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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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자회사 유상증자, 정당한 경영 판단으로 자리 잡나

1심 무죄 ‘SK 배임 사건’ 항소심 5월 15일 첫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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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5-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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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에서 주요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신원 SK네트웍스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재판이 서울고법 형사13부 심리로 5월 15일 시작된다. 정당한 이사회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자회사에 대한 유상증자는 경영 판단 영역에 해당한다는 1심 재판부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될지 주목된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가운데)이 2021년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가운데)이 2021년 12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심 “정당한 유상증자, 경영 판단 영역”

    최 전 회장은 SK네트웍스와 SKC, 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총 2235억 원 횡령 및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2021년 3월 구속기소됐다. 같은 해 9월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지난해 1월 27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최 전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횡령 등 일부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SK텔레시스 유상증자와 관련된 배임 혐의에 대해 “부도 위기 계열사에 자금을 투입해 회생할지는 그룹 전체 신인도와 연관돼 있고 온전히 이사회의 경영적 판단이며, 이사회 결정이 왜곡됐다고 인정하기엔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배임 공범으로 기소된 그룹 관계자들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SKC 경영진이 결정한 SK텔레시스에 대한 총 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배임으로 볼지 여부였다. 당초 검찰은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이뤄진 각각 199억 원, 7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경영진의 배임으로 봤다. SK텔레시스에 대한 SKC의 유상증자가 재무 상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SKC 이사회 전에 이미 결정됐고, 허위이거나 실현 가능성 없는 자료를 제공해 이사회의 의사결정을 왜곡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반면 SK 측은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는 2009년 휴대전화 단말기 사업 부실 이후 누적된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 안팎의 객관적 판단과 엄격한 경영실사를 거쳐 진행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SK텔레시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과 함께 진행된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2016년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고,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유상증자 후 SKC 주가가 2015년 말 대비 4배가량 오르는 등 ‘상호 윈윈(win-win)한 유상증자’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검찰 공소 내용의 일부 사실관계와 유상증자 관련 배임죄 적용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부분과 관련해 재판부는 “유상증자가 그룹 차원에서 미리 결정돼 있었다거나, 조 의장 등이 SK텔레시스 재무 상황과 회생 가능성에 대해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고 볼 만한 뚜렷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도 위기에 처한 SK텔레시스에 자금을 투자해 회생시킬 것인지 여부는 이사회에서 정당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면 온전히 경영 판단의 영역에 해당한다”면서 “적어도 이 사건에서 조 의장 등에게 배임 책임을 물을 모든 요건을 인정할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취하도록 함으로써 타인(법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형법 제355조)다. ‘업무에 위배하는 행위’의 개념이 모호한 데다, 고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특히 경영진이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리스크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더라도 배임 혐의를 물을 수 없다는 게 주요 선진국의 사법 기조다.

    대법 “모든 손해에 배임죄 물으면 사회적 손실”

    대법원 판례도 선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진 경영 행위는 배임으로 보지 않는다. 대법원은 2004년 배임 혐의로 기소된 대한보증보험 경영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배임죄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1993~1996년 대한보증보험은 500억 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선 한보철강 등 9개 기업의 부도로 손실을 봤다. 검찰은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며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업 경영은 원천적으로 위험을 내재한다. 따라서 경영자가 선의를 갖고 신중히 결정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업무상 배임죄를 물으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켜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5월 15일 시작되는 항소심에서 검찰은 SKC의 유상증자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 측은 정상적인 의사결정으로 진행된 유상증자로 SKC는 물론, 자회사인 SK텔레시스의 기업가치가 커졌고 이로써 주주, 채권단, 임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본 성공적인 경영 활동이라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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