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동해 고도(孤島) 울릉도도 어김없는 우리 땅이더군요.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광속으로 전달돼 시시각각 여론이 모이고 갈리고 부딪치고 깨지는, 그런 곳이더란 뜻입니다.
도동항(港) 선착장 앞 좌판에는 주민 몇 명이 모여앉아 ‘삼성’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거, 삼성이 역시 쎄기는 쎈갑데” “특검 하면 뭐 좀 나올랑가?” 얼핏 들으니 이런 말들이 오가더군요.
저녁때 식당에 함께 자리했던 분은 저에게 ‘이회창 후보의 파괴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BBK와 자녀 위장취업 등 MB한테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만큼 창(昌)이 얻을 반사이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그분의 주장이었습니다.
울릉도가 고향이라는 한 분은 ‘꿩 잡는 건 매’라는 식의 논리를 폈습니다. “울릉도의 40년 숙원은 아직도 4.4km가 끊어진 채 남아 있는 섬 일주도로가 완공되는 것이다. 그 일을 해줄 수 있다면 누가 되든 어떻겠는가”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분 말을 한참 듣다 보니 결국 문제는 ‘그 숙원을 풀어줄 후보가 과연 누구냐’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지도자 중에는 1961년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이 한 차례 울릉도를 방문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40여 년간 울릉도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잊혀진 존재였던 겁니다. 사정이 이랬으니 이번 선거에서 누가 그 일을 해주겠다고 나선들 울릉도 주민들이 그 약속을 믿어줄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전체 국민 앞에 놓인 상황이 울릉도 주민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경제회복, 국민통합, 북핵 폐기 및 남북관계 진전…. 이런 국민적 염원을 가장 잘 해소해줄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요? 그럴듯한 공약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런 후보를 찾아낼 비책은 무엇일까요?

편집장 송문홍
주간동아 614호 (p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