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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총리 가족여행 망신살

항공사로부터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받았다가 특혜 의혹 시달려

오스트리아 총리 가족여행 망신살

오스트리아 총리 가족여행 망신살
선진국에서는 국가지도자가 사소한 일로도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오스트리아 알프레드 구젠바우어 총리(사진)가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드 특혜시비로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지난해 연말 가족(부인과 딸)과 함께 태국 방콕으로 2주간 휴가를 다녀왔을 때 이코노미석을 예약해놓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발단이 됐다.

오스트리아 언론은 총리와 가족의 좌석이 이코노미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된 이유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오스트리아 항공에 총리라는 지위를 악용해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 항공사에서 업그레이딩이라는 일종의 뇌물을 받은 것 아니냐는 등 추측이 무성했다.

총리실 측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자 의혹은 더욱 구체화됐다. 총리가 오스트리아 항공의 마일리지 카드 일종으로 공항 VIP 라운지 이용 등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골드카드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까지 제기되기에 이른 것. 이 의혹은 상당수 오스트리아 국민에게서 설득력을 얻었다.

평소 청렴과 도덕성 강조…깨끗한 이미지 한순간 와르르

그러자 총리실은 뒤늦게 부랴부랴 대변인을 통해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총리와 가족은 이코노미석으로 가려 했으나, 이륙 직전 비즈니스석이 비었다며 항공사 측에서 ‘알아서’ 업그레이드해줬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무로 모은 마일리지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총리실은 또 “총리는 원칙적으로 기내에서 물과 차만 마시기 때문에 비즈니스석에서 누릴 수 있는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구차한 변명을 했다.

공식 해명이 없던 총리 측에서 갑작스레 성명서까지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2002년 독일의 녹색당 소속 국회의원인 쳄 외츠데미어는 공식적인 출장으로 모은 마일리지로 공짜 항공권을 얻어 애인과 태국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결국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공사(公私) 구분을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실 유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딩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일반인도 항공사 측의 초과 예약이나 선심으로 종종 기대하지 않은 ‘횡재’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무로 얻은 마일리지를 사적인 일로 도용하는 것은, 국민 혈세로 비행기를 탔다는 점에서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사치스럽기가 여느 왕족을 능가한다는 조소를 받고 있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초호화 요트, 개인 전용기가 포함된 ‘럭셔리 휴가’를 재벌에게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최근 한 기자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사르코지는 “그럼 나더러 국민 세금으로 휴가를 가란 말이냐”며 황당한 대답을 했다. 취임 이후 스스로 대통령 월급을 170%나 인상했지만 ‘절대 내 돈은 쓰지 않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적인 용도로 세금을 쓰지 않는 한 문제 될 게 없다는 것 또한 특유의 톨레랑스적 사고방식이라 하겠다.

물론 구젠바우어 총리를 다른 국가의 정치인들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자신의 경력만으로도 이번 행동에 지적받을 소지는 충분하다.

노동자인 아버지와 청소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구젠바우어 총리는 소시민을 위한 사민당의 정책을 지지하며 이제까지 사치나 특혜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알려져왔다. 그는 특히 사민당 정부 장관들에게 ‘도덕적 피라미드의 바닥이 아니라 꼭대기에 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청렴과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업그레이드 사건으로 그의 깨끗한 이미지는 크게 손상되고 말았다.

구젠바우어 총리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항공사에 골드카드를 반납하고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차액 총액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40~40)

  •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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