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4

2010.09.13

우리의 찌질한 호기심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9-13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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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한 주간 금융권 전문직 종사자, 화류계 캐스팅 에이전시 팀장, 유흥업소 종사자들을 만났습니다. 다른 꼭지의 기사였지만 취재하는 도중 영역이 겹쳤습니다. 억대 연봉을 번다는 금융권 전문직 종사자 중에는 룸살롱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취재 중 곁가지로 ‘고급 유흥업소 생태계’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잘 아는 업소 마담, 종업원이 있다며 취재원을 소개해주기도 했습니다.

    30대 펀드매니저는 ‘종업원과의 로맨스’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여의도 유명 유흥업소에서 만난 20대 초반 종업원과 마음이 잘 맞아 3개월간 연애를 했습니다. 펀드매니저에 따르면, 종업원은 고교시절 체조 선수였지만 다쳐서 운동을 포기했답니다. 갑자기 공부를 하려니 힘이 들어 지방 전문대에 진학했지만 졸업한 뒤에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요. 설상가상으로 집안 형편까지 어려워져 종업원은 유흥업소를 직접 찾아왔습니다.

    펀드매니저는 종업원을 볼 때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며 목소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20대 여성이 돈을 벌 곳이 유흥업소밖에 없는 현실을 비판했습니다. 돈을 버는 기성세대가 20대에게 기회를 나눠주거나 직업교육에 필요한 돈을 지원해야 하는데 “종업원의 젊음을 살 때나 돈을 쓴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의 재분배가 룸살롱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당신은 사명감으로 룸살롱을 찾느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우리의 찌질한 호기심
    강남 지역에서 화류계 전문 캐스팅 에이전시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법인으로 도약할 준비를 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암암리에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화류계 스타를 만들어주겠다며 에이전시가 전면에 등장한 것입니다. 여대생들도 돈을 벌겠다며 에이전시를 찾아옵니다. 펀드매니저에게 에이전시 이야기를 하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심각했던 표정을 바꾸며 “괜찮은 업소를 소개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결국 우리는 그들의 문제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에이전시까지 등장한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호기심에 찾는 게 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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