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0

..

태음인 對 소양인… 물과 기름?

태음인 DJ, 속내 감춘 채 밀어붙이기 - 소양인 昌, 주장 강하고 급한 편… “모두 마음 다스릴 수 있어야”

  • 국우석/ 국우석한의원 원장

    입력2007-03-09 10:3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의 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 정치가 전혀 풀리지 않고 늘 사사건건 꼬이기만 하는 원인을 김대중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간의 대립적 측면에서 보려는 시각이 있다. 기본적으로 여야 관계라는 것이 대립의 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이상 가는 근원적 원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야는 그동안 ‘북풍’ ‘총풍’ ‘세풍’에서부터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파업유도 의혹사건’ ‘도-감청 문제’ 등으로 끝없이 대립만 거듭했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지난 3월 청와대 총재회담에서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생산적인 정책경쟁을 펴나가는 등 큰 정치를 하겠다고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극한 대립상태에 돌입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유있는 티격태격

    김대중정부 1년8개월이 모두 극한대치의 연속선상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도 이총재는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우는 김대중정권이 역대 어느 권위주의 정부도 흉내낼 수 없는 악랄한 언론탄압 공작을 자행해 왔다”고 김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리면서 김대통령이 제의한 총재회담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여권에서는 이총재를 정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마저도 나온다. 김대통령과 이총재 두 사람은 뭔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두 사람의 사상의학적 체질 차이에서 그 원인의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사상의학에서는 외형상의 골격과 장기 기능, 용모, 심성 등으로 체질을 네가지로 구분한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상의학은 체질을 감별해 각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거나 한약재를 복용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질에 따라 마음, 즉 희로애락을 다스리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외형상 허리가 발달하고, 골격이 굵고 키가 크며, 얼굴 윤곽이 뚜렷하고, 눈 코 귀 입이 크고, 입술이 두텁고, 턱이 길고 후중하게 보여 태음인이다. 이총재는 머리가 앞뒤로 나온 편이고, 눈이 맑고 반사적인 느낌이어서 시선 맞추기가 무서울 정도이고, 입술은 얇고 턱이 뾰족한 것이 소양인의 용모를 갖추고 있다.

    환자들을 임상 관찰하면 태음인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수긍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서는 그를 대단히 외향적이고 활발하며 낙천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단히 내성적이며 자신의 속을 좀체 드러내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에 약한 타입이다. 밖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만큼 어두운 면이 있는 경우가 많다.

    소양인의 경우는 의사가 환자의 말을 듣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병에 대해 진단을 내린 경우가 많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의사가 오히려 끌려 다니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그러나 의사가 내린 진단에 믿음을 가지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성실히 한의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태음인은 앞에서는 수긍하고 나서도 한의원에 치료받으러 오는 데는 불성실하다.

    이제마선생의 ‘군주론’에 해당하는 동의수세보원 성명론(性命論)에 따르면 ‘체질에 상관없이 왕이 되려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성명론에는 97년 정권교체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는 정국 상황을 시사하는 구절이 있다.

    △태음인은 보통 설레는 즐거움과 깊숙한 기쁨이 있으니 불가불 경계해야 하며 소양인은 쏟아지는 슬픔과 깊숙한 노여움이 있으니 불가불 경계해야 한다

    △태음인의 즐거운 감정은 한 사람의 즐거움으로도 천만인을 즐겁게 할 것이니, 그의 즐거움이 천만인을 다룰 방법을 모른다면 천만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양인의 슬픈 마음은 한 사람의 슬픔으로도 천만인을 슬프게 할 것이니, 그의 슬픈 마음이 천만인을 다룰 방법을 모른다면 반드시 천만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직까지도 김대통령과 이총재 두 사람은 즐거움과 슬픔에 빠져 천만인을 다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두 사람의 체질이 가진 심성을 살펴보자. “태음인 성질은 항상 고요하려고 하지만 움직이려 하지 않고, 소양인 성질은 항상 거동하려 하지만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소양인의 정기는 항상 밖으로 뛰어나고자 하지만 안에서 지키고자 하지는 않으며, 태음인 정기는 항상 안에서 지키고자 하지만 밖에서 뛰어나고자 하지는 않는다.” 발언이 비교적 적고 깊은 말을 삼가는 김대통령의 태도와 장외투쟁 등의 방법으로 자꾸 밖으로 뛰쳐나가려 하는 이회창총재의 태도가 떠오르는 구절이다.

