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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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아찌아족 한글 가르칠 첫 한국인 교사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2-04 09: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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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아찌아족 한글 가르칠 첫 한국인 교사
    지난 8월 초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표기 문자로 한글이 채택됐다. 찌아찌아족은 말은 있지만 이를 표기하는 문자가 없어 고유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때 훈민정음학회가 팔을 걷어붙였고,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한국어 파견교사를 모집하는 공고문을 보는 순간 바로 저를 위한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떻게든 그곳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정덕영(48) 씨는 찌아찌아족을 가르칠 첫 한국인 한글교사로 선발되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을 3차례나 정독했을 만큼 사력을 다했다. 11월3일 정씨는 쟁쟁한 지원자 26명을 제치고, 1년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근무할 한국어 교사로 최종 선발됐다.

    “시혜를 베풀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어 보급의 첫 주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첫 파견교사로 선발될 만큼 그의 한국어 사랑은 특별하다. 그가 매일 거르지 않고 메모하는 노트에는 그런 마음이 여실히 담겨 있다. 노트에는 낱말만 써 있는 게 아니다. 말의 어원, 관련 속담, 관용어구는 물론이거니와 신문 스크랩도 가득하다. 이런 노트가 무려 수십 권에 이른다.



    “박완서 작가가 ‘문맥에 맞는 단어를 찾는 황홀감에 글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한국어 사랑도 그분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2006년 KBS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어 달인’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도에 있는 ‘안성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근무하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2006년까지만 해도 한국어나 교사와는 무관한 길을 걸어왔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고, 제약회사에서 꼬박 20년을 일했다.

    “학창시절부터 국어교사가 꿈이었습니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제2의 인생을 한국어와 함께할 수 있어 보람이 큽니다. ‘성공한 사람이 모두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사람은 모두 성공했다’는 말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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