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주 국내 최대의 뉴스는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었다. 지난 1월24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가 공천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66명의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즉각 음모론을 제기하며 총선시민연대의 순수성을 문제삼고 나섰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은 그런 와중에서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정치권의 음모론 공방이 한창이던 1월27일 기자와 만난 그는 “감옥에라도 갈 수 있다고 공언할 때는 두려운 게 없었지만, 우리 정치현실의 벽이 이토록 두텁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니 두려움이 몰려온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명단 발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낳은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 중의 하나로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를 포함시킨 것을 꼽는다. 총선시민연대가 그 대목에 대해 좀더 숙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시민운동가에게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김명예총재의 경우 100인 유권자위원회 투표결과나 여러 자문집단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우리가 JP를 지적한 건 구 정치인들이 연출해온 행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게 비단 JP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이겠는가.
명단발표 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우리 국사학계의 원로가 “감명깊었다”며 100만원을 들고 찾아왔다. JP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던 역사적 평가를 해줬다는 얘기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리가 발표한 명단에 대해 국민의 80% 가량이 그대로 따르겠다고 답하고 있다. 명단발표가 충청권의 단결을 초래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고질적 지역감정이 마지막 불을 사르는 것이란 점에서 오히려 정면대결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명단에 실린 당사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일각에서는 공정치 않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우리 나름으로는 충분히 근거를 가지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의 기본정신은 ‘반부패, 반개혁, 구정치인 퇴출과 새로운 정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선정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에 입각하려 애썼다. 가령 김상현의원의 경우는 ‘논리에 진 안타까운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선정과정에서 과거 민주화투쟁과정에서 고문까지 당한 인사를 보호하지 않고 무슨 개혁을 논하느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고 본인이 시인했거나 객관적 정황이 받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무조건 명단에 집어넣기로 한 첫 번째 선정기준에 명백하게 걸렸다. 그러나 자료집에 본인의 해명을 다 실었다.”
“처음 한 이틀간은 내가 진흙탕에 잘못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절망감을 가졌다. 그들과 대항해서 돌을 던져야겠다는 용기도 나지 않았다. 너무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니 ‘용공조작, 매터도의 9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될 뿐이었다. 정치권이 비이성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시민단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그럴 힘도 없다. 그런 논리를 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우리가 정권과 음모를 꾸며서 얻는 이익이 무엇이겠는가. 가령 참여연대는 지난 5, 6년간 개혁이란 잣대 하나로 정부를 괴롭혀 왔다. 옷로비사건 때는 정부와 결별을 선언할 지경이었고, 제2건국 구상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비판했다. 그런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 앞잡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이런 과정을 온국민이 알고 있다. 우리 잣대는 국민의 이익과 개혁이다. 정치판과 연계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정권에 들어가 함께할 것이 아니라면 정권과의 음모란 애시당초부터 논쟁거리가 안된다.”
언론에 대한 배신감도 상당했던 듯하다.
“처음 음모론을 접했을 때 언론이 헛소리하는 정당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론은 음모론의 진실 여부를 규명하려 하기보다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그냥 받아쓰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근거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운동이나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직접 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런 오해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일이 반박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절대로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고 순수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총선연대 내부 분위기는.
“실무팀 밤샘회의에서 ‘너무 큰 환상을 갖지 말자. 지금까지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음모론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토록 하는 게 좋다’ 는 결론을 내렸다. 저쪽에서 때리면 맞고 고발하면 고발당하는 거다. 그러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기나긴 싸움을 준비하자는 얘기들이었다. 음모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으나 우리의 큰 맥락은 변함이 없다. 운동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차명단은 15대 전현직 의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2차명단에서는 13, 14대 의원이나 원외지구당위원장 등 고위공직자나 공직 활동중인 사람들과 15대 의원 중 빠졌다고 보이는 사람들도 선정 대상이 될 것이다. 1차명단 발표도 당초의 약속을 두어번 어기며 신중을 기했지만 2차명단 발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준비할 계획이다. 1차명단보다는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의 향후 방향은.
