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련 KB국민은행 브랜드전략부 차장. [지호영 기자]
직장인 2대 허언. 방송인 최희와 하승진, 크리에이터 쓰복만(본명 김보민)이 함께한 유튜브 콘텐츠 ‘서른만’ 번아웃 증후군 편에 달린 직장인의 ‘찐댓글’ 들이다. 댓글에는 “책상 서랍 안에 너 있다, 사직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ㅠㅠ 위로받고 가요” “번아웃, 승진님 말씀대로 정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 같아요” 같은 내용이 줄을 이었다. 저 두 말을 다 외치고도 아직 회사에 다니는 처지에서 무척 공감이 갔다.
디지털 마케팅과 영업이 닮은 점
30대 직장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KB국민은행 오리지널 콘텐츠 ‘서른만’. [지호영 기자]
이런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KB국민은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관리를 총괄하는 부서가 브랜드전략부다. 7월 28일 현재 KB국민은행 유튜브 구독자 수는 20만8000여 명이고, 또 다른 계정 ‘마니버니’는 9만1500여 명으로 두 채널 구독자 수가 30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에서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면 ‘실버 버튼’을 준다는 점에서 결코 적잖은 수다. 양혜련 브랜드전략부 차장을 만나 가장 보수적인 영역으로 꼽히는 은행권에서 가장 진보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며 생긴 에피소드와 SNS 운영 전략을 물었다.
양 차장은 KB국민은행 영업점에서 9년간 일하다 2017년부터 디지털 업무를 맡았다. 2019년까지는 디지털마케팅 부서에서 당시 KB국민은행 모델이던 방탄소년단(BTS) 마케팅 관련 업무를 전담했다. KB 리브(Liiv) 애플리케이션(앱)에 BTS 전용관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은 브랜드전략부에서 KB국민은행 브랜드를 알리는 일을 한다. 양 차장은 “영업점에서 하던 일과 디지털마케팅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결국 고객을 본다는 점에서 똑같았다”고 말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촬영 날이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요. 처음에는 가족도 ‘은행원이 왜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이런 거 해?’라고 묻기도 했죠. 콘텐츠 제작을 해보니 앉아서 파일로 보는 거랑 현장에 가 직접 한 컷 한 컷 살펴보는 거랑은 확실히 달랐어요. 현장에 가면 쓸 수 있는 소스가 훨씬 풍성해져요. 그래서 어지간한 촬영은 거의 현장을 챙기는 편이에요.”
은행 유튜브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아이돌과 협업해봤고 엔터테인먼트사, 게임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도 여러 시도를 해봤어요. 그런데 탄탄한 IP(지식저작권) 콘텐츠를 가진 곳들과 작업하다 보니 IP를 가져다 쓰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우리만의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30대 직장인들로부터 공감을 얻은 ‘서른만’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했나요.
“어디에도 30대가 볼 만한 콘텐츠가 마땅치 않더라고요. 30대끼리 뭔가 얘기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KB국민은행이 제작했지만 콘텐츠에서 상품을 팔거나 추천하지는 않아요. 그런 걸 하는 순간 콘텐츠의 영향력이 사라져버리거든요. 그냥 30대 MC들이 하는 이야기에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꾸렸어요. ‘번아웃 증후군’ 편을 촬영할 때 현장에 있었는데, ‘번아웃이 온 건 지금 열심히 일해서 그런 것’이라는 하승진 님의 말에 공감해 울컥했죠.”
은행이 SNS 운영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나요.
“KB국민은행 하면 신뢰, 진정성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젊은 감각은 아직 부족해 그 부분을 채우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대두될 메타버스 세계관에서도 SNS는 중요하고 양질의 콘텐츠가 빠질 수 없을 거예요. SNS는 고객과 가장 빠르게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죠. 지금 소통하는 분들이 미래 고객이라고 생각해요. 2017년 BTS 콘텐츠를 SNS에 올리고 놀란 점이 시청자들이 영상 하나하나에 발 빠르게 반응한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내부적으로 ‘이미 대면 채널 고객이 많은데 SNS를 굳이 해야 해?’라는 물음에 답해야 했지만, 이제는 소통 대세가 SNS 채널이 되다 보니 ‘없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투 트랙 채널 운영
KB국민은행 유튜브(왼쪽)와 마니버니 유튜브. [
“‘꼭 쓰레기를 주워야 ESG인가’ ‘환경단체가 나와야 ESG인가’ 고민하다 동시대를 사는 이들을 위로하는 것도 ESG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삶과 동떨어진 ESG가 아니라, 일상과 밀접한 ESG를 다룰 예정이에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외에 곧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많이 봐주세요(웃음).”
