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2

2007.11.27

“야밤 집 찾아와 중간광고 허용 압력”

방송사업자들 전방위 로비·압력 정황 증거… 대화 내용 왜곡 전달, 반대 의견 제동도 걸어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11-21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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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밤 집 찾아와 중간광고 허용 압력”
    3기 방송위원회 조창현 위원장이 11월2일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안건 강행처리를 하루 앞두고 외부 인사에게서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주간동아’가 최근 입수한 ‘제45차 방송위원회 임시회의 비공개 속기록’에 따르면, 회의 사회를 보던 조 위원장은 중간광고 허용안건 강행처리를 주장하는 위원들의 압력이 거세지자 이례적으로 발언 기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결국 방송위원회가 사업자한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결론입니다. 이것은 도저히 제가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젯밤 어떤 분이 저희 집에 찾아와 압력을 가해서 제가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나는 대통령한테도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다’.”

    조 위원장 발언의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압력을 행사한 ‘어떤 분’은 중간광고 허용을 강력히 추진해온 지상파 방송사업자(MBC KBS SBS) 가운데 한 회사 고위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조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방송사업자들이 방송위원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와 압력을 행사했고, 중간광고 허용안건이 표결로 강행처리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안건 처리에 가장 앞장섰던 최민희 부위원장이 회의 도중 위원들에게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조배숙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을 ‘왜곡’ 전달해 반대 의견에 제동을 걸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조창현 위원장 “사업자한테 끌려가는 것”

    이날 중간광고 허용안건 강행처리를 반대한 위원들이 제시한 반대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방송 수용자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나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것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국회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게 없다. 2기 방송위원회 노성대 위원장은 2005년 4월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중간광고는 시행령을 만들기 전 반드시 국회와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간광고 문제에 대한 방송위의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당시 이미경 위원장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던 것.

    “야밤 집 찾아와 중간광고 허용 압력”

    11월14일 방송위원회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허용 여부에 대한 찬반양론을 펼치고 있다. 11월2일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관련 안건을 표결로 강제처리한 방송위원회 비공개 속기록(아래).

    조 위원장도 회의가 있기 하루 전날인 11월1일 국회 상임위에 출석해 2년 전 노 위원장의 약속을 언급하며 중간광고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반대파 위원들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처리시기를 늦추고 여론 수렴과 논의시간을 더 갖자고 주장했다.

    그러자 최 부위원장은 조 위원장에게서 사후보고를 해도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위원장과 반대파 위원들을 회유했다. 최 부위원장의 발언 내용 중 일부다.

    “이미 제가 조배숙 위원장과 정청래 의원과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조 위원장에게 ‘국회와의 협의는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라고 여쭤보았더니 ‘문광위에 올려 의결할 것도 아니고, 문광위 위원장과 양당 간사에게 이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전제가 ‘시행령은 국회의 승인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구애받으실 것은 없다’였습니다. 이것은 팩트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을 드립니다. 이 문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위원장께서 지나치게 우려하시는 것 같아 몇 말씀 드린 겁니다.”

    하지만 확인 취재 결과 조 위원장은 최 부위원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조 위원장은 “어떻게 속기록이 유출됐는지 모르겠지만 어제(14일) 봤다. 최민희 부위원장이 나를 언급하면서 이야기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건 내가 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간광고 허용 문제에 대해) 국회가 관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권한은 없지만, 국회는 국민을 대변하는 기관이니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치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나와 양당 간사와 협의해서 반영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게 조 위원장의 주장이다.

    조 위원장 말대로라면 최 부위원장은 중간광고 허용안건을 강행처리하기 위해 위원장은 물론 동료 위원들을 기만한 셈이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은 이에 대해 “(최민희 부위원장의 행위는) 문광위원장과의 대화를 왜곡하고, 국회를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라면서 “국회 모욕죄에 해당하는 만큼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속기록에 따르면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방송위원 9명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의 중간광고 허용에 반대한 위원은 전육 전 중앙방송 고문과 강동순 전 한국방송협회 감사 두 사람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청자 권익 뒷전 여론 뭇매 피하기 급급

    그동안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진 조 위원장도 시기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을 뿐 중간광고 허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이었다. 표결 결과 찬성과 반대가 5대 4로 외형상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 내용은 전혀 달랐던 것. 대다수 방송위원들은 어떻게 하면 여론의 뭇매를 피하면서 중간광고를 허용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시청자들의 권익이나 방송의 질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다. 속기록 내용 중 일부를 정리했다.

    [제45차 방송위원회 임시회의 속기록](비공개)의결사항 : 방송광고제도 개선 추진방안에 관한 건

    전육 위원 : 방송의 공익성은 곧 시청자의 이익을 최우선시한다는 것을 뜻함이 다수론의 해석입니다.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나 의견수렴 절차는 필수적입니다. 사안의 중대성으로 봐서 확대 허용을 결정하기 전에 여론조사나 공청회는 물론 국회와 협의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입니다.

