼는 공금을 유용한 죄로 실형을 살았을 뿐만 아니라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의원직까지 상실했다.
호주 정가 주변의 호사가들은 “의사당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비행기로 몇 시간씩 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일년 내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연중무휴의 의정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나마 호주의 이혼율과 전과기록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에게 더 자주 처 혹은 남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현재 호주 정치인들의 이혼율은 40%에 육박하는 호주인의 이혼율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보브 호크, 폴 키팅 등 생존한 전직 총리들이 대부분 이혼한 경력을 갖고 있어 ‘이혼한 사람은 절대로 총리가 될 수 없다’라는 호주의 오랜 전통은 이미 퇴색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호주 정가의 혼외정사 논란은 여성계와 종교계가 가세하면서 흥미진진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혼외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존 앤더슨 부총리의 의욕이 실제 공천과정에까지 이어질지 호주 정가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일년 내내 연중무휴로 국회를 열어 놓는 호주의 정가도 연말연시엔 개점휴업이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정치부 기자들까지 행정수도인 캔버라를 훌쩍 떠나버린다. ‘아름다운 공동묘지’라고까지 불리는 후미진 캔버라에서 객지생활을 해야 하는 그들에겐 모처럼 갖는 가족과의 재회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하워드 호주총리도 2주 동안 휴가를 얻어 가족과 함께 한적한 시골로 가서 골프나 낚시를 즐긴다. 소문난 크리켓광인 그는 틈만 나면 크리켓 경기장으로 달려가 구경하다가, 경기를 중계하던 방송국에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경기 해설을 부탁해도 못이긴 체 몇 시간씩 활약하기도 한다.
이렇게 총리가 망중한을 즐기는 동안 국정은 바로 총리대행(Acting Prime Minister)으로 임명되는 존 앤더슨 부총리의 몫이 된다. 그는 집권당인 자유-국민 연합당의 한 축인 국민당의 당수이기도 하다. 호주의 농촌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국민당은 보수성향이 아주 강한 정당으로 오랫동안 ‘농민당’이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
네 자녀의 아버지인 존 앤더슨 부총리는 가족의 전통을 중시하고 가족에게 헌신하는 농촌드라마의 가장처럼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반면에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존 앤더슨 부총리를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신보수주의자’라고 혹평한다.
그런 그가 뉴 밀레니엄 휴가를 즐기고 있던 동료 정치인들에게 “정치인의 사적인 생활과 공적인 생활은 구분될 수 없다. 특히 혼외관계 등의 문제로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정치인은 차기 선거를 통해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국민당 소속 의원들에게만큼은 공천과정을 통해서 이 문제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어서 그는 “가족으로부터도 신임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국가적 신임을 얻을 수 있겠는가. 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공적으로도 떳떳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대표적 사례로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들었다.
클린턴 대통령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말려들어 탄핵의 위기에 몰렸을 때 몇몇 미국 농촌 출신 의원으로부터 모종의 블랙메일을 받았다는 것. 그들은 만약에 호주산 양고기의 수입을 제한하지 않으면 탄핵을 찬성하겠다고 위협한 것이다.
사정이 급해진 클린턴 대통령은 “호주산 양고기 수입을 대폭 감소시키겠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워진 호주 축산농가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떳떳하지 못한 혼외정사가 협박편지를 불러오고 궁지에 몰린 정치인은 소신껏 정책결정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즉 정치인의 공과 사는 구분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킴 비즐리 야당 당수는 “정치인들의 사생활은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마땅하다. 클린턴의 경우가 그렇다 하더라도 반대의 경우도 많다. 케네디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사생활에 문제가 많았지만 훌륭한 지도자들이었다”고 말하면서 존 앤더슨 부총리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게다가 존 앤더슨 부총리를 따르는 일부 국민당 의원들조차 “정치적으로 바보 같은 발언이다. 차기 당권경쟁에서 불리해질 것이다”는 등 적지않게 반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야당의원들은 “호주 정가의 섹스스캔들이 어디 어제오늘의 일이냐”면서 “혼외정사 문제라면 우선 당장 몇몇 국민당 소속 장관들도 온전치 못할 것이다”고 비아냥거렸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호주에서는 의원들이 장관직을 겸임하고 있다.
존 앤더슨 부총리의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시드니 모닝 헤럴드 등 대부분의 신문들도 ‘구시대적인 신보수주의’라면서 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경우 국회 의사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조차 외면해버리는 정치인 혼외정사 문제를 왜 신년벽두부터 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안지의 루크 스레이터리 기자는 “문학과 영화 검열소(OFLC)의 심의위원 같은 발상이다. 그들이 미국이나 뉴질랜드, 한국뿐 아니라 이슬람국가인 터키에서조차 상영된 바 있는 프랑스영화 ‘로맨스’에 실제 섹스장면이 삽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호주에서 상영금지시킨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며 앤더슨 부총리를 공격했다.
반면 종교계와 여성계 일부에선 “사회적으로 성적인 문란이 한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존 앤더슨 부총리의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다. 특히 여성계에선 보브 호크 전총리 등 과거의 예를 들면서 “더 이상 정치인들의 혼외정사문제를 사생활로 인정해줄 수 없다”면서 “다음 선거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공적으로도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는 여성계의 지적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10년 동안 호주 정가에서 발생한 각종 스캔들의 이면에는 반드시 여성문제가 숨어 있었다.
여행경비를 잘못 청구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자유당 소속 보브 우드 전의원은 혼외정사를 위한 주말여행을 의정활동을 위한 여행으로 위장 기록했다가 들통이 났다. 국민당 소속 마이클 코브 전의원도 전처를 방문하면서 지출한 여행경비를 잘못 계상하여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들은 한때 로맨스를 즐기다가 100만원이 채 안돼는 공금을 유용한 죄로 실형을 살았을 뿐만 아니라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의원직까지 상실했다.
호주 정가 주변의 호사가들은 “의사당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비행기로 몇 시간씩 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원들이 일년 내내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연중무휴의 의정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나마 호주의 이혼율과 전과기록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의원들에게 더 자주 처 혹은 남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현재 호주 정치인들의 이혼율은 40%에 육박하는 호주인의 이혼율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보브 호크, 폴 키팅 등 생존한 전직 총리들이 대부분 이혼한 경력을 갖고 있어 ‘이혼한 사람은 절대로 총리가 될 수 없다’라는 호주의 오랜 전통은 이미 퇴색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호주 정가의 혼외정사 논란은 여성계와 종교계가 가세하면서 흥미진진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혼외정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존 앤더슨 부총리의 의욕이 실제 공천과정에까지 이어질지 호주 정가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