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테헤란에서 3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한 작업자가 전신주를 수리하려 애쓰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일(이하 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에 경고한 내용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2~3주 동안 극도로 강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3주’는 미군 철수 시점으로 거론된 시기까지 남은 기간으로, 이란에 대한 막판 대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美, 이란 발전소 공격 예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한 건 2월 28일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 시대로 만들겠다”는 강공의지를 천명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란의 전력망 등 기본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해 향후 수십 년간 미국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일 워싱턴DC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나라의 전기를 끊는다는 건 그 나라 시스템 전체를 정지시킨다는 뜻이다. 레이더, 미사일, 지휘 연락망 등 군사 체계가 마비되는 건 물론 일반 통신망, 전산망, 금융망, 물류망, 산업 시설 등도 멈추게 된다. 상하수도가 마비돼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의 경우 지휘 본부와 미사일 기지 등이 지하에 구축돼 있어 정전에 매우 취약하다. 지하 요새는 은폐와 외부 공격 방어에 강점이 있지만, 전기만 끊으면 기능이 상실된다는 결정적 취약점이 있다. 전력이 끊겼을 경우 비상 발전으로 조명과 공조 시스템 등만 유지하며 버텨야한다. 자칫하면 석기시대 동굴 같은 상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기를 끊는 건 생명선을 끊는 것”

이란 테헤란에서 4월 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다른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한 남성이 반이스라엘 손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란 전력의 95%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연료의 80%는 천연가스다. 이란 전역에 130기의 화력발전소가 있고, 설비 용량은 2월 기준 9만8802㎿에 달한다. 이 중에서 1000㎿가 넘는 대형 발전소는 20곳, 2000㎿가 넘는 초대형 발전소가 3곳이다. 고압 송전과 중간 송전망은 13만3000㎞에 달하고, 전체 전선 길이는 130만㎞를 넘는다. 이를 지탱하는 설비로는 85만7000개의 변압기와 2천∼5000개의 대·중형 변전소들이 있다. 미군이 이런 시설들을 파괴하면 이란 전역에서 대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군은 걸프전 때 개전 1주일 만에 발전소 등 전력망을 집중적으로 타격해 이라크 전력 설비용량을 9500㎿에서 300㎿로 감소시켰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의 전력 용량이 1920년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경우 이란 민간인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WB)의 인공위성 분석에 따르면 이란에선 이미 전력망의 45%, 상하수도 시설의 30%가 완전히 파괴됐으며, 민간인 1500만 명이 전력과 식수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앞으로 전력망에 대한 공습을 확대하면 더 많은 민간인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이란인들이 소셜 미디어와 문자메시지, 전화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전소 파괴 위협 등에 대한 공포를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의 한 활동가는 “전기를 끊는다는 것은 생명선을 끊는 것과 같다”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물 공급이 끊기는 것은 물론 인공호흡기나 투석기 같은 필수 의료기기도 멈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0년 8월 21일, 이란 남부 도시 부셰르 외곽에 위치한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건물 앞에서 이란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이란, 중동 내 해수담수화시설 공격 으름장
이란도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하탐 알 안비야) 에브리함 졸파가리 대변인은 4월 2일 성명을 통해 “이번 전쟁은 당신들이 굴욕과 불명예, 마지막 후회를 느끼며 항복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파괴적인 후속 조치를 각오하라”고 경고했다.‘하탐 알 안비야’는 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을 총괄하는 기구다. 졸파기리 대변인은 “이란의 발전소 등이 공격 받을 경우 중동 지역 내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유한 모든 에너지·정보기술(IT)·담수화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호르무즈해협은 완전히 폐쇄될 것이며, 파괴된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반관영 언론매체 파르스 통신은 혁명수비대가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10개 발전소 이름과 위치 및 발전 형태·용량을 표시한 이미지를 텔레그램 채널에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이미지에는 ‘이란의 전력 기반 시설을 조금이라도 공격하면 중동 전체가 암흑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가 담겼다. 해당 표적에는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과 국내 협력사 직원들이 머물고 있는 UAE 바라카 원전도 포함돼 있다.
이란은 중동 전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친이란 무장 세력을 동원해 사우디와 UAE 등 주요 산유국의 에너지 인프라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역량이 충분하다. 데이비드 미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란이 중동 내 주요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교란하면 전 세계에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팔레스타인 청년이 2월 6일 가자지구 남부 해수 담수화 시설에서 물을 긷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해수 담수화 시설은 생명줄로 여겨진다.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