    김동기 위원 : 과연 국회와 이 문제를 사전에 협의해야 하느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방송위원과 방송위원회는 직무와 관련해서 어떤 외부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동순 위원 : 사업자 입장에서 문제를 보느냐, 수용자 입장에서 보느냐의 시각 차이는 있습니다. 우리가 권한이 있다고 해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 우리의 권한이지 우리보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론조사를 거쳐야 합니다. 시기도 그렇습니다. 최소한 KBS 수신료 문제가 매듭지어진 시점에서 추진하는 게 온당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마권수 위원 : 저희 소위원회(마권수 김동기 김우룡)에서 충분히 다뤘습니다. KBS 쪽에 확인해본 결과 수신료 인상과 전혀 별개라고 했습니다. 오늘 최소한 시행령을 개정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는 게 마지막 바람입니다.

    조창현 위원장 : 우리는 방송위원회의 위상을 스스로 재고하고 국민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중대한 문제에 대해 여론수렴 과정과 국회든 관계기관과의 접촉을 통해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중간광고 허용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지만, 현시점에서 밖에서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아직 필요합니다.

    최민희 부위원장 : 제가 시민운동을 하면서 비겁했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신문값 못 올리고 들어온 것이고 두 번째가 수신료입니다. 중간광고를 안 보려면 최소 KBS 수신료 7000원, MBC도 2만원의 수신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것이 시청자 주권의 개념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지금 전통적인 언론운동단체들, 민주언론시민연합이나 언론개혁시민연대 쪽에서 왜 강하게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이들 시민단체는 방송위의 중간광고 허용 결정 직후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우룡 위원 : 원칙적으로 중간광고 허용은 찬성합니다. 다만 조금 시간을 가지고 필요하면 워크숍이나 다른 다각적인 노력을 한 후에 확정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종수 위원 : 인터넷 검색을 보니까 엄청난 토론이 됐어요. 더 이상 새로운 토론이 나오겠는가, 물론 여유가 있다면 시간을 갖고 하면 좋겠지만 오히려 그것은 에너지 소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전육 위원 : 중간광고 확대가 시청자의 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중파의 확대허용 요구가 타당한지를 따져야 합니다. 우리가 과연 제대로 따져봤습니까? 이미 케이블 중간광고에 시청자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식으로 해서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최민희 부위원장 : 위원회가 국회 눈치 봐서 못했다고 엄청 두들겨 맞을 것입니다. 신문 눈치 보고 국회 눈치 봐서 못했다,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 두들겨 맞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계속 하염없이 끌 것이 아닙니다.

    조창현 위원장 : 저는 중간광고 도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에요. 단 지금까지 모든 장관들이 못했던 일을 우리가 이 시점에서, 즉 방송위원회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고 지지기반이 취약한 입장에서 과연 결정하고 돌파할 수 있겠는지를 걱정해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최민희 부위원장 : 국회의 전반적인 말씀은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것이었거든요. 제1안 ‘지상파에서 중간광고 허용범위 확대를 신중하게 추진한다’고 하는 것은 어떨까요?

    전육 위원 : 동의 못합니다. 그것은 말장난이지….

    조창현 위원장 : ‘추진한다’고 미리 결정하는 것보다는 ‘중간광고의 허용범위를 신중하게 논의한다’ 이렇게 통과시킨 뒤 여론을 듣고 그렇게 해서….

    마권수 위원 : 언제까지 여론을 들으실 건데요?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임동훈 위원 : ‘신중하게 논의한다’는 이야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전육 위원 : 아니, 이것이 목표가 있는 작전입니까?

    조창현 위원장 :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쯤 연기하자고 하지 않습니까? 방송위원회가 공청회도 하고, 우리 위원들이 당당하게 논의에도 참여해서 떳떳한 모습을 보이는 게 어떻겠느냐는 그런….

    최민희 부위원장 : 저는 ‘떳떳하다’는 것 이상입니다. 투표로 하시지요. 저는 지금 안건을 낸 것입니다(동의합니다 하는 위원 있음).

    전육 위원 : 이런 식으로 무슨 작전하듯 밀어붙이면 그 앙금이 상당히 갈 뿐만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는 뛰쳐나가서 개인성명이라도 발표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임동훈 위원 : 협박하지 마십시오. 중간광고의 허용범위 확대를 허용한다도 아니고 추진한다, 얼마든지 의견수렴이 가능합니다.

    전육 위원 : 추진한다가 허용이지요.

    김우룡 위원 : 일단 표결이 능사는 아니니까,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해서 한두 주 늦추는 일은 있을 수 있지….

    최민희 부위원장 : 그러니까 그 의견이 다 나왔으니 저는 표결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조창현 위원장 : 합의제 기구인데 표결하시자면 표결해야지요. 결코 저는 표결을 회피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식과 밖에서의 인식에 큰 갭이 있기 때문에 방송위원회의 이익을 위해서 (한두 주 연기를) 제안했던 것입니다. 제1안에 찬성하시면 거수해주십시오.

    (거수 표결 5명) 그러면 가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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