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

“가정이 살아야 서울이 산다” 가족 중심 저출생·인구가족 정책 매니페스토 공동선언

한국가족단체협의회 등 172개 시민단체, 서울시 저출생 정책 패러다임 전환 촉구

  • reporterImage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6-05-08 15:41:1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가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대표들이 5월 9일 서울시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조영철 기자

    한국가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대표들이 5월 9일 서울시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조영철 기자

    지방선거를 앞두고 172개 시민사회단체가 서울시 저출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에 나섰다. 이번 선언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자들에게 파편화된 개인 현금 지원이 아니라, ‘가족주의 복원’을 뼈대로 한 근본적인 인구 정책 수용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가족단체협의회(상임대표 황인자)를 비롯한 172개 단체는 5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민 토론회 및 가족 중심 저출생·인구가족 정책 매니페스토 공동선언’ 행사를 개최했다.

    파편화된 현금 지원 요법은 그만

    황인자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지난 18년간 대한민국은 저출생·고령화 대응에 3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며 “정책이 가족을 하나의 유기적 생명 공동체로 보지 않고 여성·아동·청년·노인이라는 파편화된 개인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대증요법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특정 성별이나 세대를 가르는 분절적 정책에서 벗어나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구성원이 돌봄 주체이자 수혜자가 되는 ‘포용적 가족 정책’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이명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가족친화적 인구정책 강화’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발제자로 나선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현재 “서울시가 공급하는 주택은 1∼2인 가구 중심으로 설계돼 3세대 동거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면서 “이로 인해 조부모의 돌봄 참여가 제도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돌봄 부담이 외부 서비스로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형 3세대 동거주택 도입’을 제안하며 “동일 주택에서 독립 출입구와 욕실을 갖되 공동 거실을 공유하는 구조를 표준 모델로 설계하고, 임대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은실 고려대 겸임교수(소비와가치연구소장)는 ‘경제적 정책에서 문화가치적인 정책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를 주제로 한 발표의 발제자로 나서 “물질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것이 좋은 부모라는 과시적 양육 문화에서 벗어나 정서적 유대와 연대 중시의 가족관계를 회복하는 부모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상위 1%의 초호화 양육 예능프로그램 노출을 지양하는 동시에, 평범한 일상에서 가족이 누리는 소소한 기쁨과 연대의 가치를 조명하는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 조영철 기자

    이명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운데)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토론회. 조영철 기자

    가족 중심 서울, 미래를 여는 7대 핵심 전략

    이 같은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국책연구기관의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가족 중심 저출생·인구가족 정책 매니페스토는 ‘가족 중심 서울, 미래를 여는 7대 핵심 전략’으로 집약됐다. 첫 번째는 1인 가구의 공동체 회귀를 위한 ‘세대 및 계층 통합’이다.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서울의 현실을 타개하고자 동 단위 ‘공유 거실’을 전면 확충하고, 노장청(老壯靑) 세대 멘토링 및 사회적 가치 포인트(Time Bank) 제도를 도입해 끊어진 세대 간 끈을 다시 잇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0세부터 100세까지 틈새 없는 돌봄 책임제를 통한 ‘완전 돌봄’이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권역별 ‘서울아이 거점’을 확충하고, 조부모의 돌봄 노동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서울형 조부모 돌봄수당’을 보편화한다. 또한 초등학교 방학 돌봄 공백 해소 및 노노(老老) 케어를 활성화한다. 

    세 번째는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일-가정 양립’이다. ‘아빠 육아휴직 의무화’를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대체 인력 안심 뱅크’ 설립 및 업무를 분담한 직장 동료에 대한 ‘상생 수당’ 지급으로 직장 내 징벌적 문화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네 번째는 서울형 가족 주거 사다리 구축을 통한 ‘주거 안정’이다. 자녀 출산에 비례해 평형을 넓혀갈 수 있는 ‘성장형 장기전세주택’을 대거 도입하고, 조부모·부모·자녀가 함께 사는 ‘3세대 동거 가구’는취득세와 재산세를 파격적으로 감면해주자는 제안이다.

    다섯 번째는 생명 존중 의료 안전망을 통한 ‘건강권 보장’이다. 난임 시술비 지원의 소득 기준과 횟수 제한을 전면 폐지하고, 24시간 ‘가족 안심 소아응급센터’를 전 자치구에 확충해 부모의 의료 비용과 야간 응급 진료 공포를 종식하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가족 단위 지방세 혁신을 통한 세제 및 경제 지원이다. 가족 수가 많을수록 세금이 파격적으로 줄어드는 프랑스식 가족계수제 모델을 지방세에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단발성 복지 예산을 통폐합해 2조 원 규모의 ‘서울 가족 행복 기금’을 조성한다.

    일곱 번째는 가족행복특별시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거버넌스 혁신이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가족 친화성을 따지는 ‘가족 영향 평가제’를 의무화하고, 분절된 행정을 타파하기 위해 시장 직속의 ‘가족행복특별시 통합본부’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가족 행복의 세계적 표준 모델로 거듭나기를”

    참석자들은 이번 선언문이 단순히 선거용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1000만 서울시민과 함께 무너진 가족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지속가능한 서울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이번 선거가 정쟁의 장이 아닌 가족과 생명, 그리고 미래를 위한 철학을 검증하는 장이 되기를 촉구했다.

    황인자 상임대표는 “1000만 시민의 삶의 터전인 이 도시가 2025년 기준 합계출산율 0.63이라는 전례 없는 인구 절벽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면서 “가정이 살아야 서울이 살고, 서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우리의 매니페스토가 차기 서울특별시장의 시정 철학으로 온전히 수용돼 이 도시가 ‘가족 행복의 세계적 표준 모델로 거듭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출산율 반등 안심할 정도 못 돼, 가족 가치 다시 생각해야”

    황인자 한국가족단체협의회 상임대표 

    황인자 한국가족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조영철 기자

    황인자 한국가족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조영철 기자

    최근 출산율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저출생 문제가 정치인들의 최우선 공약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그렇다.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이 문제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각하고자 지난해 말부터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물이 7대 핵심 전략을 담은 매니페스토이며, 오늘 토론회도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했다. 기존 개인주의,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가족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저출생 문제가 왜 가장 중요한 이슈인가.

    “국가적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서울시에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은 합계출산율이 0.63으로 가장 낮아서다. 핵심은 여성·아동·청년·노인으로 분절하지 말고 ‘가족 중심’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자는 것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서울시가 앞장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선도 모델이 되면 전국적으로 벤치마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매니페스토 공동선언 이후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되나.

    “일단은 이번 매니페스토를 서울시장 각 후보 캠프에 전달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이 정책들이 각 후보의 정책 공약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또 서울시장으로 당선한 후에는 얼마나 실천해나가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CJ그룹 여직원 330여 명 개인정보 유출… “내부 소행 가능성”

    막판 협상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재원·제도화 두고 입장차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