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은 반드시 하는 게 좋다. 개별 종목을 잘 모르겠다면 미국 증시에 연동된 ETF(상장지수펀드)라도 해야 한다. 다우존스 ETF를 추천한다. S&P나 나스닥 ETF보다 수익은 덜 날 수 있지만 변동성이 그보다 낮기 때문이다.”
11월 7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나타냈다. S&P500과 나스닥이 연초 대비 각각 20%, 30% 낙폭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의 어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미국 증시는 지난 100년간 수없는 부침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를 근거로 저점 매수 차원에서 미국 주식투자에 접근해야 한다는 게 한 팀장 생각이다.
한 팀장은 2004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독일 도이체방크 등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다. 올해 8월에는 미국 주식투자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총망라한 저서 ‘끝까지 살아남는 미국주식 고르기’를 출간했다. 한 팀장은 “현 약세장만 벗어나면 2020년대 전체적인 미국 증시는 장기 랠리(강세장)를 기록했던 1990년대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은 11월 7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미국 주식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태식]
물가지수 발표·G20 회의 이후 증시 주목
증시가 크게 침체되다 보니 주식투자를 아예 쉬라거나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당연히 쉬는 것도 투자고, 4~5% 금리 예적금 상품도 매력적이다. 다만 1년 뒤에도 증시가 안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예적금에 가입해야 한다. 예적금은 최소 가입 기간이 1년이다. 중간에 해지하면 5% 수익이 나지 않는다. 그사이 증시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산분배 차원에서 어느 정도는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예적금 금리가 4~5%라 해도 국내 물가상승률(5.7%)에는 미치지 못한다. 원래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주식 혹은 실물자산에 자금을 넣어야 한다는 게 투자의 정석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주식인가. 국내 주식투자와 차이는?
“지난 100년간 데이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가 2300~2400 수준이다. 2000을 넘은 게 2007년이다. 약 15년 동안 400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은 셈이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 많은 나라의 증시가 이렇다. 반면 미국은 중간에 빠지는 시기가 있긴 해도 GDP(국내총생산)가 성장하는 만큼 증시가 지속적으로 올랐다. 증시가 좋지 않다 해도 저점 매수 측면에서 미국 주식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은 한국에 비해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국내 증시가 전 세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가 안 된다. 미국은 63~64%다. 100%라는 옵션이 있는데 그중 2% 안에서만 투자하는 건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추가로 미국에선 인수합병(M&A) 때 인수 기업이 인수 대상 기업의 소액주주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게 돼 있다. 한국은 지배주주 지분만 인수하면 된다. 개인투자자가 당장 M&A로 오른 가격에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만 봐도 투자자를 얼마나 우대하는지 알 수 있다.”
저서에서 2020년대 미국 증시가 1990년대 강세장과 유사할 것이라고 했다. 근거가 무엇인가.
“현재 미국 증시가 침체된 건 맞지만 이를 ‘구조적 약세장’이라고 볼 수 없어서 그렇다. 구조적 약세장은 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IT(정보기술) 버블처럼 시장의 구조적 위기로 증시가 50% 이상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금융회사가 도산하고 가계부채가 치솟는다. 하지만 지금 미국 은행은 매우 건전하고, 가계부채는 77%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구조적 약세장보다 증시가 강세장과 약세장을 오가는 ‘경기순환형 약세장’이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 이 구간을 돌아 나서면 금리 방향성, 달러 강약 전환, 주가 하락 원인·정도·기간이 현재와 비슷했던 1990년대 강세장을 따라갈 것이다.”
미국 증시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있다. 언제 투자를 시작하면 좋을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를 더 올리더라도 지금 빠진 만큼 또다시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1월 S&P가 4800이었다. 현재는 3700이다. 20% 이상 빠진 건데, 증시가 하락한다 해도 조정폭이 이보단 훨씬 좁을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있다면 그중 일부를 지금부터 조금씩, 차근차근 투자하라고 추천한다. 반드시 저점에 들어가야겠다는 투자자라면 11월 10일(현지 시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를 주목해야 한다. 보통 미국 증시는 CPI 발표 전 기대감에 올랐다가 발표 직후 충격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11월 15~16일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면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기업 현금흐름 눈여겨봐야
미국 증시는 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IT(정보기술) 버블 같은 ‘구조적 약세장’을 딛고 지난 10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GETTYIMAGES]
“초보자라면 변동성이 너무 큰 주식은 안 하는 게 좋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얼마만큼 주가 하락을 견딜 수 있느냐다. 처음에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다 보면 주가가 10배, 10배씩 총 100배 오른 테슬라 같은 종목을 놓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종목을 따라가기보다 초기에는 저점에 있는 성장주, 경기방어 가치주 등 안정적인 주식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편이 낫다. 또 한 가지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은 돈을 벌면 반드시 배당이나 자사주로 돌려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미 연준이 시중 유동성을 늘리고자 기업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을 제한했다. 연말에 해당 규제가 끝나자마자 대형 금융회사들이 곧바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는 기업의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반대로 한국은 그런 기업이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미국 증시의 핵심축인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투자해도 괜찮은 건가.
“막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기업이 사라진다면 내가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 뒤 답이 ‘아니’라면 투자해도 된다. 이미 우리 생활에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 등 모든 서비스가 먹통이 됐을 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도 있다. 현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PER(주가수익비율)가 18이다. 27인 맥도날드보다 낮다. 원래는 30이 넘었던 알파벳 PER가 이렇게 내려갔을 때 사두면 장기적으로 이익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다. 고환율 시기엔 미국 주식투자에 따른 기대수익이 그리 높지 않을 것 같은데.
“위기 때 달러는 진짜 돈이고 원화는 종이나 마찬가지다. 세계 금융시장 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원화로 환산해 따지기보다 달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또 환율이 많이 올라가 있다는 건 지금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이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경기가 나아지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약세장에 사서 회복기에 이익을 챙긴다고 하면 환율로 일부 손해가 발생한다 해도 지금 투자하는 게 맞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
“합법적인 절세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미국은 주식 양도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게 돼 있다. 이때 이익과 손해를 합산해 세금을 산정한다. 예를 들어 한 종목을 100원에 사서 200원에 팔고 다른 한 종목을 100원에 사서 50원에 팔았다면 순수익 50원에 대한 세금만 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치명적인 손실이 아니고 추후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는 종목이라면 손해를 확정하기 위해 해당 종목을 그냥 팔라고 추천한다. 그러면 기술적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미국 주식 투자와 관련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자산 배분 차원에서 웬만하면 미국 주식을 조금씩은 꼭 하자는 것이다. 주식 투자가 너무 어렵다면 그냥 다우존스 ETF를 하면 된다. 다우존스 ETF에는 30개 종목이 들어있는데, 수익 잘 나는 것들로 알아서 종목들을 계속 바꿔주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S&P나 나스닥이 잘 나갈 때 다우존스가 덜 오른 것은 맞다. 하지만 변동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약세장에서 다우존스는 10%밖에 안 빠졌다. 연초에 다우존스 ETF를 산 사람은 원화가치가 그보다 더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익을 본 것이다. 미국 주식 초보라면 다우존스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좋다고 본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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