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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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미국 음악시장 & K-pop 성공 원인 분석

“방탄소년단? 세계인들 입맛에 맞는 ‘K-pop 비빔밥’이죠”

실력, 뮤비, 共感, SNS, 팬덤 성공방정식… “한국적 美學 바탕, 다양한 음악 접목할 필요”

  • | 대담 이윤지 美 버클리음대 교수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 | 진행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8-01-09 13: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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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최근 케이팝(K-pop)은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해 대중지향적으로 만든 음악 같아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빔밥처럼 출중한 실력과 공감 능력, 정교한 뮤직비디오, 팬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잘 비벼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케이팝 비빔밥’을 만든 거죠.” 

    이윤지 미국 버클리음대 작곡과 교수는 케이팝이 융합과 존중을 중시하는 미국 음악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3대 대중음악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를 통해 인상적인 미국 데뷔전을 치른 것은 물론, 미국 지상파 3사 토크쇼에도 출연했다. 미국 언론은 케이팝의 성공 원인과 성과를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주간동아’는 1월 3일 이윤지 교수와 황승경 국제오페라단 단장의 대담을 통해 미국 음악시장의 변화 및 케이팝 열풍의 원인을 분석해봤다. 

    배수강 기자(이하 배) 이 교수는 14년 동안 미국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한국인 최초로 버클리음대 작곡과 정교수가 됐는데요. 미국 음악의 특징은 뭔가요. 



    이윤지 교수(이하 이) 미국 음악은 다양성을 잘 녹여낸다고 생각해요. 여러 인종과 민족이 뒤섞여 사는 미국인의 삶은 그들의 음악에도 잘 나타나요. 복잡다단하죠. 미국 음악계에도 트렌드(추세)는 있지만 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음악이 함께 연주되고, 그러한 연주가 이어지도록 노력하죠. 과거 음악이나 현재 음악, 지구 저편이나 미국 외곽에서나 나올 법한 지역 음악이 인기 팝음악과 함께 연주됩니다. 미국 음악이 유럽에서 파생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클래식과 팝을 쉽게 접목하듯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융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미국 음악이라고 봐요. 

    황승경 단장(이하 황) 대중에게 폭넓은 ‘예술적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네요. 

    맞아요. 장르마다 구분되면서도 또 자유롭게 교류하고 음악적 실험을 통해 융합해나가죠.

    音樂, 경계 가로지르고 융합하는 작업

    예전에는 순수음악과 상업음악의 경계가 뚜렷했다면 갈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술의 팝아트처럼 음악도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흔히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을 다르다고 여기는데, 두 음악은 화성(harmony·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리면서 생기는 화음의 연결)적으로는 다르지만 순수음악을 잘 아는 뮤지션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재즈 화성도 당초 클래식 음악에서 나와 좀 더 현대화해 쓰고 있잖아요? 세계인이 공감하는 클래식을 더 깊이 이해해야 마음에 와 닿는 보편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영화감독이 ‘반지의 제왕’ 배경으로 바그너풍(風)의 음악을 쓰고 싶은데 뮤지션이 클래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함께 영화음악을 만들 수 없겠죠. 또한 영화음악시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어요. 뮤지션은 영화감독의 의도에 맞게 관객 마음에 살며시 들어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감독이 외국 사람이라면 음악에 대한 더더욱 보편적이고 글로벌한 이해를 베이스로 깔고 있어야 하죠. 

    팝아트라고 하니 1960년대 앤디 워홀이 직접 제작하고 지원에 나섰던 미국 뉴욕의 아방가르드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생각나네요. ‘프랭크 자파’도 그런 부분에서 유명하고요. 1980년대 로리 앤더슨의 ‘O Superman’이란 곡도 그렇고,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했죠. 현대음악 단체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에 소속된 작곡가들도 오랫동안 그러한 작업을 해왔습니다. 미국적 현대음악의 특징은 경계를 뛰어넘거나 융합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죠. 

