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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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강력한 무기는 어른이 갖지 못한 ‘투자 기간’”

자산배분 전문가 김성일 ‘내 아이를 위한 마법의 돈 굴리기’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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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3-07-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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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종잣돈 크기가 아니라 ‘투자 기간’과 ‘투자 수익률’입니다. 특히 아이에게는 어른이 갖지 못한 ‘투자 기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존재하죠. 만약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매달 30만 원씩 투자해 연 7.2% 수익률을 올린다면 20세 때 계좌 잔고는 1억5667만 원이 됩니다. 35세 때는 5억3995만 원이 되고요. 아이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

    자산배분 전문가 김성일 씨가 베스트셀러 ‘마법의 돈 굴리기’와 ‘마법의 연금 굴리기’에 이은 3부작 최신판을 펴냈다. 자녀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세상 부모들의 마음을 담아 쓴 ‘내 아이를 위한 마법의 돈 굴리기’가 그것이다. 그는 책을 통해 시간 흐름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리 효과를 설명하고,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연 7.2% 수익률이 가능한 자산배분 투자 포트폴리오(K-올웨더)를 제안한다.

    홍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IBK기업은행에 다니던 시절 두 아이를 키우며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하다가 자산배분 투자에 눈뜨게 됐다. 자산배분 연구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금융공학MBA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프리즘투자자문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2019년 1월부터 ETF(상장지수펀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운용 중인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 누적 수익률이 올해 3월 말 기준 37.6%로, 연환산 수익률은 7.8%다. 자세한 성과 내용은 개인 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다.

    자산배분 전문가 김성일 씨. [조영철 기자]

    자산배분 전문가 김성일 씨. [조영철 기자]

    움직임이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배분

    ‘매달 30만 원으로 종잣돈 5억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할까.

    “먼저 30만 원은 아이가 태어나면 나오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에 10만 원가량을 더한 금액이다. 이것을 예적금이 아닌 증권 계좌에 넣어 연수익률 7.2%를 거두면 자녀가 35세가 됐을 때 원금은 1억2600만 원이지만 잔고는 5억 3995만 원이 된다. 많은 이가 안전하다는 이유로 예금을 선호하지만 예금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시간이 굉장히 길다. 결국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이때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하고 자산배분 투자라면 그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자산배분 투자는 정확히 무엇인가.

    “유대인은 자녀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하고, 부모는 그때 모인 축하금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해 불린다. ‘탈무드’에는 ‘모인 돈 가운데 3분의 1은 사업, 3분의 1은 토지에 투자케 하고, 3분의 1은 예비로 남겨두게 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걸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각각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으로 치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산들은 서로 움직임이 다른 특징을 지닌다. 주식은 대박이 나기도 하지만 변동성이 커 손실이 날 수 있다. 주가 하락 시 가격이 상승해 보완해주는 것이 채권이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빠지는 시기도 있는데, 이때는 현금이 보완 역할을 한다. 현금으로 좋은 주식과 채권을 싼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움직임이 다른 자산에 투자해 어떤 상황에서도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 자산배분이다. 유대인 투자법을 좀 더 발전시킨 방법 가운데 유명한 것이 세계적인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이끄는 브리지워터가 운용하는 ‘올웨더(All Weather)’다.”

    레이 달리오의 ‘올웨더’와 다른 ‘K-올웨더’

    올웨더와 K-올웨더는 어떻게 다른가.

    “‘경제의 모든 계절을 커버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은 ‘올웨더’는 경제성장률이 기대보다 높거나 낮을 때, 물가승상률이 기대보다 높거나 낮을 때 각각 많이 오르는 자산이 다르므로 이것들을 한꺼번에 가져가자는 투자 방식이다. 그런데 올웨더를 분석해보니 자산이 미국 주식이나 미국 국채 위주인 데다 지역 분산도 안 돼 있었다. 미국이라고 항상 투자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올웨더와 유사성은 있지만 한국인 투자자에게 더 적합한 K-올웨더를 만들게 됐다. 미국 주식, 한국 주식, 미국 국채, 한국 국채, 대체투자(금)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아 분산투자를 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자산의 경우 환노출을 통해 달러 움직임을 쫓아 통화 분산까지 가능하게 한, 올웨더를 이기는 투자법이다(표 참조).”

    K-올웨더가 담고 있는 자산들에 대해 설명해달라.

