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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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비올레타, 아리아 무대로의 초대

  • 유혁준 음악평론가

    입력2007-11-14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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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운의 비올레타, 아리아 무대로의 초대
    ‘라 트라비아타’.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오페라 가운데 하나다. 우리 오페라 시장 태동기에 최초로 공연됐던 베르디의 걸작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인기는 단연 으뜸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 식상해질 법도 하지만 최근 오페라계는 음악보다 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 그것도 밀라노 태생의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제작한 프로덕션이라면….

    지난해 5월 십자군의 영웅을 한국 무대에 올린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건 피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에게 생소한 바로크 오페라로 단숨에 한국 청중을 사로잡은 이유는 강렬한 무대 디자인과 조명이었다. 11월15일부터 1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피치가 연출한 ‘라 트라비아타’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공연은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극장 버전이다.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과 쌍벽을 이루는 레알 마드리드 극장은 스페인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다. 이 극장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과 무대 길이가 비슷하다.

    역사적 배경도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파리 사교계로 옮겨왔다. 나치 완장을 두른 군인들이 등장하고, 때로 전율마저 느껴질 만한 섬뜩한 색채의 콘트라스트와 빛의 그림자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뿜어낼 것이다. 어쩌면 색의 마술을 부리는 잘츠부르크 축제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오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전망이다.

    ‘뮤지컬보다 더 화려하고, 영화보다 더 감각적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아름다운 선율의 아리아로 가득하다. 1막의 이중창 ‘축배의 노래’가 잘 알려져 있지만, 고독한 비올레타의 절절한 고백 ‘아 그이였던가’와 3막의 ‘지난날이여, 안녕’ 부분은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올 여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이리나 롱구가 비올레타 역으로 열연할 예정이어서 제대로 된 ‘라 트라비아타’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02-587-1950



    비운의 비올레타, 아리아 무대로의 초대
    용호상박! 안젤라 게오르규와 안나 네트렙코 두 미녀 소프라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최고의 비올레타를 열연한다. 29세의 게오르규를 스타로 등극하게 한 영상물은 거장 지휘자 게오르크 숄티의 마지막 오페라 지휘이기도 해서 더욱 특별하다. 가창력은 마리아 칼라스와 에디타 그루베로바의 절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연기와 외모에서 부족한 점을 가리고도 남는다.(DECCA 071 431-9) 2005년 잘츠부르크 축제 실황인 ‘라 트라비아타’는 섹슈얼한 러시아 출신 소프라노 네트렙코의 연기와 충격적인 연출이 맞물려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롤란도 빌라존이 부르는 알프레도는 여기에 음악성마저 높여주는 촉매 구실을 한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반주 또한 일품이다.(DG DVU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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