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5

2011.12.05

신화 속의 전쟁 인간을 닮은 진짜 이유는 뭘까

신들의 전쟁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1-12-05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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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 속의 전쟁 인간을 닮은 진짜 이유는 뭘까

    김원익 지음/ 알렙/ 488쪽/ 1만9500원

    “당연하게도 신들의 전쟁은 영웅들의 전쟁의 축소판이고, 주인공은 제우스 신이다. 제우스 신은 그의 형제(부족)들과 힘을 합하여 티탄 12신을 누르고 올림포스 산을 근거로 권력을 잡게 된다. 신들의 왕이 된 제우스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며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여 자신의 왕국을 평화롭게 통치한다. 그래서 제우스의 통치 시기는 로마의 ‘팍스 로마나’와 비견된다.”

    신화 연구가인 저자는 10가지 전쟁 및 영웅담을 모아 영웅 스토리의 유형을 분석하는 동시에 스토리텔링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모든 영웅 이야기의 핵심을 세 가지로 파악한다. 첫째, 영웅 이야기는 결국 전쟁 이야기라는 점 둘째, 영웅 이야기는 ‘시련의 미학’을 통해 정신적 성숙의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 셋째, 영웅의 어린 시절부터 전성기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이야기 구조는 스토리텔링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그리스신화의 모험과 전쟁은 오랫동안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대체로 원작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지만, 최근에는 신화의 상징과 원형까지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는 시도가 늘어났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트로이’(2004)에는 원작 ‘일리아스’와 달리 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타이탄’도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다룬다. 반면 최근 개봉한 ‘신들의 전쟁’은 티탄과 올림포스 신들의 대결을 토대로, 인간 테세우스와 티탄 히페리온의 전쟁을 다룬다.

    신화는 상징과 원형에 눈길이 머문다. 그렇지만 신화가 이야기 줄기만을 탐색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뿌리(원형)는 줄기(구조)를 세우고, 가지(유형)를 뻗어 수많은 사연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원형과 구조, 유형에 앞서 영웅이 먼저 등장한다. 영웅은 스토리텔링의 영원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리스신화의 ‘전쟁과 모험담’은 역사적 사실을 신화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테베전쟁과 트로이전쟁을 찬찬히 뜯어보기를 권한다. 이런 전쟁은 권력이나 통치권을 장악하려 벌인 형제간 다툼이거나 침략 혹은 정복 전쟁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비록 신탁이나 운명 혹은 황금사과 등으로 그럴듯하게 신비스러운 이야기로 치장(상징, 은유, 원형)돼 있지만, 실제로는 온갖 살육과 폭력, 파괴와 공격, 속임수와 비열함 등이 판친다. 즉 인간의 삶은 시련의 연속이자 전쟁터로 점철된다.”

    그리스신화는 자세히 뜯어보면 인간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신과 동격인 영웅들의 삶에도 혹은 신들의 삶에도 온갖 속임수와 비열함이 넘친다. 그래서 신화 속 괴물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에는 공격, 살육, 파괴, 폭력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그 괴물과 불의에 맞서 정의로운 전쟁을 행하는 자가 신화 속 영웅이며, 이런 영웅이 벌이는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의 신인 아테나가 늘 후원자 구실을 한다.

    저자는 티타노마키아에서부터 트로이전쟁까지, 아르고 호의 모험에서부터 오디세우스의 모험까지 종횡무진 파고든다. 전쟁의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다. 그러니 그리스신화의 전쟁 이야기도 정의를 앞세웠지만 결국은 승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와 정치의 일부분이다. 신화에서 전쟁을 배우고 해석하는 것은 읽는 사람의 몫이다.

    “그리스신화의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사랑, 배신, 질투, 살육, 파괴, 폭력 등등 인간사의 모든 행위들이 상징과 원형들로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러한 모든 행위와 원형들은 결국 전쟁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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