    “앞서 말한 대로 미국 주식(ACE 미국S&P500), 한국 주식(KOSEF 200TR), 미국 국채(KODEX 미국채10년선물), 한국 국채(ACE 국고채10년), 대체투자인 금(ACE KRX금현물), 현금성 자산(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등 총 6개를 담고 있다. 손쉽게 자산배분 형태를 띤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지만 운용 보수가 비싸고 매매가 되게 번거롭다. 그래서 나는 보수가 0.015%로 굉장히 싸고 쉽게 매매할 수 있는 ETF 상품을 이용한다. 사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S&P500 상품도 많은데 기왕이면 운용 보수는 저렴하고 거래량은 많은 상품으로 선택했다. 이렇게 일단 자산을 구성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최적의 자산배분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결론부터 말하면 정답은 없다. 다만 내 경우에는 자산배분을 오랫동안 큰 규모로 해온 국내 및 해외 연기금에서 힌트를 얻어 비중을 나눴다. 그리고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성장형, 중립형, 안정형으로 세분화했다.”

    한 번 세팅한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져가도 되나.

    “안 될 것은 없다. 다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의 목적 자체가 안정성을 가져가는 건데 리밸런싱을 하지 않으면 결국 주식 비중이 커져 주식투자를 할 때와 같은 모양으로 움직이게 된다. 변동 폭이 커진다는 뜻이다. 자산배분은 6개 자산이 다리가 돼 테이블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것과 같다. 하나의 자산이 커지면 테이블이 기울게 되므로 비중이 커진 자산을 매도해 균형을 맞추고, 반대로 하나의 자산이 많이 빠져 기울면 추가 불입액으로 비중이 작아진 자산을 더 사 다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꾸준히 리밸런싱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귀찮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다. 만약 오른 자산을 팔아 빠진 자산을 사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진다면 그대로 뒀다가 다음 적립 때 빠진 자산을 사는 방법도 괜찮다. 핵심은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보통의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아이 통장에 적립하는 날 리밸런싱을 하는 정도면 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35년 뒤 5억 원이 큰돈이 아닐 수도 있는데.

    “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투자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25세까지는 부모가 매달 30만 원씩, 이후에는 자녀가 바통을 이어 65세까지 매달 50만 원씩 투자했을 때를 백테스트해봤다. 1976년부터 1999년까지 24년간은 고물가 시기로 물가상승률이 연 8.1%였고, 2000년부터 2022년까지는 2.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통상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 정도이므로 미래에도 그 정도 수준이라 가정하고 계산하니 물가상승분 감안 전 52억 원이던 잔고가 현 기준으로 19억 원 가량이 됐다. 그 정도 돈이면 65년 후라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4~5%대 고물가가 계속될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에는 주식, 국채, 금 등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가 오르니 포트폴리오 수익률도 더 올라갈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해 투자를 안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투자해야 한다. 또 하나, 월 투자금인 30만 원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지만 먼 훗날에는 굉장히 적게 느껴질 것이다.”

    자산 가격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면 지금이 가장 쌀 수도 있겠다.

    “맞다. 그래서 투자를 언제 시작해야 하냐고 묻는 분들에게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말이다. 특히 자산배분 투자는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 우상향하기에 지금 가격이 가장 싸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모가 직접 운용해야 투명하고 효율적

    자산배분 투자를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방법은 없나.

    “시중에 자산배분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는 펀드들을 분석해본 결과 수익성이 좋은 상품이 별로 없었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총 보수(운용 수수료)가 연 1~2%다. 투자금이 쌓여갈수록 총 보수도 늘어나니, 20년간 운용하면 총 보수비용도 굉장히 크다. 나는 부모가 직접 운용할 것을 권하는데, 귀찮을 수 있지만 투명하고 저비용이며 효율적이다. 물론 직접 운용하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회사에 들어갔을 때도 월급을 받기 위해 일정 기간 회사 측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지 않았나. 자산배분은 기본 틀만 이해하면 초보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법이다. 처음에는 매매를 잘못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커버하는 방법을 배우고 익숙해지면 어렵지 않다.”

    하나의 종목이나 상품만 장기간 묵혀 대박 날 수는 없을까.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인데 안타깝지만 그런 상품은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S&P500을 꾸준히 사면 큰 수익이 난다며 모은 분들이 있었는데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바람에 힘들어했다. 물론 그럼에도 꾸준히 투자한 분은 올해 다시 올라 돈을 벌었겠지만 아닌 분은 적잖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산배분 투자는 6개 자산군을 꾸준히 사 모으며 큰 스트레스 없이 자산을 불려가는 방법이다.”

    아이를 위한 자산배분 투자는 왜 구상하게 됐나.

    “투자 관련 강의를 하며 만난 분들 상당수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도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을 많이 해왔다. 은행에 다닐 때 함께 근무했던 동기나 선후배들, 금융회사 직원, 심지어 자산운용사 대표도 ‘아이를 위한 건데 주식 위주 투자는 위험한 것 같다’며 같은 질문을 했다. 그중에는 직접 은행이나 증권사에 가서 물어본 분도 있었는데 당연히 그 회사에서 팔고 있는 상품 위주의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마다 개별적으로 답변을 해드리다가 부모가 직접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려 포트폴리오부터 운용 방법까지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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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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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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