브랜드전략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KB국민은행’과 ‘마니버니’다. KB국민은행 채널에는 광고 영상을 비롯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올라간다. 마니버니는 2019년 M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채널로, 알찬 금융지식을 전달하고 함께 부자가 되는 방법을 공유한다. 또래가 관심 있어 하는 ESG나 e스포츠 관련 콘텐츠도 올라갈 예정이다. 양 차장은 “KB국민은행 브랜드 자체를 보여주는 게 KB국민은행 유튜브라면, 브랜드를 떼고 금융적으로 유용한 이야기를 하면서 전문가들이 쉽게 지식을 전달해주는 MZ세대 특화 채널이 마니버니”라고 말했다.
출근길 회자되는 콘텐츠가 꿈
“마니버니의 ‘월요지식회’는 자료를 정말 많이 찾아보고 만들어요. 전기차나 테크래시(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반발심을 나타내는 말) 외에도 요즘 떠도는 트렌드를 총집결해 제작하죠. ‘핀터뷰’에서는 2030이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대신 만나 삶에서 추구하는 것, 부를 이룬 방법 등을 물어요. 예전에는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을 숨기는 분위기였다면, 요즘 세대는 오히려 그런 팁을 공유하는 분위기라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요. ‘이코노미 클래스’는 기본서 같은 느낌으로 경제 원론을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으니, 관심 있다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SNS를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았겠어요. 댓글로 콘텐츠를 재생산하기도 하던데요.
“처음에는 행원들을 MC처럼 출연도 시켜보고, 예능프로그램처럼 만들어도 봤는데 유튜브에 예능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금융 전문가’로서 잘할 수 있는 걸 해보자는 각오로 지금까지 왔어요. 포맷이나 콘텐츠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온종일 유튜브만 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생각보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요즘 핫한 영상은 다 챙겨보고, 섬네일이 잘 만들어진 콘텐츠도 찾아봐요. 조간신문과 뉴스레터도 많이 챙겨보고 영감을 얻어요.”
최근 여러 기업 SNS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입방아에 올랐는데,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이전부터 꾸준히 콘텐츠를 내보내기 전 사전검열을 해왔어요. 내부에서 이슈가 될 만한 건 상의하고, 대행사를 비롯해 직원 모두가 오전에는 검수 작업을 하고 댓글을 살피는 게 일과예요. SNS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대화창을 고객센터처럼 쓰는 분도 있거든요. 틈나는 대로 민원을 해결하기도 하죠.”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뭘 하나요.
“최근 템플스테이에 빠져 두 차례 절에 다녀왔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채웠죠. 산에 가 풍경 보고 자전거 타고 액티브한 걸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디지털 업무를 하면서 5년 가까이 태블릿PC와 연결돼 살았는데 이런 걸 할 때만큼은 디지털 기기를 끊고 온전한 일상을 즐기려 노력해요.”
기업 SNS 채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소통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면 출연한 크리에이터들이 와서 댓글을 달아줘요. 우리도 공식 계정 댓글로 소통하고요. 팀장님도 라이브 방송을 할 때 공식 계정으로 직접 댓글을 달아요. 성공방식은 계속 찾아나가는 중이에요(웃음). ‘이 기업 정말 유튜브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장기적 목표는 뭔가요.
“‘너 KB국민은행 유튜브 봤어?’ 이런 말이 나오는 콘텐츠, 누구라도 한 번씩 추천하는 콘텐츠를 내놓는 게 목표예요. 아침 출근길에 회자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급하다고 대충 하지 않고 공들여 만든 콘텐츠로 진성 구독자를 늘려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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