    생텍쥐페리는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고 했는데, 필립 글래스는 음악 측면에서 그러한 완벽함을 알게 해준 대가(大家)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유행했는데, 음악에서는 복잡한 화성을 배제하고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을 반복하고 변형하는 형태로 나타났어요. 짧은 선율의 패턴을 몇 번 반복적으로 연주하면서 원 선율을 조금 변형한 패턴으로 나아가는데, 이렇게 연주가 중첩되면 선율과 선율에서 엇갈림이 생겨 청각 모아레(moire·얼룩) 효과가 나타나요. 글래스를 비롯해 할리우드 대작 음악가들의 음악이 그래요. 

    미국 음악의 강점은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융합에 있군요. 

    일반적으로 대중의 인기 정도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 음악으로 나누는데, 그렇다고 비주류 음악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각 음악 장르를 존중하고, 이런 문화가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팝음악이 주류지만 록, 컨트리, 재즈도 있고, 재즈 중에서도 아방가르드 재즈, 팝 재즈 등 세부적으로 다양한 음악이 존재합니다. 배가 고파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는 음악인과, 비주류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이 있기 때문이죠.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미국 예술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엔진’이라고 봐요. 이런 다양성은 정답과 오답을 단정 짓지 않는 문화가 반영된 것 같아요.

    정교한정교한 뮤비, 강력한 팬덤 뮤비, 강력한 팬덤

    유럽은 ‘아날로그’라고 해도 분야를 세분화해 깊게 파고드는 반면, 미국은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에 다각적으로 융합하는 게 특징인 듯해요. 

    그런 거 같아요. 블루스, 재즈, 힙합, 솔 등 흑인 문화가 바탕을 이룬 음악이나 미국 중서부 시골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컨트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지만, 이들 음악이 주류가 될 때도 있거든요. 미국이란 나라가 오랜 역사를 지닌 것도, 비슷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민족국가가 아니란 것도 융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고 봐요. 미국은 음악 장르별로 그 정체성의 개념이 확실합니다. 게다가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 때문에 경계를 허물어 협업(協業)하고, 상관관계가 없는 것들을 융합해 전체적인 것으로 만들어내죠. 이런 협업과 융합이 최근 케이팝에서도 많이 보여지고 있고 또 성공 원인이기도 해요. 저작권 보호가 엄격한 점도 다양한 음악 장르 탄생의 한 원인인 거 같고요. 

    저작권 보호라면…. 

    지난해 어느 날 미국음악저작권협회 가운데 하나인 BMI(Broadcast Music, inc.)로부터 e메일을 받았는데, ‘당신이 작곡한 곡이 ◯◯에서 연주됐는데 왜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BMI는 미국 작사·작곡가 80여만 명이 등록된 음악저작권협회인데, 그만큼 저작권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요. 비주류 장르를 추구하는 뮤지션도 저작료를 정확하게 받기 때문에 자신만의 음악을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도 BMI 현대 클래식 음악(Contemporary Classic Music) 분과로 바로 등록했어요.(웃음) 

    이 교수가 케이팝의 성공 원인을 잠시 언급했는데요. 지난해 방탄소년단이 AMA를 통해 미국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미국 팬들이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케이팝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나요. 

    미국 주류 음악시장에서 케이팝이 거둔 성공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하다고 봐요. 방탄소년단의 성공에는 여러 경쟁력이 있을 거 같은데, 먼저 뛰어난 음악 실력과 정교한 뮤직비디오, 강력한 팬덤, 공감 가는 가사, SNS 활용 등 다양한 요소를 융합한 게 주효한 듯해요. 미국 음악 소비자들은 의외로 ‘외국 가요의 가사를 이해하겠다’는 의지가 약해요. 하지만 케이팝 뮤직비디오는 노랫말을 몰라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스토리가 촘촘하게 펼쳐지고, 그 스토리에 맞는 비주얼적 요소가 등장하죠.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쓴 점도 주효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인기곡 ‘피 땀 눈물’의 노랫말에는 헤르만 헤세의 고전 ‘데미안’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서양문화를 차용하면 서양인들이 쉽게 공감해요. 그래서 노래나 뮤직비디오 전체 스토리를 다 이해하지 않아도 쉽게 느껴지죠. 그러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그 볼거리가 음악과 완벽하게 일치하면 되는 거예요. 최근 케이팝은 우리가 서양 팝음악을 도입하고 각색해 만든 가요라기보다 훨씬 더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해 대중지향적으로 만든 음악 같아요. 팬들은 다 같이 부르는 이른바 ‘떼창 문화’와 공연 응원 도구, 플래카드, 다양한 응원 추임새 등도 흥미롭게 여기는 거 같아요. 

