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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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의 미식세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70년을 지켜온 태극당

  •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18-03-13 1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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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당은 ‘과자 중의 과자’를 이어가고 있다. 1947년부터 만든 모나카, 예전 포장지 그대로인 커피빵(왼쪽부터).

    태극당은 ‘과자 중의 과자’를 이어가고 있다. 1947년부터 만든 모나카, 예전 포장지 그대로인 커피빵(왼쪽부터).

    서점이나 문구점에 자주 들른다. 책을 쓰는 사람이라는 직업적 의무감보다 ‘아이쇼핑’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해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책으로 만나고, 기분 좋게 쓸 연필이나 메모지 한두 개를 구매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다. 소비하기보다 경험하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유행에 어느새 내 마음도 발을 맞추며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행복을 맛보고자 자주 들르는 빵집도 있다. 

    서울 장충동에 자리한 ‘태극당’에 들어서면 곱고 귀한 것을 모아놓은 잡화점에 온 것 같아 절로 흥이 난다. 오래전부터 간식거리를 사러 들르곤 했지만 2015년 리뉴얼을 거쳐 다시 문을 연 이후부터는 놀이터처럼 자꾸 가고 싶어 진다. 차분한 옛날이야기와 뜨거운 현재가 공존하는 태극당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마음이 끌리기 때문이다.

    태극당은 2018년 일흔두 살이 됐다. 1946년부터 역사의 산증인 같은 빵들은 여전히 진열대에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태극당이 운영하던 목장 ‘농축원’의 풍경 그림이 한쪽 벽에 그대로 걸려 있고, 40년을 훌쩍 넘긴 샹들리에가 낡은 천장에 꽃처럼 화사하게 피어 있다. 70년을 이어온 수많은 발길에 반들반들해진 바닥과 낡은 주방의 타일을 그대로 남겨둔 카페 벽에서 오래된 온기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예서체와 빨강, 초록, 노랑을 마음껏 쓰며 촌스러운 멋으로 포장한 빵들을 둘러보면 마음이 들썩인다. 곳곳에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의 추억이 스며 있을 것 같은 오래된 물건이 여전히 그 쓸모를 다하고 있다. 


    태극당 비엔나커피.

    태극당 비엔나커피.

    태극당 하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대표 제품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모나카’가 있다. 얇고 견고하며 파삭파삭하게 부서지는 과자 안에 우유 아이스크림이 꽉 차 있다. 일본 모나카에는 팥이 들어가지만 태극당은 1947년부터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넣었는데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바삭한 과자는 틀에 반죽을 부어 일일이 뒤집으며 굽는다. 우유 아이스크림은 부드럽고 개운한 단맛과 진하고 고소한 향을 지녀 과자 안에 넣어 먹기 좋다. 모나카를 좋아하는 단골 중에는 쫀득한 질감이 나는 찹쌀 버전을 찾는 이도 많다. 

    ‘야채사라다’는 양배추, 감자, 달걀, 양파, 당근으로 만든 채소 샐러드가 들어간 샌드위치다. 빵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샐러드를 많이 넣었는데 양배추의 촉촉하고 아삭한 맛이 좋아 크게 한입 베어 물어도 목이 메지 않는다. 직접 만든 사과잼을 발라 옛날 맛을 그대로 내는 ‘로루케익’, 버터크림과 설탕 꽃으로 장식한 ‘버터케익’, 달콤한 맛과 쌉싸래한 커피향이 가득한 ‘커피빵’은 인기와 역사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곳 명물이 된 ‘비엔나커피’는 사실 태극당의 메뉴가 아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태극당 메뉴로 등장했고, 이후 시그니처 음료처럼 자리 잡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래된 공간을 지켜온 준비된 빵집 태극당이 카페를 열며 찾아온 달콤한 기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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