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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검찰은 지금 ‘며느리 시집살이 중’

박연차 게이트 성과 불구 입단속 … 노 전 대통령 구속 둘러싸고 내부 분열 우려도

검찰은 지금 ‘며느리 시집살이 중’

검찰은 지금 ‘며느리 시집살이 중’

대검 중수부 직원들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5월6일 서울 종로구 효제동 서울지방국세청 별관에서 조사4국 3과에서 압수수색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 내부에선 ‘대한민국 검찰사’를 새로 장식했다는 자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았다. 100% 완벽한 수사는 없다는 전제 아래 부족한 수사 증거 확보, 나아가 전직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 등에 대한 우려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면 대치하고 있는 검찰의 속내를 이렇게 표현했다.

“검찰의 고민을 ‘반쪽 며느리의 비애’라고 하면 이해가 가나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게 며느리 시집살이라고들 하죠. 이에 비해 검찰은 말을 가려서 해야 하는 제약이 있을 뿐 듣는 것, 보는 것은 자유로운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정이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정말 말로 할 수 없는 고민이 많기 때문이죠. 그 고민들이 부메랑이 돼서 날아올 때도 있고요. 제대로 시집살이하는 며느리와 비교하면 ‘반쪽’의 장애를 가진 것에 불과하지만, ‘함구’의 고통이 여간 큰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고민과 고충은 수사가 미진할 때 나오는 ‘반응’이자, 외부의 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면’이다. 이러다간 자칫 기소 상대에게 역공을 허용할 수도 있기에 검찰의 부담은 더 크다. ‘대박’을 터뜨린 검찰은 무엇에 대해 그리 고민하고, 왜 ‘경우의 수’까지 계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盧 자금 용처 결정적 물증 부족 고민

노 전 대통령이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 국민의 관심은 박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박 회장 진술 이외의 증거를 다수 확보했는지의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 물음에 대해 공식적으로 “완벽에 가깝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2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를 보자 검찰은 자금의 이동을 자세히 포착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가 500만 달러의 직접적인 수혜자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또한 집요한 추적을 통해 연씨가 설립한 홍콩 타나도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건호 씨의 투자회사인 엘리쉬 앤 파트너스의 실체를 파악했다. 이들 회사에서 빠져나간 자금 일부가 건호 씨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또 다른 법인회사 오르고스와 팔브릿지에 순차적으로 우회 투자된 사실도 포착했다.

그 뒤로도 잇달아 ‘월척’을 낚았다. 권양숙 여사의 친동생인 권기문 씨까지 건호 씨 사업에 관여한 정황을 찾아낸 것. 또 500만 달러가 건네지기 직전에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종합 인맥관리 프로그램 ‘노하우 2000’이 담긴 노트북이 청와대와 오르고스를 오간 정황도 확인했다. 박 회장의 돈을 노 전 대통령과 연관시킬 수 있는 기본 구도를 짜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구도의 무게중심, 즉 수사의 방점을 확실하게 찍기에는 결정적 물증이 부족하다는 게 검찰의 고민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건호 씨가 프로그램을 받았다는 정황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이 500만 달러의 실체와 아들 사업의 관련성을 알았으리라는 검찰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점도 검찰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500만 달러에 대한 수사는 결정적 한 방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겉으로는 느긋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 고충이 있다”고 털어놨다.

권 여사가 받았다는 100만 달러의 용처는 검찰을 더욱 속 타게 한다. 권 여사가 건호 씨와 딸 정연 씨에게 38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 말고는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대검 수사관들까지 다른 사건은 제쳐두고 이 100만 달러의 용처 파악에 매달리고 있지만 별 소득이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지를 발휘해 4월27일까지 김만복 전 국정원장을 비밀리에 여러 차례 조사했고, 그 결과 2007년 2월 노 전 대통령 측의 요구로 국정원 직원이 건호 씨의 미국 거처를 알아봐준 사실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며 이를 마지막 압박 카드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몰랐다’ 혹은 ‘몰랐을 수도 있다’는 상대방의 기존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가 용처를 밝히는 것 자체를 계속 꺼린다는 점에 미뤄, 또 다른 친인척에게 돈이 전해져 매우 ‘민감한’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00만 달러와 관련해 대검에서 건호 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친인척의 상세 전보가 보고된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직 뚜렷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검찰로서는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먼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대급부 고려? 정치적 외압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서도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검찰이 여론이나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법률적으로 명쾌하게 구속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자마자 이를 뒤엎는 보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에 임채진 검찰총장이 일선 지검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불구속 기소로 분위기를 잡았다는 기사(5월5일자)가 보도되자 검찰 내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임 총장이 이런 의견을 전한 것은 이어질 여권 실세 수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 그리고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 압박을 부담스럽게 여긴 탓이라는 내용 때문이다.

파장이 커지자 검찰은 대변인을 통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못박은 뒤 내부적으로 사태 파악에 나선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검찰은 특히 이 기사 중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임 총장이 (지검장들과의)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검찰 조직 내부가 분열되고 큰일이 난다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는 대목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검 쪽에선 정말 난리가 났다더라”고 전했다.

뒤이어 ‘조선일보’ 5월7일자에 원세훈 국정원장이 극비리에 직원을 검찰로 보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 처리 의견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실리면서 검찰은 그야말로 쇼크 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 정보의 이동 및 보고 과정을 놓고 검찰을 중심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부, 국정원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와중에 이런 보도가 나와, 박연차 게이트 관련 수사에 대한 관심이 느닷없이 수사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5월6일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조사한 바 있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는데, ‘조선일보’ 보도의 여파로 그 의도를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검찰총장이 여러 부담 때문에 사실상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는 보도 직후 압수수색이 이뤄졌기에 검찰이 ‘시선 분산’을 노리고 행동 개시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 검찰 내부에서조차 “(압수수색을) 하려면 진작 했어야지, 왜 하필 지금…”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올 정도다. 이래저래 검찰은 수사를 더 진척하기 전에 집안 단속부터 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주간동아 2009.05.19 686호 (p56~57)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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