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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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선율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9-29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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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선율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2013년 공연.

    이제 와서 올해가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 조금 새삼스럽기도 하다. 출생일이 아니라 세례일이라고 하지만, 셰익스피어 탄생 기념일은 4월 26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이맘때쯤 그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 필요가 있는데, 바로 10월 초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명작들은 클래식 작곡가들에게도 특별한 영감의 원천이 됐는데, 그중 가장 사랑받았던 작품이라면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아야 할 것이다. 이 유명한 러브스토리는 주인공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사랑의 비극’을 지극히 아름답고 애틋하게 채색함으로써 이른바 ‘4대 비극’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적으로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여기서는 이 작품을 제목으로 한 클래식 음악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먼저 차이콥스키의 ‘환상 서곡’이 있다. 연주시간 20분 정도의 이 낭만적인 관현악곡은 이야기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크게 3가지 음악적 이미지로 요약해 제시한다. 첫째는 서로 적대하는 두 가문, 몬터규 가와 캐풀릿 가 사이 반목과 분쟁을 나타내는 격렬한 음악이고, 둘째는 이제 막 피어나려는 두 젊은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나타내는 음악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로렌스 신부를 나타내는 종교적 음률이 흐른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아름답고 애절한 선율미와 치열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프로코피예프가 옛 소련 시절 남긴 발레음악은 원작의 내용을 가장 충실하게 전달한다. 이 음악은 전 4막으로 구성된 발레 무대를 위한 52개의 크고 작은 관현악 소품들로, 역시 무용수들의 동작과 결합할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을 적절히 배합한 프로코피예프의 다채로운 음악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일부 혹은 전체가 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샤를 구노가 남긴 오페라가 있다. 오늘날 구노는 ‘아베마리아’로 잘 알려진 종교음악가로 기억되지만, 한편으론 쥘 마스네와 더불어 19세기 파리 오페라 무대를 양분했던 오페라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가 49세였던 1867년 초연된 ‘로메오와 쥘리에트’는 오페라 무대의 제약과 당대 관객의 취향 등으로 원작에 상당한 변형을 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캐풀릿 가의 납골당 장면을 그린 결말 부분에서 일어나는데, 원작에선 로미오가 숨을 거둔 다음 줄리엣이 깨어나지만 오페라에서는 로미오가 죽기 전 줄리엣이 깨어난다. 이것은 오페라의 백미인 남녀 주인공의 2중창을 통해 극적인 효과를 높이려고 한 장치로, 원작을 존중하는 이들에게는 비난받을 만하지만 오페라 속 상황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작곡가 특유의 감각적인 선율과 관현악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음악 덕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채색한 음악작품으로 길이 기억할 만하다. 바로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10월 2~5일 상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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