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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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데이트’ 알랑가 몰라

2030 커플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다채로운 공연과 오락거리 차고 넘쳐

  • 박은경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4-07-28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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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데이트’ 알랑가 몰라

    최근 2030세대에게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는 인천국제공항 내부(위)와 야경.

    대학생 원지은(23) 씨는 4월 남자친구와 특별한 장소에서 데이트를 즐겼다. 원씨는 “우리 같은 젊은 커플은 해외여행을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서 창밖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이 됐다”고 했다. 식사하면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원씨가 말한 곳은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4층에 있는 한 패밀리레스토랑이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매년 실시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이 최근 젊은 커플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떠오르고 있다. 4050세대에게 공항은 비행기를 타는 곳에 불과하지만 2030세대에게는 다르다. 적은 돈으로 실속 있고 특별한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은 장소다.

    “하루 종일 재미있는 공간”

    최근 남자친구와 인천국제공항에서 데이트를 즐긴 강재은(23) 씨는 “1층 홀에서 퓨전국악 공연을 보고,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4층으로 올라가니 마치 조선시대 궁궐에 간 듯했다. 피리 소리가 울리고 조선시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행차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공항에서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았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데이트가 가능한 이유는 다채로운 문화공연 등 오락거리와 볼거리가 넘치고, 식사와 쇼핑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직통열차를 타면 43분 만에 인천국제공항역에 도착할 수 있다. 길게 이어진 무빙워크를 타고 여객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널찍한 홀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곳에 재작년 1월 문을 연 영화관이 있다. 영화 포스터가 빽빽이 장식된 영화관 벽면 앞에는 유명 스타들의 핸드프린팅 조형물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영화관 바로 옆에는 하얀 눈꽃이 그려진 패널로 입구를 장식한 스케이트장이 있다. 최근까지 스케이트 대여료만 받고 운영해 데이트 커플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곳은 7월 중순 현재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근처에는 선물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카페, 문구점 등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객터미널 1층에 다다르면 중앙에 위치한 밀레니엄홀을 만나게 된다. 곧게 뻗은 소나무가 무대 양측을 둘러싼 홀에서는 하루 평균 21회의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상시 공연 외에 1년에 4차례 정기공연도 열린다. 취재를 간 날 마침 전통혼례가 공연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100여 명의 사람이 몰려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든 공연은 무료로 볼 수 있고, 개방된 장소에서 수많은 공연이 줄을 잇다 보니 언제든 관람이 가능하다. 8월 5일부터 엿새간 열리는 여름 정기공연에는 가수 김범수, 피아니스트 양방언, 재즈보컬리스트 나윤선 등이 출연한다.

    올해 초 3개월 동안 공항기자단으로 활동했던 김우근(22) 씨는 3월 밀레니엄홀에서 펼쳐진 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관람했다. 그는 “공항에서 공짜로 문화공연이 열린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고 신기했다. 주변 친구들이 내 얘기를 듣고 공항으로 데이트를 많이 다녀왔다”고 했다.

    밀레니엄홀 공연 관람을 마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객터미널 2층에 도착하면 커피전문점과 함께 무료로 이용 가능한 인터넷라운지가 있다. 노트북 10여 대가 설치된 이곳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천공항 데이트’ 알랑가 몰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2층 인터넷 라운지와 연중 각종 공연이 열리는 1층 밀레니엄홀, 밀레니엄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 인순이(왼쪽부터).

    ‘문화공항’ 콘셉트로 연중 공연

    좀 더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이 찾는 장소는 여객터미널 4층이다. ‘한국문화의 거리’라고 부르는 이곳에는 전통 기와를 얹은 정자와 누각 양옆으로 빵집, 패밀리레스토랑이 있다. 누각 뒤편 커다란 통유리창을 향해 배치된 벤치에 앉으면 아래로 비행기 계류장이 한눈에 들어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데이트족에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상의 데이트 장소’이자 ‘공항 데이트의 백미’로 꼽힌다.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정자와 누각을 배경으로 ‘왕가의 산책’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조선시대 복장을 한 임금과 대검을 차고 그를 호위하는 무사들이 왕의 산책 모습을 재연해 이색 볼거리로 평가받는다.

    한편 누각 맞은편에는 ‘소원나무’가 있고 노랑, 빨강, 파랑 등 알록달록한 한지 쪽지가 준비돼 있다. 빽빽이 매달린 소원 쪽지 가운데서 ‘우리 사랑하고 행복하자’ ‘조만간 함께 해외여행 가보자. 사랑한다’ 등 커플이 남겼음직한 글들이 눈에 띄었다.

    소원나무 오른편에는 디지털체험관이 있다. 벽면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화면에는 궁궐, 조선시대 풍속도를 그린 동양화 등의 영상이 흐르고 바닥에서는 수많은 등불, 화선지에 먹이 번지는 장면이 지나갔다. 바닥을 발로 밟으면 발자국에 따라 영상이 점점이 흩어졌다 모이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효과가 눈길을 끌었다.

    실내에서만 맴돌기 답답한 커플은 풀 냄새 가득한 야생초화원을 찾아도 좋다. 인천국제공항 야생초화원에는 금불초, 노루오줌, 구절초, 원추리 등 야생초가 색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공항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 말 공항철도가 개통하면서 공항을 놀이터나 데이트 장소로 삼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는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데이트족이 ‘시원하다’며 많이 찾는다. 재작년 초 영화관 등 오락시설이 들어서고, ‘문화공항’을 콘셉트로 잡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중 공연하는 것이 데이트족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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