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2

2007.11.27

以李(이회창)制李(이명박) 마저 불발? 정동영 어쩌나

지지율 정체에 한숨만… 참여정부와 연결고리, 진부한 선거전략 ‘산 넘어 산’

  • 이진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ys1201@donga.com

    입력2007-11-21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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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以李(이회창)制李(이명박) 마저 불발? 정동영 어쩌나

    11월5일 대통합민주신당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회의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왼쪽)와 오충일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의석수 140석의 원내 1당이다. 현재 추진 중인 민주당(8석)과의 합당이 완료되면 의석수 148석으로, 2004년 4월 총선 때 152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된 열린우리당 수준에 육박한다. 그러나 대선을 30여 일 앞둔 지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39~41%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정 후보의 지지율은 12~13%를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는 정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추세가 아니라, 후보로 선출된 이후 잠시 급등했다가 지금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다소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은 낮은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지지율 상승을 일으킬 자체 동력은 상실한 것 같다”며 “BBK 주가조작 등 비리로 인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율 상승에 따른 반사이득에 더 많은 기대를 거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궁지를 벗어날 해법은 진정 없는 걸까?

    국정실패 세력 후보의 딜레마



    정 후보가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무현 정부 및 열린우리당을 승계한 정당의 후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로 이 후보의 표가 분산됐음에도 양자의 지지율 합계가 60%를 넘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대선이 후보 개개인에 대한 평가보다는 ‘정권 교체, 국정실패 세력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다는 것.

    BBK 주가조작 사건, 자녀 위장 전입 및 취업, 세금 누락 등 범여권의 공세에도 이 후보 지지율은 이 전 총재의 출마 선언 이후에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아래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고, 열린우리당 의장을 두 번이나 지낸 정 후보가 과거와 단절하기는 쉽지 않다. 단절했다고 한나라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쉽게 돌아서기도 어려운 데다 자칫 기존 지지층의 이반마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11월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 “참여정부의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은 없다”면서도 “제가 승리한다면 참여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신, 다른 테제를 가지고 정부를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서 도망칠 수도, 함께할 수도 없는 정 후보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진부한 선거구도 전략의 한계

    정 후보는 현재 ‘민주평화개혁 세력 대 수구냉전 세력’ ‘부패 세력 대 반(反)부패 세력’ ‘호남 집결을 통한 서부벨트 완성’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反)한나라당 전선’이 좀더 세분화한 모습이다. 민주평화개혁 전선에는 호남에 기반을 둔 민주당, 시민사회 세력이 포함돼 있다.

    열린우리당, 시민사회 세력, 민주당 일부가 결합한 대통합민주신당은 최근 민주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는 동시에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집결을 완성시키려 하고 있다. 이른바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이다.

    여기에 전통적 지지층에서 벗어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는 ‘삼성 특검’을 계기로 ‘반부패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3당 합당’을 통해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이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DJP 연합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진에 뛰어들 과단성만이 해법인데…

    정 후보 측근들은 “의외로 정 후보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속으로 뛰어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일수록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 같은 쟁점을 스스로 만들어 그 논쟁의 중심에 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

    11월8일 재향군인회 주최로 서울 송파구 향군회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좋은 예다. 향군은 이날 이 후보, 정 후보, 민주당 이인제 후보를 초청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날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부산 경남 울산 지역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했다.

    정 후보 캠프의 한 측근 인사는 “향군 초청 토론회는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정 후보에게는 적진이나 다름없다. 일정이 겹친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표를 얻기 힘든 집단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적진에 뛰어들어 진보개혁 진영의 안보·국방관을 강하게 주장했다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을 것”이라면서 “바랄 순 없지만 그 자리에서 달걀이라도 맞았다면 삽시간에 안보 논쟁이 대선판의 핵으로 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부족하고 지지율도 낮은데 이미 자신을 찍을 것이 확실한 곳에 한 번 더 ‘도장’을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정 후보 캠프에서는 오래전부터 ‘공무원연금 개혁’ ‘행정구역 재편을 통한 지방자치단체 축소’ 등 획기적인 공약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공약으로 채택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고 한다.

    캠프에서는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의원 보수 인상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만큼, ‘행정구역 재편을 통한 지방자치단체 축소’ 공약은 국민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서 각 지역에 조직을 갖고 있는 지자체 장과 의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이 공약이 선거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많다. 후보의 과단성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정 후보 캠프에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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