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김경선 여성가족부(여가부) 차관은 여가부 폐지 여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7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김 차관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점화한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대권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여가부는 ‘탈레반’ ‘암’ ‘마녀’ 등에 비유되기도 했다. 김 차관은 “(강도 높은 비판에) 여가부 구성원들이 많이 상처받았다. 이럴 때일수록 주눅 들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여가부 폐지론이 부상한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여가부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반성하면서도 “국민이 오해한 부분도 있다. 그동안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오해가 있어도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제 적극적으로 팩트 체크를 하면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여가부는 여성만 위한 부처 아냐”
“여가부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했다.“여가부를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고 오해하는 분이 많다. 공공 부문을 대상으로 특별 성별이 채용자의 30%에 미달하면 추가 채용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부터 5년 동안 해당 제도의 혜택을 입어 합격한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의 75.7%(1204명)가 남성이다. 여가부는 성평등 가치 확산을 추구한다. 남성이 소수인 분야가 있는 반면, 여성이 소수인 분야가 있다. 균형적 평등을 강조하는데 여성만을 위한 부처라고 오해하니 안타깝다.”
오해가 퍼진 까닭이 무엇이라 보는가.
“부처 명칭이 여성가족부이다 보니 ‘여성만을 위한 조직 아니냐’는 오해를 많이 한다. 명칭 변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부처가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헌법적 가치인 평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통합이다. 양성평등가족청소년부 또는 평등가족청소년부와 같이 평등과 통합, 공존 의미가 담긴 명칭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부처 명칭 말고 다른 이유는 없나.
“여가부는 청소년 보호업무도 담당한다.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을 규제하고자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게임을 못 하게 하는 셧다운제를 도입했지만 정책 환경과 국민 의식이 변했다.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다. 직접적이고 강제적인 현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이 오해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 1020세대 눈높이에 맞게 콘텐츠 내용이나 전달 방식을 수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여가부 폐지 여론이 조성됐다.
“여가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오해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다. 팩트 체크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에도 충실하겠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여성만 성폭력 피해자인 것은 아니다. 남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가 많은데, 디지털 성폭력에서 특히 그렇다. 기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젠더폭력방지기본법’으로 명칭을 변경하려고 생각 중이다.”
“여가부 폐지 논쟁, 또 다른 논란만 야기해”
하태경 의원은 여가부가 젠더갈등을 조장한다고 했다.“하 의원의 언론 인터뷰를 봤다. 젠더갈등을 야기하면 안 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0세대에서 (젠더 문제에 대해) 성별 간 인식 격차가 크다는 현실을 안다. 젠더갈등에 관한 문제의식은 우리와 같은데, 결론이 여가부 폐지로 가더라. 결론에서 생각이 다르다. 사회구조적 원인과 소통 부족의 문제가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젠더갈등 문제를 풀어가려 노력하고 있다. 여가부 폐지 논쟁은 도리어 또 다른 논란만 야기한다.”
젠더갈등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2030세대는 과거 세대보다 입시 및 취업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굉장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청년 정책을 다루고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참여한다. 세대 간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골고루 배분할 것인지 고민하고, 시장에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 의원은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 유승민 전 의원은 성평등위원회를 여가부 대안으로 제시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힘 있게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여가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해서다. 위원회는 자체 법률 제정 권한과 예산 편성권이 없다. 가족 및 청소년 정책은 예산 사업이 많다. 학교 밖 청소년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다양한 정책에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위원회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행정부처로 있을 때 훨씬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김 차관은 “여가부 장관은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유 전 의원의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성 장관 비율 30% 달성을 위해 정부가 노력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전현직 장관은 모두 전문성이 있고, 여성 정책 등 관련 일을 오래한 분들이다. 해당 부분이 국민이 여가부에 불만을 가지는 근본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는다. 국민이 여가부에 불만을 갖거나 오해하는 부분은 다른 측면이다. 국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지적이다”라고 말했다.
여가부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문제는 무엇인가.
“노동시장에서 성별 격차다. 여성 승진이 제한되는 유리천장 문제와 업종별 일자리 분리 현상인 유리벽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 역시 여성들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유리벽 문제로 여성이 대면 서비스업을 많이 수행하는데, 해당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자리 문제를 많이 겪었다. 고용노동부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제도 개선을 협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반기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종합적인 패키지 지원 역시 하반기 과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 사업 ‘조 단위 매각’ 추진
‘트럼프 2기’ 핵심 실세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