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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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 찍었다” 빅데이터로 본 하반기 부동산 투자전략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서울 도시정비사업, 수도권 일자리 밀집 지역 주목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입력2023-08-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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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에선 현재 집값이 ‘바닥’을 찍었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다. 수년, 수십 년간 장기 집값 사이클,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만이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한다. 세법, 대출규제, 교통호재 등이 모두 부동산시장에서 중요한 변수지만, 그 기저에는 시장 사이클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추출한 2023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3대 키워드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투자전략을 세워보자.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시스]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뉴시스]

    1 집값 바닥 확인

    부동산은 심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수많은 댓글은 대중심리를 흔든다. 지난해 겨울부터 “부동산 폭망, 10년 전 가격이 다가온다”와 같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글이 SNS를 도배하면서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단념했다. 매도 타이밍을 놓친 유주택자는 추가 손실을 우려하게 됐다. 집값 향방에 대한 심리를 가장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한국은행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기준점=100포인트)는 지난해 11월 그야말로 바닥 밑 지하실 수준인 61포인트를 딛고 올해 6월 기준점인 100포인트에 도달했다(그래프1 참조). 7월에는 기준점을 넘어서는 102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쉬지 않고 회복세를 보인 집값 상승 심리는 대한민국 집값의 바닥이 바로 ‘여기’임을 확인시켜준다.

    SNS 타고 확산된 ‘부동산 폭망론’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회복세다. 지난해 9월 1만8000건으로 장기 평균 수준을 한참 하회하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2월 3만 건을 돌파한 후 5월 4만 건 고지에 올랐다. 혹자는 “거래량이 증가했다지만 여전히 급매물 중심의 하락 거래가 대부분 아닌가”라며 바닥론을 의심할 것이다. 이런 의심도 통계로 반박할 수 있다. 거래의 질적 흐름을 알려주는 ‘상승 vs 하락 거래’ 비중을 따져봐도 7월 전국 실거래가의 상승 거래 비중(45%)이 하락 거래 비중(42%)을 역전했다. 국내 부동산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서울 실거래가의 상승 거래 비중(46%)도 하락 거래 비중(38%)을 앞서며 집값이 바닥을 찍었음을 입증한다. 이제 과도한 폭락론에서 벗어나 부동산시장을 직시할 때가 온 것이다.

    2 부동산시장 정상화

    ‘바닥’이 확인됐다지만 과거처럼 집값이 급격히 과열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2020~2021년처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폭등하고,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는 족족 청약이 1순위에 마감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대출금리가 5%대에서 무게를 잡고 있는 데다, 증권사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어디까지 파급될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도 변수다.

    대세 상승·하락 없는 개별 장세

    2021년 전국 미분양은 역대 최저 수준인 1만 채까지 감소해 거의 모든 곳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올해 5월 미분양은 6만8000채를 기록해 ‘정상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부동산시장이 과열 국면이던 시절에 비해선 늘었지만, 미분양 주택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모습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의 3분의 1인 약 2만 채가 대구와 경북 포항·경주에 집중돼 있다. 반면 수도권 미분양은 1만 채에 그친다. 전국 인구의 6%를 차지하는 대구, 포항, 경주 등 3개 지역에 2021~2022년 주택 6만6000채가 공급됐다. 수요 대비 공급이 과잉이던 지역에선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전국 인구의 51%가 사는 데다, 지방으로부터 인구가 꾸준히 유입되는 수도권은 미분양 물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편 지방에서도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광주는 올해 상반기 평균 8 대 1의 우수한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탄탄한 산업단지가 있는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도 상반기 각각 28 대 1, 30 대 1을 보였다. 부동산시장에 떠돌던 폭락론과 지방 인구절벽 우려를 보기 좋게 반박한 것이다. 수요자가 많고 산업 및 개발호재가 담보된 곳의 부동산은 높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반면 공급과잉과 신기루 같은 호재가 난무하는 곳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개별 지역의 부동산 흐름이 결정되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

    3-1 유망 지역: 회복세 보이는 재고주택시장

    부동산 대세 상승과 하락이 사라진 장세에서 어떤 데이터를 주목해야 할까.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심리다. SNS에서 많이 거론되고 거래 시세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지역별 대표 단지의 가격 흐름이 매수심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KB 시세총액 톱(TOP)20 가격지수’는 지역별 시세총액이 높은 상위 20개 단지의 가격 흐름을 추종하는 지수다. 개별 지역의 부동산 흐름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반영한다.

    서울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강남권의 경우 강남구 선도 아파트 가격변동률이 5월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그래프2 참조). 송파구는 4월부터 선도 아파트 가격 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돼 7월 1.35%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초구보다 강남구, 강남구보다 송파구의 집값 회복이 빠르다는 것은 재건축 사업의 뚜렷한 청사진이 서울 집값 흐름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재건축 청사진이 신속통합기획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으로 확정됐다. 조합이 설립된 송파구 재건축 단지 약 2만 채는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시공사 선정이 가능해져 사업 추진력을 얻었다.