    완벽한 퍼포먼스와 뛰어난 작곡 실력 등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실력이 바탕이 됐겠지만 여기에 가사의 ‘디테일’도 경쟁력이 있었다고 봐요. 서양 노래는 ‘이별하고 기타를 친다’는 식의 은유적이고 간접적인 표현의 노랫말이 많은데, 케이팝은 ‘이별 후 화가 나 소주를 마시며 (커플) 반지를 벗어 던진다’ ‘엄마는 왜 날 이렇게 낳아서 내 삶을 피곤하게 하는지’ 같은 직설적인 표현이 많다 보니 외국인들이 이질적인 가사에 관심을 갖는 거 같아요. 또한 방탄소년단은 중소기획사 출신이지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이런 약점을 극복했고, SNS에 2000만 건에 이르는 글이 올라와 ‘세계 최다 트위트 그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등 크고 작은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죠. 다양한 통로로 팬들이 모이면서 큰 힘을 내는 거 같아요. 가사를 설명해주는 뮤직비디오의 영향력도 매우 커졌어요. 단순히 듣는 음악이 아닌, 공감각적으로 접근하는 음악으로 추세가 바뀌고 있으니까요. 가사를 음미하고 사색하기보다 감정적으로 즉각 받아들여야 하는 음악으로 변화하고 있거든요. 

    저는 케이팝 수업시간에 종종 비빔밥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맛있는 요소를 잘 버무려냈느냐’ ‘누구의 입맛에 더 맞게 만든 노래인가’를 학생들과 분석해요. 요즘 케이팝은 아시아인들 입맛을 넘어 미국·유럽인의 입맛에 맞게 비벼내는 거 같아요.(웃음) 

    현대 순수음악과 상업적 대중음악의 융합을 통해 케이팝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고 보나요. 

    현대 순수음악이 듣기 어려운 음악으로 정의된다면 소수가 만들고 듣는 음악이 되겠지만, 현대 순수음악은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비상업적 전자음악이에요.

    미국 · 유럽인 입맛에 맞는 비빔밥

    전자음악? 

    전자음악은 새로운 기술과 음악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걸그룹 ‘f(x)’의 음악을 좋아하는데요, 그전까지 케이팝에서는 보이지 않던 비상업적인 전자음악 사운드를 대중적 방식으로 접목해 귀가 ‘신선한’ 어린 대중에게 선보였다는 점에서 꽤나 신선했어요. 자주 일어날 수 없는 융합이겠지만, 이러한 아이돌그룹의 새로운 시도가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게 사고의 전환처럼 느껴졌어요. 그렇지 않다면 하드코어 인디밴드로 머물렀겠죠. 그런 점에서 아이돌그룹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케이팝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실제로 어떤가요. 

    저는 음악 교양수업으로 ‘듣기의 기술-현대적 접근방식으로 음악 듣기’를 진행하면서 케이팝을 한 장(章)으로 가르쳐요. 그때마다 한 반(25명)에서 절반가량의 학생이 케이팝을 들어봤거나,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고 해요. 어떤 중국 학생은 제 수업이 케이팝 강의만 하는 줄 알고 등록했다 하고, 한 미국 백인 여학생은 국내 3대 기획사에서 만든 각 그룹의 음악적 성향까지 간파할 만큼 무시무시한 관심을 보였죠.(웃음) 재미있는 것은 케이팝에 익숙지 않은 학생들은 ‘서양 팝의 모방’이라 생각하고, 케이팝을 즐기는 친구들은 ‘서양음악과는 다른, 독자적으로 구축된 쿨한 음악’이라고 여긴다는 점이에요. 또 미국 학생들은 종종 ‘한국 아이돌그룹 중에는 왜 남녀 혼성이 없고 성별을 구분해 그룹을 만드느냐’ ‘멤버 개인의 고유한 캐릭터를 살리지 않고 단체로 같은 복장을 하게 해 개성을 죽이느냐’고 물어요. 케이팝이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이러한 미국인의 세세한 감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죠. 

