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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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 걷던 독일, 프랑스·네덜란드전서 화끈한 공격으로 살아나

[위클리 해축] 나겔스만 감독의 극단적 공격 전술이 선수 개인기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

  • 임형철 스포티비 해외축구·스카이스포츠 K리그1 해설위원

    입력2024-03-3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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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 이후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은 내리막을 겪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80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2020에서는 잉글랜드에 덜미를 잡혀 16강에서 일찍 대회를 마쳤다. 요아힘 뢰브 감독과 결별하고 한지 플리크 감독 체제로 나선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도 부진은 이어졌다.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이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 명가 독일의 자존심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월드컵 4회 우승 독일의 연이은 굴욕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GETTYIMAGES]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 [GETTYIMAGES]

    독일은 6월 열리는 유로2024 개최국이다. 하지만 2023년 A매치에서도 부진이 이어져 개최국의 굴욕을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지난해 독일의 A매치 성적은 11경기에서 3승 2무 6패였다. 일본전 1-4 대패 후 플리크 감독이 경질됐고, 10월 A매치부터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4경기에서 1승에 그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행히 올해 첫 A매치인 3월 23일(이하 현지 시간) 프랑스와 친선전에서 독일은 2-0으로 승리했다. 3월 26일 네덜란드와 친선전도 2-1로 승리하면서 독일은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23년 A매치와 다르게 서서히 나겔스만 감독이 원하는 축구 윤곽이 드러나는 듯 보인다. 게다가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토니 크로스의 맹활약, 분데스리가 선두 팀 바이엘 04 레베쿠젠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져 독일 대표팀의 전력이 한층 강해졌다. 프랑스전은 향후 독일 대표팀이 어떻게 유로2024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모범적 경기였다.

    독일 대표팀의 나겔스만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는 무엇일까. 나겔스만은 최전방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를 극대화한다. 다른 감독들은 공격 시 3-2-5 혹은 2-3-5 대형을 쓰면서 전방에 5명을 올리는 편이다. 이들 5명은 각각 최전방 공격수 1명, 측면 공격수 2명, 좌우 중앙 미드필더 2명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겔스만은 여기에 1명을 추가해 최전방 공격에 가담하는 숫자를 6명 정도로 유지한다. 다른 감독들에 비해 좌우 풀백을 높은 위치까지 올리는 편이라 자연스레 전방 숫자가 늘어날 때가 많다.

    이처럼 전방에 더 많은 선수를 배치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최근 프랑스전을 예로 들면 독일은 최전방 공격수 카이 하베르츠와 공격형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 좌우 측면의 플로리안 비르츠와 자말 무시알라까지 상대 페널티 박스로 침투시켰다. 이때 프랑스 백포 수비는 독일 공격 자원 4명을 막고자 페널티 박스로 좁힐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 백포 수비가 중앙으로 좁힌 만큼 좌우 측면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이때 독일은 왼쪽 풀백 막시밀리안 미텔슈테트와 오른쪽 풀백 요주아 키미히를 높게 전진시켜 프랑스 백포 수비가 비운 측면 빈 공간을 공략했다. 좌우 풀백의 움직임 덕에 나겔스만의 독일은 전방 선수 6명이 공격에 가담한 반면, 프랑스는 수비수 4명으로 상대팀 6명을 막아야 했기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프랑스는 수비를 강화하고자 중앙 미드필더와 좌우 측면 공격수에게도 수비 가담을 요구했고, 프랑스 선수진의 무게중심이 아래쪽으로 밀리면서 경기 주도권을 독일에 빼앗겼다.

    이처럼 나겔스만의 전략은 최대한 많은 인원을 공격에 집중시켜 상대가 수비에 많은 선수를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면 그만큼 공격 빈도가 늘어나고 골을 넣어 승리할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후방에는 적은 수의 선수만 남아 있기 때문에 미드필더의 후방 빌드업 능력과 수비수들의 수비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나겔스만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후방의 견고함이 필수 요소인 셈이다.

    ‘돌아온 교수님’ 토니 크로스 맹활약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토니 크로스가 3월 23일(현지 시간) 프랑스와 A매치 친선전에서 공을 몰고 가고 있다. [GETTYIMAGES]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토니 크로스가 3월 23일(현지 시간) 프랑스와 A매치 친선전에서 공을 몰고 가고 있다. [GETTYIMAGES]

    이번 프랑스전에는 반가운 얼굴이 선발 출전했다. 최근 대표팀 은퇴를 번복한 34세 베테랑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다. 크로스는 2021년 여름 이후 3년 만에 독일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다. 경기 시작 7초 만에 비르츠의 선제골을 도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겔스만은 후방에 적은 수의 선수만 두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패스를 풀어내는 능력이 많이 요구된다. ‘돌아온 교수님’ 크로스는 개인기로 독일 대표팀의 빌드업을 훌륭히 이끌며 후방에서 중심을 잘 잡았다.

    최근 분데스리가 선두 팀 레버쿠젠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요나탄 타의 존재감도 대단했다. 요나탄 타는 파트너로 나온 안토니오 뤼디거와 함께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프랑스 대표팀의 공격을 훌륭히 방어했다. 크로스의 파트너로는 레버쿠젠의 로베르트 안드리히가 선발 출전했는데, 이곳저곳을 누비며 크로스의 약점인 기동력을 제대로 보완해줬다. 타와 안드리히의 활약 덕에 독일은 불안한 수비력과 밸런스 문제를 극복하며 프랑스전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점수는 2-0이었지만, 두 팀의 경기 내용 격차는 그 이상이었다.

    독일은 특급 골잡이 게르트 뮐러,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자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 전문 공격수 화력이 전통적으로 막강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 팀 전력이 약화됐고, 이는 메이저대회 부진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일은 다시 최전방 공격수 선택지가 많아졌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아스날에서 폼을 끌어올린 카이 하베르츠와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활약하는 니클라스 퓔크루크 덕이다.

    하베르츠는 최근 아스날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되며 폼을 끌어올렸다. 팀에서 위치 선정, 움직임 등 장점을 극대화한 덕에 자신감이 붙었다. 나겔스만의 독일 대표팀도 하베르츠에게 자유도를 부여함으로써 넓은 움직임이라는 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비르츠, 무시알라와 조합도 잘 맞아 프랑스전에서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혹시나 하베르츠가 부진해도 퓔크루크를 대안으로 세울 수 있다. 퓔크루크는 큰 키와 단단한 몸을 활용한 공중 볼 경합 능력, 원터치 연계, 힘 싸움이 강점인 전통 공격수다. 득점력도 좋아 독일 최전방 옵션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승리만으로 독일 대표팀의 향후 성적을 낙관할 순 없다. 가령 프랑스는 앙투안 그리에즈만의 부상 이탈로 전력 핵심이 빠진 채 경기에 임했고, 공격에 애를 먹었다. 결국 나겔스만 전술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독일 대표팀의 변수다. 후방에 적은 수의 선수만 남겨두는 극단적 공격 전술은 개개인의 능력을 많이 요구하는 게 사실이다. 크로스가 있는 중원에서 기동력 문제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수비진이 얼마나 견고하게 버틸 수 있을지가 유로2024 본선에서 관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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