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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 강국 목표 이루려면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글로벌 제약 강국 목표 이루려면 패러다임 대전환 필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지호영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지호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부각된 국가 경쟁력은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능력이다. 이 지루한 팬데믹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담당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이제 경제력과 군사력, 첨단기술력 못지않은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자국에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제약바이오주권 확립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지난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기술·의약품 수출액이 2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 백신 국산화를 이루지 못하는 등 과제 또한 적잖다.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한 원료의약품 자급률 확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등도 대표적인 숙제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질적인 도약을 하려면 업계의 투자와 노력이 우선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부의 지원 또한 필요하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만나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현주소와 미래 비전, 향후 과제 등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고군분투 중입니다. 백신주권, 제약바이오주권 확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의약품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의약품이 전략물자화돼가고 있습니다. 백신 확보 경쟁 또한 여전히 치열하고요. 팬데믹으로 방역 및 의료체계가 취약한 나라는 심각한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물론이고, 선진국도 일부 의약품이 부족해 수출 봉쇄 등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상황입니다. 이제 제약바이오산업은 국가 보건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외형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면, 올해는 내실 키우기에 집중해야 합니다. 물론 업계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정부, 민관이 나서서 보건안보 최전선에 있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보건안보 확립이 곧 국부 창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 위한 정부 지원 필수

한국의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는 여전히 높습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요.

“2020년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36%까지 올라갔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2019년까지 원료의약품 70~80%를 외국에서 조달했습니다. 활성원료(API)와 중간체 등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인도에서 주로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량의 40%를 차지합니다. 백신은 한국 제약사 신약 파이프라인 전체에서 비중이 2.6%밖에 되지 않습니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죠. 백신은 개발 과정과 생산시설 면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특히 백신 임상은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집도 어렵습니다. 설령 큰돈을 들여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감염병 대유행이 지난 후에는 기업 입장에서 손해를 볼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손실보장제도 등 백신 개발을 위한 동기 부여가 확실히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신약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2021년 신약 기술이전 규모가 13조 원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코로나19 백신 생산기지로도 급부상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글로벌 혁신 신약을 많이 개발하는 일입니다. 현재 업계가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1500개로, 3년 전(573개)에 비하면 157% 증가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신약 파이프라인 중 신약 개발 완성으로 이어지는 건수는 미미하다는 것입니다. 제약사들이 임상 3상을 넘어 제품 출시까지 가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형 제약사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약 비율을 보면 중소기업 등 최초 등단 기업이 38%를 차지합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런 면에서 올해가 매우 중요하죠.”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해야”

제약바이오는 규제 성격이 강한 산업인 만큼 정부 지침이 중요한데요. 협회 차원에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차기 대선 주자들에게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6대 정책 과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백신주권, 글로벌 허브 구축을 위한 전폭적인 국가 R&D 지원 △원료의약품 50% 이상 자급률 증대 등 종합지원대책 마련 △혁신 신약에 대한 확실한 약가보상체계 마련 △블록버스터 창출, 빅파마(대형 제약사) 육성 위한 임상 3상 집중 지원, 메가펀드 조성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금융 등 재정 및 세제 확대가 그것입니다. 위 내용들이 조금이라도 성과가 있으려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총괄 기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추가로 대통령 직속 제악바이오혁신위원회(가칭)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입니까.

“정부 각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는 통합 거버넌스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정부 지원사업은 체계적이지 않고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하는 기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가칭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는 R&D, 정책 금융, 세제 지원, 규제 법령 개선, 인력 양성, 기술거래소 설치, 글로벌 진출 등을 총괄하면서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정책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제약바이오는 반도체, 미래차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꼽힙니다.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최근 몇 년 사이 미래 주력 산업이자 국민 건강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앞으로 나가야 할 곳은 세계무대입니다. ‘글로벌 제약 강국’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또 한 번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끊임없는 투자와 R&D, 오픈 이노베이션,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업계 생태계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한국 신(新)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제약주권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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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2호 (p52~53)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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