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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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 값↑ 수주 성과는 2년 후… 한국조선해양 아직 못 웃는다

“독점 반대” 대우조선 인수 지연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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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8-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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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사진 제공 ·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사진 제공 ·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이 연이어 수주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7월 23일 한국조선해양은 아시아·유럽 국가 선사와 초대형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7척 건조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조6514억 원 규모인 이번 계약을 포함해 19조3000억 원대 계약(178척)을 성사해 올해 수주 목표치(17조2000억 원)의 113%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2분기 영업손실은 897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3조797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1% 증가한 가운데 적자 규모는 당초 금융가 전망을 상회했다.

    “후판 가격 당분간 높게 유지”

    가장 큰 적자 원인은 폭등한 후판 가격. 후판은 두께 6㎜ 이상인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건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다. 통상 후판 가격은 선가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t당 60만 원 후반대이던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130만 원으로 급등했다. 후판 가격 인상에 대해 이은창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회복 외에도 철강 가격 인상 요인이 적잖다. 호주, 브라질 등 주요 철광석·석탄 생산국이 수년 전부터 자연재해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환경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철강 생산·수출을 줄인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당분간 후판 가격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산업계에서는 포스코와 한국조선해양이 매년 반기마다 후판 가격을 협상해 거래한다. 7월 21일 한국조선해양은 2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포스코가 하반기 후판 가격을 t당 115만 원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상반기(t당 85만 원)보다 30만 원 높은 액수다. 후판 가격이 급등하자 한국조선해양 측이 공사 손실 충당금 8960억 원을 선반영한 것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조선소 실적으로 편입되는 물량은 1~2년 전 수주한 것으로, 물량도 적고 가격 등 조건도 좋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밀려들기 시작한 수주 물량에도 강재가 필요한데 후판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라며 “최근 비교적 좋은 조건에 계약한 실적은 1년 6개월에서 2년 정도 있어야 반영된다. 지금이 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에 가장 안 좋은 시점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지연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6월 30일 한국조선해양과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물출자 투자계약 기한을 9월 30일로 3개월 연장했다. 2년째 합병이 지연된 가운데 세 번째 연장이다. 합병에 필요한 기업 결합 심사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에서 미뤄지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원회 측이 최근 한국 언론에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조사가 중단됐다”며 “인수합병을 위해 당사자들이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가 위치한 경남 거제시 등 지역사회의 반발도 만만찮다. 울산이 연고인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될 경우 경남지역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남지역 한 정계 인사는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에 인수되면 두 업체 간 중복된 사업 영역을 중심으로 인력·설비 감축이 불가피하다. 경남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국내 조선산업의 건전성도 한 기업의 독주로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 반제품 슬래브. [사진 제공 · 포스코]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 반제품 슬래브. [사진 제공 · 포스코]

    “수익성 고려 수주할 것”

    다만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결합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조선소 설비 투자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있다. 조선업체 간 출혈 경쟁도 적잖았다. 대우조선해양이 빠른 시일 내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경영 효율성 면에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한국의 조선업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은 최근 기업 결합으로 몸집을 불려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특히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조선업 성장을 견인하는데, 한국은 두 기업 결합이 수년째 지지부진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추가 자료 요구를 기업 결합 ‘적신호’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업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만약 유럽연합이 두 기업(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을 반대하기로 결심했다면 진즉 판을 엎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심사가 늦춰지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자료를 추가로 요구한 대목에서 긍정적 신호를 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 특성상 가격 등 조건이 좋지 않아도 수주 물량을 확보해야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을 해소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백신 효과 등 경기회복으로 수주 물량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며 “현재 시장이 매수자 우위에서 매도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 우리처럼 납기를 지키는 가운데 우수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업체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수익성을 고려한 수주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철강업계와 조선용 후판 공급가 협상에 대해선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진행 상황을 묻자 “기업 결합을 승인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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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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