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4

2007.12.11

이상적인 대통령감을 보고 싶다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12-05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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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울릉도에 다녀왔습니다. 대선 정국에다 삼성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판국에 웬 나들이냐고 탓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변명 같지만 혼탁한 싸움터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강행했습니다.

    하지만 동해 고도(孤島) 울릉도도 어김없는 우리 땅이더군요.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광속으로 전달돼 시시각각 여론이 모이고 갈리고 부딪치고 깨지는, 그런 곳이더란 뜻입니다.

    도동항(港) 선착장 앞 좌판에는 주민 몇 명이 모여앉아 ‘삼성’을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거, 삼성이 역시 쎄기는 쎈갑데” “특검 하면 뭐 좀 나올랑가?” 얼핏 들으니 이런 말들이 오가더군요.

    저녁때 식당에 함께 자리했던 분은 저에게 ‘이회창 후보의 파괴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BBK와 자녀 위장취업 등 MB한테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만큼 창(昌)이 얻을 반사이익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그분의 주장이었습니다.

    울릉도가 고향이라는 한 분은 ‘꿩 잡는 건 매’라는 식의 논리를 폈습니다. “울릉도의 40년 숙원은 아직도 4.4km가 끊어진 채 남아 있는 섬 일주도로가 완공되는 것이다. 그 일을 해줄 수 있다면 누가 되든 어떻겠는가”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분 말을 한참 듣다 보니 결국 문제는 ‘그 숙원을 풀어줄 후보가 과연 누구냐’라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고지도자 중에는 1961년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이 한 차례 울릉도를 방문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합니다. 그 후 40여 년간 울릉도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잊혀진 존재였던 겁니다. 사정이 이랬으니 이번 선거에서 누가 그 일을 해주겠다고 나선들 울릉도 주민들이 그 약속을 믿어줄지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전체 국민 앞에 놓인 상황이 울릉도 주민들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경제회복, 국민통합, 북핵 폐기 및 남북관계 진전…. 이런 국민적 염원을 가장 잘 해소해줄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요? 그럴듯한 공약이 난무하는 속에서 그런 후보를 찾아낼 비책은 무엇일까요?

    이상적인 대통령감을 보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연세대 황상민 교수에게 ‘국민이 정말 바라는 대통령’을 주제로 글을 청탁했습니다. 하지만 황 교수에게도 별수가 없는 것 같더군요. “이상적이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해주기만을 바란다”는 게 그분의 결론이니 말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더 지나야 우리도 ‘이상적인 대통령감’ 가운데 최선의 인물을 고를 수 있게 될지 다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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