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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이대남 선동? 이대남이 국민의힘 길들였다”

임명묵 작가 “민주화·산업화 가치 무너진 시대, 정치권이 새 비전 보여야”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이준석이 이대남 선동? 이대남이 국민의힘 길들였다”



임명묵 작가가 3월 15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임명묵 작가가 3월 15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주간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3·9 대선에서는 20대 이하 남녀 표심이 확연히 갈리면서 ‘젠더 갈등’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선 당일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이대남(20대 남성)과 이대녀(20대 여성)가 각각 윤석열,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하면서 20대 이하 남녀 유권자 표심이 대비되는 양상을 보였다(그래프 참조). 그런 가운데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0.73%p에 그치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2030 여성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명묵(28) 작가 역시 3월 15일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표차가 없다시피 했다”며 “한국 사회가 분열됐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선”이라고 분석했다. 임 작가는 이어 이대남이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얻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선거전략 자체는 승리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어떻게 이대남 마음을 얻었을까. 임 작가는 지난해 베스트셀러 ‘K를 생각한다’를 통해 1990년대생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든 바 있다. 그에게 대선에 나타난 20대 심리를 물었다.

“이준석 전략, 선거 승리 도움 돼”

성별 분열 양상은 왜 심화됐나.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종류의 정체성이 표심을 결정하는 요소로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중요했던 지역, 계급 등에 기반한 정체성이 20대 사이에서는 잘 형성되지 않았다.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가 서로를 적대 세력으로 인지하며 공격을 주고받는 양상도 수년간 이어졌다. 젠더 갈등을 경험한 사람은 무엇보다 관련 문제를 중요시한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기 관점을 전파한다. 이런 양상이 점차 확대되며 나타난 결과다.”

이대남과 이대녀는 어떤 이슈를 중심으로 결집했나.

“남성의 경우 명확하게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 이슈를 두고 결집했다. (여가부 폐지는) 너무나 상징적 이슈다. 여성들은 반대 결집을 했다. 20대 남성이 윤 당선인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20대 여성들도 결집한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교하면 이대남 결집이 약했다.

“선거 성격이 다르다. 보궐선거의 경우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마련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정치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대선은 정치 저관여층도 많이 참여한다. 선거가 전국 단위인 점, 윤 당선인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갖는 차별성 등도 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소 지지율 격차로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이준석 책임론’도 일었다.

“특정 사안을 평가할 때 총론과 각론을 분리해 다뤄야 한다. 결과론적일 수 있지만, 이 대표의 ‘대전략’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됐다. 선거 승리에만 초점을 둔다면 효과가 있는 전략이었다. 다만 좀 더 섬세하게 (선거운동을) 했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다.”

이 대표의 대전략이 무엇이었다고 보나.

“여가부 폐지 공약, 호남 공략 등을 통해 ‘새로운 지지층’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20대 남성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전통적 보수 정당 지지층이 아니다. 물론 이 대표의 몇몇 발언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비슷한 실수가 이어졌다면 역으로 민주당이 20만 표 차이로 선거를 이겼을 수도 있었다.”

“이전 대선 20대 표심 봐야”

임 작가는 과거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들이 대선에서 2030 유권자들로부터 얻은 지지율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대 이하 남녀 유권자로부터 각각 37.3%, 30.6% 지지율을 얻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대 이하 유권자로부터 42.5% 지지율을 획득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모두 20대 이하 득표율에서 윤 당선인보다 낮았다.

“많은 표심 분석에서 준거점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20대 남성 득표율인) 72.5%에 둔다. 대선에서 어떻게 (특정 집단에서) 이 같은 지지율을 얻겠나. 이전 대선에서 20대 표심이 어땠는지를 준거로 삼아야 한다. 이들은 명확히 민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 20대 유권자의 절반 지지만 얻어도 성공했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더군다나 20대 여성의 표심 역시 이전 선거에 비해 증가했다.”

“성별 갈라치기로는 잘해봐야 절반의 지지율만 가져갈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20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7 대 3으로 국민의힘이 지고 있는 판이라고 할 때, 이를 5 대 5로만 재조정해도 성공한 셈이다. 원래부터 표심이 반반으로 갈렸던 집단을 다른 기준에 따라 반반으로 재배열하는 것이 아니다. 표심이 밀리던 집단에서 절반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기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다.”

방법론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혐오 대 연대의 대결’ 관점에서 분석한 시각이 많았다.

“각자의 정체성을 형성한 두 집단을 두고 한쪽은 선으로 규정하고 반대쪽은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20대 남성과 20대 여성은 각자 자신들을 연대 세력으로 여길 것이다. 두 집단의 움직임에는 공통점도 있다. 온라인에 근거한 포퓰리즘적 정치 운동이라는 것이다. 한쪽 입장만을 중심으로 ‘연대’ ‘혐오’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을 선동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반대다. 일부 20대 남성이 자신들의 문제의식에 응답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주겠다고 공표하며 정치인들을 길들였다.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상황을 몰아간 것이다. 유권자가 정치인들을 뒤흔들며 통제한 셈인데, 미디어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이 대표의 전략 중 2030 남성에게 실점한 부분은 없었나.

“이 대표는 각종 이슈에 대응하는 차원에만 머물렀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비전이나 세계관을 제시했어야 한다. 청년 세대나 남녀 전반이 공감할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면 더 많은 표심이 따라왔을 것이다. 민주화, 산업화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대이지 않나. 이 대표는 특정 이슈에 대해 대중의 반응이 나타나면 ‘이렇게 해주겠다’며 따라가는 모습만 보였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차기 정권은 젠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도전적인 수를 던졌다. 해당 방법이 효용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지지자의 열망에 반응하긴 해야 한다. 다만 민주당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민주당은 2016년 폭발했던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큰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도 이를 조심해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대중운동이 갖는 강렬한 바람에 휩쓸려 중심을 잃어선 안 된다. 헌법적 가치 등을 지키면서 지지자들 열망에 반응해야 한다.”

“나이 집착, 변화 싫다는 의미일 수도”

민주당 역시 비상대책위원 절반을 2030세대로 구성하며 대응했다.

“나이는 중요하다. 하지만 나이에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다는 의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중국 덩샤오핑은 70대에 중국 개혁·개방을 시작하고, 80대에 이를 완수했다. ‘나이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물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민주당이 비대위 절반을 2030세대로 채웠다지만 ‘새로운 사고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라고 생각해보면 다소 회의적이다. 민주당은 이념적 차원에서 통일성을 강력하게 지향하는 조직이었다. 이것이 민주당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다만 변화 시기에는 이것이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민주당은 어떻게 대응해가야 할까.

“단순히 젊은 사람을 지도부로 올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당 노선에 대한 논의, 그동안 있었던 문제점 등에 대한 재평가, 사상적 전제에 대한 재검토가 이어져야 한다.”





주간동아 1331호 (p12~1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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