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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갈라진 금호家 다시 ‘삿대질’

금호섬유화학 3년간 17회 태클, 금호아시아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갈라진 금호家 다시 ‘삿대질’

갈라진 금호家 다시 ‘삿대질’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건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해도 해도 너무한다.” “2대 주주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다.”

금호가(家)의 갈등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금호산업의 모그룹인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과 사실상 분가한 금호석유화학(회장 박찬구)이 워크아웃 중인 건설회사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다.

이번 갈등은 금호석유화학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금호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방안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을 지원하려고 790억 원 규모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포함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이것이 상호출자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검토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오너의 사재 출연 등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구조조정 막바지에 다다랐는데, 형제기업으로부터 다시 발목이 잡혔다”며 참담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박삼구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셋째, 박찬구 회장은 넷째 아들이다.

공정위와 금융위의 입장 차



앞으로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공정위가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공정위가 출자전환의 법적 성격을 상계(相計)로 보느냐 대물변제(代物辨濟) 수령으로 보느냐가 관건인데, 만약 상계에 해당한다면 상호출자금지 원칙 위반에 해당된다.

이 사안에 대해선 상반된 유권해석 사례가 있다. 2010년 4월 공정위는 금호산업 측이 공동관리 절차에 의한 출자전환이 공정거래법상 대물변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물변제 수령에 해당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같은 해 9월 쌍용건설의 구조조정에서 나타난 출자전환에 대해 상계라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쌍용건설의 경우 연대채무자의 채무 소멸에 관한 판례였기 때문에 이번 금호산업 사례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논리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공정위와 입장 차를 보이는 금융위원회(금융위)다. 금융위 측은 “산업은행이 만든 금호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순환출자 방식이라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해봐야 한다. 대기업 총수가 계열사 지배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의 원칙론에 밀려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이 지체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호산업은 6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88%에 이르러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추자 자금 지원이 없으면 연말쯤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돼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번 이의제기가 금호석유화학의 집요한 흔들기 중 하나이며, 그룹 해체를 노리고 있다는 의심을 품는다. 사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가하고 4년 동안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17건의 소송 및 이의제기를 법원과 공정위 등에 제출했다. 2011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계열 제외 신청, 같은 해 금호렌터카의 대한통운 인수 참여 및 금호산업 주식 매입에 대한 배임 고소, 대우건설 매각 결정 사실 은폐 주장 등을 했지만 신청 거부와 무혐의로 결론났다. 계열 분리 소송에 대해선 서울고법이 지난해 11월 ‘금호산업·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맞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판결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만일 금호석유화학이 진정으로 계열 분리를 원한다면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12.61%)을 매각하면 된다는 처지다. 박삼구 회장은 2011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전량 매각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미루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은 2010년 초 대주주(박찬구 회장 포함)와 채권단이 체결한 합의서의 약속 사항이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 합의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라고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처음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되 우호세력에 매각하지만 않으면 금호석유화학도 미련 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2011년 11월)고 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박 회장의 매각대금 4000억 원이 금호산업 유상증자 등으로 쓰인 것을 확인한 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겠다”고 말을 바꿨다. 2012년 6월 실제로 박 회장이 이 돈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자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를 보며 팔 생각은 없다”(2012년 9월)고 다시 말을 바꿨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원가는 1055억 원이고 지난해 9월 장부상 가격은 1706억 원으로 취득원가보다 장부상 가격이 높아 이익을 보고 있는 상태였다.

그룹 흔들기냐 법리 문제냐

양측의 갈등 사례는 이뿐 아니다. 올해 들어서도 고 박인천 회장의 호인 ‘금호(錦湖)’ 상표권 소송, 아시아나항공 사내인사 신규 선임안 반대 등이 이어졌다. 또 1월 금호산업이 보유하던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이 합법적으로 인수한 것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언론을 통해 부실회사 지분을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한 ‘부당 지원, 모럴헤저드’라고 비방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KAPS의 가치평가는 당시 외부 평가기관인 한영회계, 삼일회계 두 곳이 복수 평가한 객관적인 결과였다고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박삼구 회장은 희생을 통해 기업 살리기에 매달려왔지만, 박찬구 회장은 대주주로서의 책임 경영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한 직후인 2010년 초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의 대주주였는데, 채권단과 협의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상황이 어려워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맡기로 했고, 박찬구 회장은 당시 업황이 좋았던 금호석유화학을 경영하기로 했다. 이때 박찬구 회장은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박삼구 회장 탓으로 돌리며, 자신은 대우건설 인수에 반대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공시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 인수를 결정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임시의장이었다.

2010년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의 100대 1의 차등감자를 감수하며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졌지만, 박찬구 회장은 주가가 폭락하기 전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 건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사재 3330억 원 출연을 단행했다. 금호산업의 경우 감자가 예상됐음에도 기준가보다 20% 할증된 수준으로 참여했다.

박삼구 회장의 이 같은 희생과 노력에도 박 회장이 경영을 맡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아직 워크아웃 중인 반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말 자율협약을 졸업한 상태다.

산업은행은 8월 30일 금호산업의 경영 정상화가 실패하면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주주(박삼구 회장)의 책임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금호산업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생기면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할 예정이다. 정상화를 달성할 경우에는 대주주에 우선매수권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며 “대주주의 책임 경영을 강하게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유화학의 집요한 흔들기로 금호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그룹이 해체될 경우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활용해 계열사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다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문제를 제기한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주간동아 905호 (p68~69)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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