    그렇군요. 버클리음대는 음악을 전공하려는 전 세계 학생이 가장 진학하고 싶어 하는 명문 대학으로 알고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단과대로 알려졌고, 실제 전 세계 인재들이 입학해요. 학생들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면 ‘인도네시아의 비욘세’ ‘멕시코의 저스틴 비버’라며 가수에 빗대 자신을 표현하죠.(웃음) 온라인으로 입학지원서를 내면 오디션과 인터뷰를 거쳐 성적 등을 바탕으로 선발해요. 면접장에서 준비해온 곡을 연주한 다음 교수가 즉석에서 멜로디를 주면 그에 따른 즉흥연주를 합니다. 주어진 멜로디에 하모니를 입히는데, 때로는 교수들이 흥에 겨워 즉흥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연주하는 등 즐겁게 오디션을 봐요. 한국의 엄격한 면접고사장과는 분위기가 다르죠. 제 수업에는 한국, 러시아, 핀란드, 이탈리아, 중국, 칠레, 멕시코 출신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데, 국악과 케이팝이 많이 알려져 한국 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요. 글로벌한 음악적 경험은 물론, 음악 기초와 실력을 쌓기에 제격입니다.(웃음) 

    그렇군요. 케이팝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케이팝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에서 사랑받으려면 한국인의 관점으로 음악을 정리하면서 끊임없이 재창조해야 해요. 안타까운 것은 한국 학생들은 한국인 뮤지션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에요. 무엇이 한국적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인데, 이는 많은 유학생이 창작 과정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케이팝은 수준급의 노래와 칼군무(群舞), 정교한 뮤직비디오,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가사 등이 한데 모여 하나의 ‘컬처(culture)’를 생산해내듯, 한국적 미학(美學)이 중심을 잡고 그 미학과 정서를 기반으로 팝과 클래식을 포함해 다양한 음악으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지만 문화 정체성에서 ‘기(氣)싸움’ 같은 게 있는데, 한국 음악가들의 내면에서 음악적 요소로 풀기는 힘들어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창작자의 결정입니다.

    음악이 주는 따스함

    [김형우 기자]

    [김형우 기자]

    얼마 전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겪으면서 한한령(限韓令)을 경험했잖아요. 케이팝이 지금까지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시장을 타깃으로 했다면 이제 미국·유럽시장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봐요. 이 교수가 지적한 내용을 보완한다면 대한민국이 자동차, 휴대전화 생산국에서 문화대국으로 인식될 날도 곧 올 거 같아요.(웃음) 

    말씀을 들어보니 케이팝은 이제 ‘본격 시작’이라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준비할 게 꽤 많군요. 

    다양한 매체와 더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스마트폰을 보고 자란 요즘 세대는 무의식적으로 ‘음악은 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휴대전화로 전해지는 문화를 공통적으로 경험합니다. 그래서 인터넷과 SNS로 전달되는 많은 것이 그들에게는 글로벌하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이죠. 신기한 것은 그런 보편적 경험이 강조될수록 많은 젊은 세대가 자신만의 문화이자 하위문화, 즉 서브 컬처(sub-culture)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안에 있는 음악 리스트는 사람마다 다르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작곡하는 세대이기도 하죠. 이러한 세대에게 호소하려면 음악적·시각적 상상력이 풍부해야 하고, 그것을 대중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앞서 영화음악을 얘기했는데, 영화음악은 영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깊이 있게 빠져들게 하는 창이거든요. 케이팝도 단순히 중독성 있는 대중음악이나 통일된 춤사위에 그치지 않고, 어떤 메시지나 울림이 있어야 인기가 지속될 거라고 봐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인이 공감하는 발판을 마련했지만 ‘후속 작업’이 따르지 않아 아쉬웠잖아요.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의 노래가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것도 ‘음악이 주는 따스함’이 있어서라고 봐요. 또한 지난해 ‘그래미어워드 5관왕’을 차지한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아델은 서양 사람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는데, 그의 대표곡 ‘Someone Like You’ 등을 들어보면 자신의 감정을 다독여가면서 악절을 잘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고 가창력이 100이라면 20~80을 오가며 감정도 적절히 절제하죠. 반면 우리는 노래에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다 표현하려 하고, 가창력 100을 보여주려 해요. 이젠 세계적인 음악으로 성장하려면 서양인들의 정서에 맞는 음악 ‘라인’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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