    5년여전 작고한 한국 사상의학의 대가이자 초대 사상의학회 회장이었던 홍순용교수가 정리한 한의학 해석에 따른 두 체질의 심리상태는 다음과 같다.

    △태음의 성격은 겉으로는 점잖으나 속은 음흉하여 좀체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음이 넓을 때는 바다와 같고 고집스럽고 편협될 때는 바늘구멍 같이 좁다. 잘못된 일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밀고 나가려는 우둔성은 소와 비슷하다. 비록 묵묵히 있어도 속으로는 무궁무진한 설계를 하고 있으며 이를 실행에 옮기면 대성할 수도 있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지구력이 있어 성공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주장을 말할 때는 남들이 좋아하거나 말거나 끝까지 소신을 피력하는 끈질긴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큰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 중 태음인이 많다.

    △소양인은 항상 밖의 일을 좋아하고 가정이나 자신의 일에는 소홀하다. 남의 일에는 희생을 아끼지 않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므로 자기 일을 돌보지 않으며, 판단력이 매우 빠르나 계획성이 적고 일이 안될 때 체념을 잘한다. 의분이 생길 때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그러나 상대가 잘못을 뉘우칠 때는 즉시 동정으로 변하고 얼마 뒤에는 그 일을 재론하지 않는다. 소양인의 기질은 무슨 일을 만들거나 개척하는 데는 장기가 있지만 조직과 마무리하는 데는 부족하다. 그러나 이해나 타산에 변절하지는 않는다. 욕심이 적고 성질이 급한 타입이 많다.

    태음인과 소양인의 상성은 어떨까. 태음인과 소양인이 부부로 만난다면 십중팔구는 태음인쪽이 지고 들어가게 돼 있다. 속은 썩건 말건,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의 세계에서 그럴 수는 없는 법.

    태음인 김대통령과 소양인 이총재가 협상을 하게 된다면 판단력과 결단력이 빠른 이총재가 먼저 의견을 말할 가능성이 크다. 소양인은 고집이 있고 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계속 자기 주장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경청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미 머릿속으로는 자기 생각만 하고 있을 수 있다. 또 미리 정리하고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쉽게 이총재의 의견에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 동의하더라도 다른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소양인은 솔직하고 꾸밈이 없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다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음인의 경우는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이 터진 뒤에야 그 사람의 속을 알 수 있으며, 남보다 생각이 더디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폭넓게 전개해 나간다.

    소양인의 불같은 성격과 태음인의 능구렁이 같은 성격은 서로가 태음인은 소양인을 고집불통으로, 소양인은 태음인을 속을 알 수 없는 믿지 못할 사람으로 보게 할 수 있다. 태음인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확실한 신념을 가진 소양인으로서는 못마땅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맞지 않는 두 체질의 인물이 정치적 입지를 달리해 맞수가 되면 사사건건 대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이 두 분이 힘을 합해 나라를 이끄는 경우를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 이럴 경우 두 분 뒤에서 소음인이 소통의 역할을 해주면 좋을 듯하다. 삼국지의 유비와 같이 소음인은 머리가 총명하고 판단력이 빠르고 조직적이고 사무적이기 때문에 태음인이나 소양인을 압도하고 거느릴 수도 있다. 태음인이나 소양인을 장수로 거느린 소음인 군주가 많은 이유도 여기 있는 듯하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 나의 스승이 있다 했다. 성인(군주)은 천하의 모든 사람의 재능을 반드시 배우고 자세히 물어서 겸했기 때문에 크게 된 것이다. 두 분이 백성을 생각하는 군주의 마음이 된다면 체질의 장단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