“우리 목표는 누굴 낙선시키자는 것보다는 유권자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참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 방문객이 ‘총선연대만큼 거대한 선거운동본부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선거운동본부란 정치개혁과 부패정치의 퇴출을 위한 선거운동본부란 뜻이라 본다. 낙선운동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네거티브 운동을 통한 포지티브한 결과다. 반부패, 개혁, 시민의 힘 실현, 참여 등이 보장되는 미래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낙선운동은 여러 목표 중 작은 하나의 목표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우리 국민을 정치허무주의의 늪에서 끌어올려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한 점이 더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강행할 경우 유혈사태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우리도 운동감각은 있는 사람들이다. 폭력사태나 일으키는 식으로 하겠는가. 적절한 시기에 국민이 감동받을 만한 일들을 벌여나가려 한다. 시민운동의 공신력을 축적해나갈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을 계기로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시민운동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시민운동에 대한 감시는 여러 각도에서 이뤄질 것이다. 가령, 앞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세금감면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차적으로 정부에서 감시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시민단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자연스럽게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공익에 반하는 시민단체에 회원이 몰리겠는가.”
“지금의 흐름은 한국적 특수성이라 생각한다. 87년 6월항쟁 이후 국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 연장선상에 낙선운동도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시민운동이 낙천낙선 운동에 결집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낙후된 정치권이 걸림돌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한 환경운동단체들이 ‘정치환경의 개혁 없이는 환경개혁이 불가능하더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의 전망은.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이제 10년밖에 안된 초보단계다. 그러나 5년 뒤면 한국 사회는 지난 100년간 겪었던 만큼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시민운동도 괄목할 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가령, 사이버공간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좋은 예다. 사이버 공간은 아무런 제약 없이 상상력과 비전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이 시민운동과 접목되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시민운동단체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낙천낙선 명단을 발표하는 양상인데….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본다. 각 단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제 우리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믿는다.”
박위원장은 마음이 무척 약하고 정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낙천낙선운동을 준비하면서 인간적으로 고뇌가 참 많았다”고 말했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 박원순 상임집행위원장은 그런 와중에서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정치권의 음모론 공방이 한창이던 1월27일 기자와 만난 그는 “감옥에라도 갈 수 있다고 공언할 때는 두려운 게 없었지만, 우리 정치현실의 벽이 이토록 두텁다는 것을 실감하고 나니 두려움이 몰려온다”고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명단 발표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등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낳은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원인 중의 하나로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를 포함시킨 것을 꼽는다. 총선시민연대가 그 대목에 대해 좀더 숙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시민운동가에게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김명예총재의 경우 100인 유권자위원회 투표결과나 여러 자문집단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우리가 JP를 지적한 건 구 정치인들이 연출해온 행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게 비단 JP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이겠는가.
명단발표 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우리 국사학계의 원로가 “감명깊었다”며 100만원을 들고 찾아왔다. JP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도 하지 못했던 역사적 평가를 해줬다는 얘기였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리가 발표한 명단에 대해 국민의 80% 가량이 그대로 따르겠다고 답하고 있다. 명단발표가 충청권의 단결을 초래한 게 사실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고질적 지역감정이 마지막 불을 사르는 것이란 점에서 오히려 정면대결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명단에 실린 당사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일각에서는 공정치 않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우리 나름으로는 충분히 근거를 가지고 발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의 기본정신은 ‘반부패, 반개혁, 구정치인 퇴출과 새로운 정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래서 선정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에 입각하려 애썼다. 가령 김상현의원의 경우는 ‘논리에 진 안타까운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선정과정에서 과거 민주화투쟁과정에서 고문까지 당한 인사를 보호하지 않고 무슨 개혁을 논하느냐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고 본인이 시인했거나 객관적 정황이 받은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무조건 명단에 집어넣기로 한 첫 번째 선정기준에 명백하게 걸렸다. 그러나 자료집에 본인의 해명을 다 실었다.”
