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2

2007.11.27

‘그들만의 방송위’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11-21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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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을 실현하고, 방송 내용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한다.”

    방송법 제20조는 방송위원회의 목적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정책 전반을 수립하고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권을 갖는 국가기관입니다. 이 기관이 11월 초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안건을 강행 처리해 지금 구설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서 중간광고를 허용해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놓고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모든 일에는 이해가 엇갈리는 당사자가 있는 법이고, 방송위원회는 설립 목적에 맞게 공정한 절차를 거쳐 사안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일은 방송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고사하고 ‘절차’에서부터 심각한 하자가 있어 보입니다.

    이번 호 ‘주간동아’가 단독 공개한 방송위 회의록을 보면 한마디로 가관입니다.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중간광고 허용 문제를 놓고 장·차관급 방송위원들이 벌이는 논쟁은 ‘이것이 과연 방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회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현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고, 개중엔 누군가 ‘배후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특히 중간광고 허용을 무리하게 지지한 최민희 부위원장의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최 부위원장은 80년대 후반부터 이른바 ‘민주언론운동’에 투신해오다 2006년 제3기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에 선임된 인물입니다. 전력으로만 본다면 ‘민주’라는 단어의 참뜻을 가장 깊이 성찰해봤을 법한 그는 왜 이처럼 무리하게 ‘민주 절차’를 짓밟으려는 것일까요?



    방송위원회는 이날(11월 2일) 표결을 바탕으로 11월 14일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말만 공청회였지 일종의 요식행위였을 뿐입니다. 여러 참석자가 “중간광고 도입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무슨 공청회냐”며 반발했다고 합니다.

    ‘그들만의 방송위’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라면 중간광고 허용 문제는 11월 말 방송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쳐 부처 협의→입법 예고 및 의견수렴→법제처 심사→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그동안 방송위와 이 정부가 보여온 ‘막가파식 행태’에 비춰볼 때, 이제껏 그들의 ‘우군’이라고 생각해왔던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조차도 가볍게 무시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까지 여론에 역행하는 저들의 행동을 어떻게 봐줘야 할지 난감합니다. ‘저들만의 세상’도 이제 종착역이 보이는데 말입니다.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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