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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씬한 투수, 덩치 큰 타자가 성적이 좋더라

키는 작지만 몸무게 많이 나가는 ‘엄지형’ 타자도 성적 우수

  •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늘씬한 투수, 덩치 큰 타자가 성적이 좋더라

최근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살찌우기에 한창인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동아DB]

최근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살찌우기에 한창인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 [동아DB]

올해 스프링캠프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연 ‘다이어트’입니다. 스프링캠프 출발 전부터 “‘비활동 기간’ 몸무게를 줄여 오지 않으면 캠프에 합류하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구단이 적잖았습니다. 몇몇 구단 프런트는 “캠프 기간에도 우리 팀 선수들이 뺀 몸무게를 모두 합치면 몇백kg이 넘는다”며 흐뭇해하기도 했습니다. 

각 구단이 이렇게 ‘살과의 전쟁’에 열심인 이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고타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선이 우세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파워보다 스피드, 공격보다 수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선수들에게 감량을 주문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김하성(25·키움 히어로즈)은 특이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전히 몸무게를 늘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키 179cm, 몸무게 78kg이라고 등록했지만 올해는 몸무게를 87kg까지 늘린 상태입니다. 

김하성은 “그전까지는 84kg이 개인 최고 몸무게였는데 이번에 더 늘렸다. 힘이 더 강해져야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벌크업(bulk up·근육 크기를 키워 몸무게를 늘리는 것) 때문에 스피드, 순발력이 떨어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현재 몸 상태가 썩 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김하성이 몸무게를 늘리는 건 해외 진출과도 관련 있습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이 지나면 포스팅(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계획입니다. 빠른 발을 앞세워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김하성이 파워까지 갖춘다면 빅리그 팀으로부터 충분히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과연 ‘사이즈’는 프로야구 선수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각 팀 선수들이 KBO에 등록한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선수 성적을 따져보겠습니다.


엄지와 덩치형, 타자로는 적격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엄지형’ 선수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동아DB]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엄지형’ 선수의 대표 격으로 꼽히는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동아DB]

외국인 타자와 (어쩌다 타석에 들어선) 투수를 제외하면 최근 3년(2017~2019) 동안 1군 경기에 단 한 타석이라도 들어섰던 야수는 총 376명입니다. 이 376명을 한 줄로 세우면 가운데 있는 선수는 키 181cm, 몸무게 84kg입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확실히 일반인보다 크고 무겁습니다. 

편의상 이 키와 몸무게 중앙값(median)을 기준으로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선수를 ‘덩치형’, 키는 크지만 몸무게는 적게 나가는 선수를 ‘모델형’,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선수를 ‘엄지형’, 키도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선수를 ‘아담형’이라고 이름 붙여보겠습니다. 

그럼 이 네 그룹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건 어느 쪽일까요. 

정답은 엄지형과 덩치형입니다. 이 3년 동안 엄지형에 속한 선수 59명이 남긴 기록을 모두 더해 OPS(출루율+장타력)를 계산하면 0.789가 나옵니다. 덩치형 131명도 0.788로 사실상 차이가 없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모델형이 0.752로 그다음이었고, 아담형이 0.701로 제일 낮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엄지형 선수 면면을 보면 이들이 덩치형과 엇비슷한 기록을 남긴 게 우연히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32·174cm·84kg), KIA 타이거즈 최형우(37·180cm·106kg), NC 다이노스 양의지(33·179cm·85kg), SK 와이번스 최정(33·180cm·90kg) 등이 엄지형에 속합니다. 김하성은 지난해 프로필 기준으로는 아담형이지만 이번 캠프 때 몸무게 기준으로 따지면 엄지형입니다. 

혹시 투고타저 상황에서는 다른 게 아닐까요. 지난해 기록을 따로 빼면 차이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몸무게가 무거운 쪽이 강세입니다. 지난해 그룹별 OPS는 △덩치형 0.728 △엄지형 0.724 △모델형 0.714 △아담형 0.663 순서였습니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이 키는 어쩌지 못해도 몸무게는 조절할 수 있으니, 타격 기록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몸무게를 늘리는 게 옳은 방법입니다. 그전까지 캠프 때마다 선수들이 바나나와 고구마를 먹어치우면서 살을 찌웠던 것처럼 말입니다.


수비에는 역시 아담형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동아DB]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 [동아DB]

아담형이 타격 기록은 제일 나쁘지만 ‘무거운 선수’는 하지 못하는 일을 합니다. 네, 예상하는 것처럼 이들은 ‘센터 라인’ 수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혹시 모르는 분이 있을까 봐 말씀드리면, 야구에서 센터 라인은 필드 가운데를 지키는 포수, 2루수, 유격수, 중견수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입니다. 

주(主) 포지션이 2루수(179cm·80kg), 유격수(179cm·79kg), 중견수(180cm·80kg)인 선수는 평균 체격 자체가 일반인 기준으로는 결코 아담하다고 하기 힘든 아담형입니다. 이들이 떨어지는 타격 성적에도 1군 무대에서 살아남은 것부터 역시 수비 솜씨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센터 라인에서 딱 한 자리 예외는 포수입니다. 포수(180cm·89kg)는 엄지형이 평균 체격입니다. 이렇게 예상한 분이 적잖을 겁니다. 수비보다 타격이 중요한 포지션인 1루수(185cm·93kg)와 지명타자(183cm·94kg) 역시 많은 분이 예상한 것처럼 덩치형이 평균 체격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델형이 평균 체격인 포지션은 없었습니다. 키는 큰데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선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몸무게를 늘리는 일이 많은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하성 팀 후배인 이정후(22)가 바로 그런 경우. 키 185cm인 이정후는 KBO 프로필상 몸무게는 80kg이지만 역시 이번 캠프 기간 85kg까지 몸무게를 늘린 상태입니다. 

이정후는 “장타를 치고 싶다는 욕심보다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치를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싶어 체중을 늘려가고 있다”며 “갑자기 몸무게가 늘면 밸런스가 틀어질 수 있다. 조금씩 살을 찌워 93kg 정도까지 몸을 키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평균자책점 모델형 투수가 우수

14kg을 감량하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한화 이글스 장민재.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

14kg을 감량하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한화 이글스 장민재. [사진 제공 · 한화 이글스]

반면 투수 쪽에서는 모델형이 성적이 가장 좋았습니다. 같은 기간 1군 경기에 한 번이라도 등판한 투수(외국인 선수 제외) 357명을 한 줄로 세우면 가운데 있는 선수는 키 184cm, 몸무게 89kg으로 야수 쪽보다 더 크고 무거웠습니다. 

이번에도 이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투수를 네 그룹으로 나눴을 때 모델형이 평균자책점 4.76으로 제일 좋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엄지형(4.93)과 아담형(4.99)은 엇비슷했고 덩치형이 5.27로 성적이 가장 좋지 못했습니다. 

수비 영향을 제거한 평균자책점(FIP)을 살펴봐도 모델형이 4.88로 제일 기록이 좋았습니다. 나머지 세 그룹은 △덩치형 5.07 △엄지형 5.07 △아담형 5.06으로 FIP에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체중 감량이 투구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스프링캠프 때 투수 쪽에서 감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제일 많이 들리는 건 한화 이글스 장민재(30)입니다. 키 184cm에 몸무게 98kg이던 그는 14kg가량을 줄인 채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습니다. 

이렇게 누군가는 열심히 찌우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뺐지만 체격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건강입니다. 모쪼록 코로나19의 영향 없이 올해 프로야구 일정을 정상적으로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주간동아 2020.03.06 1229호 (p48~50)

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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