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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한국 재계 컨설팅 파워

“한국 기업? 경영 전략, 재무회계 취약”

빅4 컨설팅 서울사무소 대표 3인… “눈앞 수익성 확보에 급급, 미래 지향 혁신 미흡”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한국 기업? 경영 전략, 재무회계 취약”

  • 한국 시장에 진출한 4대 글로벌 컨설팅 회사 가운데 맥킨지(대표 롤랜드 빌링어)를 제외한 나머지의 서울사무소 대표는 모두 한국인. 이들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40대 중반의 386세대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최고 수준의 두뇌를 자랑하는 컨설턴트 수십 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리더기업들의 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는 이들 ‘1세대’ 한국인 컨설팅 회사 대표들을 만났다.
“한국 기업? 경영 전략, 재무회계 취약”
[이 병 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공동대표

“현금창출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관리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단점이다. 관리체계, 즉 시스템이 없다.”

1963년생·연세대 경영학과·美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MBA)1992년 BCG 서울사무소 창립 멤버

-한국 기업의 장단점을 평가한다면?

“장점으로는 과거에 비해 펀더멘털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업외비용이 컸다. 그러나 불용자산을 처분하고 사업 본연에만 집중하면서 현금창출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관리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게 단점이다. 관리체계, 즉 시스템이 없다. 특히 회계부문의 관리 수준이 높지 않다.”



-‘혁신’이 한국 기업들의 주요 화두지만 진정한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들은 드문데….

“관리 마인드가 떨어진다는 점이 혁신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분식회계를 자진해서 밝히는 기업은 처벌을 면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낮은 수준의 관리체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기업이 혁신을 이루려면 과학에 가까운 높은 수준의 관리체계가 정착돼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컨설팅 회사 활용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체적으로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등은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 컨설팅 활용에 관해서는 기업 간 편차가 크다. 창사 몇 주년을 계기 삼아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한다. 분명한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기업은 고객사 가운데 10%도 안 된다.”

-컨설팅 의뢰를 거절하는 경우도 있는가.

“굉장히 중요한 사안임에도 그것을 다루는 팀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우리가 먼저 거절한다.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은 비례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중요한 프로젝트에 신입사원들만 들어온다면 성과가 나올 수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낳은 성공적인 기업 컨설팅 사례가 있다면?

“타이거 우즈가 골프 천재가 된 것이 유명 트레이너를 고용했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말할 수 없듯, 딱부러지게 성공 사례를 얘기할 수 없다. 다만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 회장의 예를 들고 싶다. 누이 회장은 BCG 출신으로 콜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식음료 전반으로 확대해 성공적으로 코카콜라를 눌렀다. 펩시콜라는 드물게 BCG와만 일을 하는 기업이다.”

“한국 기업? 경영 전략, 재무회계 취약”
[이 성 용]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

“한국의 임원들은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회사 안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한다.”

1962년생·미국 육군사관학교 우주공학과·美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베인·컴퍼니 글로벌 디렉터 및 아시아태평양 금융·정보기술 총괄대표

-한국 경제의 현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있지만, 나는 비관하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세계 11~12위 수준으로 기본이 돼 있다. 관건은 중국이 얼마나 한국을 따라잡느냐이며, 각 분야에서 세계 대표기업이 적다는 점이 문제다. 정보기술(IT) 강국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은 없지 않은가.”

-지난해 ‘한국의 임원들’이란 책을 펴내는 등 한국 기업인들에 대해 비판적인데….

“한국의 임원들은 자기 자리를 직책이 아닌 직위로 인식한다.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른 채 보상심리만 팽배해 있다.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 회사 안에서 살아남을 궁리만 한다. 인력시장이 유연하지 않은 탓도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이 발전하려면 이런 문화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성장 없는 고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심각하게 나타나는 문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성장과 고용 상관관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주가와 매출이 몇 배 올랐지만, 오히려 고용은 줄었다.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력 해외수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를 수출했듯 IT와 금융 인력 등을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

-최근 기억에 남는 성공적인 컨설팅 사례가 있다면?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우리가 도왔다. 덕분에 금호의 덩치도 커지고 경영상태도 크게 호전돼 보람을 느낀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두산그룹과 맥킨지 커플을 이긴 사례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웃음)”

-자녀교육에서도 전략을 중시하는가.

“아들만 셋을 키우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지원하자는 게 스스로 세운 자녀교육의 전략인데, 참 쉽지 않다.(웃음) 고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이 공부는 안 하고 색소폰 불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솔직히 화가 난다. 하지만 아이에게 티를 내지 않고 꾹 참는다. 참는 게 전략 아닐까. 부모는 참을성이 많아야 하는 것 같다.”

“한국 기업? 경영 전략, 재무회계 취약”
[조 원 홍] 모니터그룹 코리아 대표

“갈수록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1964년생·서울대 경영학과·美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모니터그룹 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 선임

-‘샌드위치론’ 등 한국 경제에 관한 위기감이 크다.

“한국 경제는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했다. 성숙기에 경제성장률이 연 4~5%면 꽤 괜찮은 성적이다. 다만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비전 앞에서는 성에 차지 않는 성장속도라 위기론이 거론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에만 초점을 두면서 큰 투자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고성장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본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의 경쟁우위를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생명과학, 친환경에너지 등을 국가산업으로 적극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 기업들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느낀 점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대충 알 뿐, 자세한 방법론은 모르고 있다는 점이 늘 아쉽다. 현황이나 문제사항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특히 한국 기업은 재무 분야에 약하다. 심지어 어떤 제품이 효자인지 모르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있다. 가령 ‘19번 제품이 39번 시장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 ‘1번 상품이 3번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 담당 인력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한국 기업, 한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어디서 찾는가.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오너나 CEO의 리더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갈수록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전략적 선택을 해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해졌다. 바로 그 임무를 컨설팅 회사가 하는 것이다. 우리 같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은 수십 년간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툴을 사용해왔으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도 갖췄다. 즉 ‘헬리콥터 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각)’가 가능하다.”

-대표로서 한국 기업의 오너나 CEO들을 직접 만나는 기회가 잦을 텐데….

“식사나 골프 등을 함께 하면서 만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기업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도 드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대표들이 보통 40대 중반이기 때문에 그분들과 10~20세까지 나이 차이가 난다. 앞으로는 한국에도 컨설팅업계가 성장하면서 맥킨지 창립자 마빈 바우어 같은 ‘평생 컨설턴트’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30~40년의 기업경영 컨설팅 경력이 쌓인 은발(grey hair)의 컨설턴트들이 있어야 더 깊은 혜안을 가지고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컨설턴트의 자질은 열정(passion)이다. 컨설턴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도 즐겁게 일해야 한다. 열정의 원천은 사명감이다. 고객기업에 반드시 임팩트(impact)를 줘야 한다.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채용할 때 늘 이 점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Out of Box Thinking’, 창의적 사고 또한 컨설턴트가 갖춰야 할 주요 자질이다.”



주간동아 612호 (p60~62)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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