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한국형 ‘마른 당뇨’ 급증

  • 김현우 김현우내과 (서울 동대문구) 원장

    입력2009-07-01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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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마른 당뇨’ 급증
    요즘 같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날씬한 몸매는 미의 기준뿐 아니라 건강을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건강하고 날씬한 몸매를 갖기 위해 체중과의 전쟁을 벌인다. 힘들게 번 돈의 상당 부분을 몸매 가꾸는 데 쓰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꼭 외모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성인병 예방을 위해서도 체중 조절은 필수다. 비만할수록 병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비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그러나 예외 없는 법칙은 없듯, 성인병 발병 형태에 이른바 ‘한국형’이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당뇨병도 그중 한 사례다. 날씬한 한국인은 당뇨병으로부터 안전해야 하지만,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비만한 사람뿐 아니라 마른 체형의 환자도 많다.

    비만이 아닌데 당뇨병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한국 등 동양인에게 많은 ‘마른 당뇨’는 췌장 섬세포 기능 부전이 가장 큰 원인이다. 서양인에게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발병이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동양인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섬세포의 수가 서양인의 절반 혹은 3분의 1밖에 안 돼 췌장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췌장 섬세포는 혈당 조절과 관계가 있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혈당량을 늘리는 호르몬(글루카곤)과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 혈당 조절을 돕는다. 하지만 췌장 섬세포의 기능 부전이 나타나면 당 분비가 늘어나는 대신 인슐린 분비는 줄어 당뇨병이 발병한다. 여기에 식생활 변화, 운동량 부족,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이 더해져 해마다 당뇨병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서양인 기준과 다른 한국형 마른 당뇨병 환자를 위한 진단 가이드라인과 차별화한 치료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치료 초기부터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혈당 조절을 관장하는 인크레틴 호르몬을 활성화하는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마른 당뇨’ 급증
    인크레틴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는 DPP-4 효소를 억제해 췌장 섬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법인 DPP-4 억제제가 그 대표격. 가브스(한국노바티스)와 같은 DPP-4 억제제는 기존 혈당강하제의 부작용인 저혈당, 부종, 체중 증가 등도 크게 줄였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더욱이 마른 체형이더라도 가족력 등의 위험 인자가 있으면 20대부터 신경 써야 하며,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자신에게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꾸준히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야 혈당 관리는 물론 합병증 예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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