    구체적인 개발 계획에 주목하는 시장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7월 선도 아파트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마포구(0.54%), 성동구(0.05%), 용산구(-0.62%) 순으로 용산구 가격 흐름이 지지부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용산공원, 용산정비창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발표됐지만 하나같이 10년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시장은 좀 더 구체적인 개발 가이드라인과 타임 스케줄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의 경우 7월 들어 선도 아파트 가격 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이 발표됐는데, 이에 따라 50층을 넘어 60~70층을 바라볼 수 있는 청사진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또한 성수동 삼표레미콘공장 부지를 한강변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국제설계공모가 진행 중인 점도 성동구 부동산의 호재다. 실제 사업 착공 전까지 해당 부지에 문화공연시설을 설치하는 계획도 발표돼 기대감을 더한다.

    재건축·재개발 안전진단 규제 완화 수혜지인 양천구와 노원구의 7월 선도 아파트 가격 흐름은 어떨까. 노원구(-0.99%)는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양천구는 5월(0.66%) 상승세로 돌아서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두 지역의 희비는 기존 소형아파트 투기 수요가 가른 것으로 보인다. 소액 단기투자가 용이한 20평형 이하 소형아파트의 비중은 노원구(29%)가 양천구(11%)보다 높다. 전국 부동산시장이 과열됐던 2021년 노원구 20평형 이하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률(27%) 역시 양천구(9%)의 3배 수준에 달했다. 과도한 투기 후유증이 노원구의 부동산 가격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경기도 선도 아파트 가격 상승 흐름은 ‘반세권’(반도체 산업단지 인근 지역)인 용인과 화성, 수원이 주도하고 있다. 화성은 5월 이후 완연한 상승장으로 돌아섰다(그래프3 참조). 수원 영통구는 6월, 용인 기흥구는 7월 상승 반전해 미래 일자리 비전이 수도권 장세를 견인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인천의 경우 5월부터 송도신도시가 자리한 연수구가 상승 반전으로 돌아섰다. 지방에서는 세종이 4월, 대구 달서구가 7월부터 상승 반전 흐름을 기록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세종, 대구 달서구의 상승 반전이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도권과 지방 할 것 없이 전통적인 A급지의 우량 단지가 고점 대비 30% 하락한 경우 시장은 이를 저점으로 판단해 적극 매수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3-2 유망 지역: 훈풍 부는 분양시장

    분양시장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수도권 민간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올해 1분기 77%를 기록했다. 수도권에 1000채 규모 단지가 분양되면 6개월 안에 평균 770채가 판매된다는 뜻으로, 분양시장의 양호한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에선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아파트)이 분양시장에 불을 붙이며 수십 대 1 경쟁률이 뉴노멀이 됐다. 경기도에선 광명 재건축 단지들이 대표적인 준(準)서울 분양 물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경기 의왕 부동산시장도 최근 분양이 조기 완판돼 고평가 리스크가 해소됐다. 올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 단지 중 서울은 이문휘경뉴타운, 신반포지구, 잠실 분양 단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경기도에서는 광명뉴타운, 수원/안양의 역세권 단지 청약을 노려볼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분양 두 자릿수 경쟁률 ‘뉴노멀’

    지방 분양시장도 호조를 보인다. 최근 춘천 분양 단지가 1순위 경쟁률 28 대 1을 기록하며 강원 분양시장의 회복을 알렸다. 부산에선 남구 대연동 분양 단지가 1순위 경쟁률 15 대 1을 기록했다. 충남 천안은 천안역 구도심의 미분양 물건이 쌓여 있지만, 향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천안역 개통이 가시화될 경우 분양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지방 분양시장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지역’이다. 미래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지방 도시가 어느 곳인지 힌트가 담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충북 청주, 경북 포항, 전북 새만금, 울산이 2차전지 특화단지로 선정됐고, 2030년까지 약 30조 원의 민간투자가 예정됐다. 충남 천안과 아산에는 2026년까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산업 분야 민간투자 약 17조 원이 계획돼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는 올해 상반기 집값이 급락 공포를 벗어나 바닥을 찍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하반기부터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른 개별 장세와 정상화 장세가 펼쳐질 것임을 시사한다. 서울의 경우 도시정비사업 청사진이 뚜렷할수록 유동성이 몰릴 테고, 수도권은 준서울 지역과 일자리 비전이 뚜렷한 곳에 매수세가 집중될 것이다. 지방에서는 강원과 부산 청약시장이 하반기 투자심리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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