“처음 한 이틀간은 내가 진흙탕에 잘못 들어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절망감을 가졌다. 그들과 대항해서 돌을 던져야겠다는 용기도 나지 않았다. 너무 말이 안되는 소리를 하니 ‘용공조작, 매터도의 9단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될 뿐이었다. 정치권이 비이성적으로 나온다고 해서 시민단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그럴 힘도 없다. 그런 논리를 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우리가 정권과 음모를 꾸며서 얻는 이익이 무엇이겠는가. 가령 참여연대는 지난 5, 6년간 개혁이란 잣대 하나로 정부를 괴롭혀 왔다. 옷로비사건 때는 정부와 결별을 선언할 지경이었고, 제2건국 구상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비판했다. 그런 과정에서 개인적으로는 ‘한나라당 앞잡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이런 과정을 온국민이 알고 있다. 우리 잣대는 국민의 이익과 개혁이다. 정치판과 연계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정권에 들어가 함께할 것이 아니라면 정권과의 음모란 애시당초부터 논쟁거리가 안된다.”
언론에 대한 배신감도 상당했던 듯하다.
“처음 음모론을 접했을 때 언론이 헛소리하는 정당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론은 음모론의 진실 여부를 규명하려 하기보다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그냥 받아쓰거나 한 발 더 나아가 근거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운동이나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는 인사들이 직접 정치에 나설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런 오해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일일이 반박할 수는 없다. 우리가 절대로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고 순수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총선연대 내부 분위기는.
“실무팀 밤샘회의에서 ‘너무 큰 환상을 갖지 말자. 지금까지만으로도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큰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정리했다. 음모론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토록 하는 게 좋다’ 는 결론을 내렸다. 저쪽에서 때리면 맞고 고발하면 고발당하는 거다. 그러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기나긴 싸움을 준비하자는 얘기들이었다. 음모론이 힘을 잃어가고 있으나 우리의 큰 맥락은 변함이 없다. 운동은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차명단은 15대 전현직 의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지만, 2차명단에서는 13, 14대 의원이나 원외지구당위원장 등 고위공직자나 공직 활동중인 사람들과 15대 의원 중 빠졌다고 보이는 사람들도 선정 대상이 될 것이다. 1차명단 발표도 당초의 약속을 두어번 어기며 신중을 기했지만 2차명단 발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준비할 계획이다. 1차명단보다는 규모가 줄어들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의 향후 방향은.
“우리 목표는 누굴 낙선시키자는 것보다는 유권자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참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 방문객이 ‘총선연대만큼 거대한 선거운동본부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선거운동본부란 정치개혁과 부패정치의 퇴출을 위한 선거운동본부란 뜻이라 본다. 낙선운동을 통해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네거티브 운동을 통한 포지티브한 결과다. 반부패, 개혁, 시민의 힘 실현, 참여 등이 보장되는 미래가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낙선운동은 여러 목표 중 작은 하나의 목표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우리 국민을 정치허무주의의 늪에서 끌어올려 참여의식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한 점이 더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강행할 경우 유혈사태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우리도 운동감각은 있는 사람들이다. 폭력사태나 일으키는 식으로 하겠는가. 적절한 시기에 국민이 감동받을 만한 일들을 벌여나가려 한다. 시민운동의 공신력을 축적해나갈 것이다.”
낙천낙선운동을 계기로 시민운동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시민운동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시민운동에 대한 감시는 여러 각도에서 이뤄질 것이다. 가령, 앞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세금감면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일차적으로 정부에서 감시해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시민단체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도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자연스럽게 견제와 감시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공익에 반하는 시민단체에 회원이 몰리겠는가.”
“지금의 흐름은 한국적 특수성이라 생각한다. 87년 6월항쟁 이후 국민의 정치 참여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계기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 연장선상에 낙선운동도 자리하고 있다. 지금의 시민운동이 낙천낙선 운동에 결집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 낙후된 정치권이 걸림돌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한 환경운동단체들이 ‘정치환경의 개혁 없이는 환경개혁이 불가능하더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운동의 전망은.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이제 10년밖에 안된 초보단계다. 그러나 5년 뒤면 한국 사회는 지난 100년간 겪었던 만큼의 변화를 겪게 될 것이고, 시민운동도 괄목할 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가령, 사이버공간에서의 성장 가능성이 좋은 예다. 사이버 공간은 아무런 제약 없이 상상력과 비전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이 시민운동과 접목되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시민운동단체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낙천낙선 명단을 발표하는 양상인데….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 본다. 각 단체마다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이제 우리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믿는다.”
박위원장은 마음이 무척 약하고 정이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낙천낙선운동을 준비하면서 인간적으로 고뇌가 참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