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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가지 않은 길’의 기회비용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가지 않은 길’의 기회비용

12월8일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됐습니다.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표정에는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기대치 않던 높은 점수를 받고도 눈물을 삼킨 이들이 있습니다. 대학 후배 A의 이야기입니다.

“동생은 시험 때만 되면 너무 긴장한 탓에 실수를 하곤 했어요. 저러다 실전에서 시험을 망치는 게 아닌가 걱정됐죠. 스스로도 마음고생 하기보다는 빨리 입시에서 탈출하는 게 낫다 싶어 1학기 때 모 대학 수시모집에 하향 지원을 했습니다.”

A의 동생은 수능시험 전 수시 1차 합격을 했고, 일정 점수만 넘으면 최종합격이 결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습니다. 2010학년도 수능이 전반적으로 쉽고 변별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점수가 대폭 상승한 것입니다. 일단 수시에 합격하면 2차 수시모집 응시는 괜찮지만, 정시나 추가 모집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설령 수시 합격 대학에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정시 지원이 안 됩니다. 수시 합격자는 정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복수 지원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이 무효 처리됩니다.

“점수를 40점쯤 낮춰도 수시 합격한 대학에 갈 수 있어요. 시험을 잘 보고도 울고불고하는 동생을 보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요즘 각 대학들은 이렇게 수시 합격을 취소해달라는 민원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정시에 지원하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데 수시 합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겁니다. 학생과 부모가 번갈아 학교에 나타나 일주일째 ‘침묵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아예 입학사무처 앞에 자리까지 폈습니다. “집안 사정이 안 좋아서 대학 다닐 형편이 안 된다”는 ‘읍소형’부터 “당신이 우리 아이 인생을 책임질 거냐?”는 ‘협박형’까지 학부모들의 태도도 각양각색입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자신의 소신과 자발적 의지에 따라 선택한 만큼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지 않은 길’의 기회비용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걸 ‘기회비용’이라고 하죠. 수시의 안정성을 택한 결과 정시의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안타깝지만 수험생들은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는 냉혹한 교훈을 몸소 경험하게 된 셈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선택의 기로가 주어질 겁니다. 그때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한 번쯤 음미했으면 합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주간동아 2009.12.22 716호 (p14~14)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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