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2017.01.04

인터뷰

“꿈의 에너지 핵융합발전 우리가 선도”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한국사업단장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6-12-30 16: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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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등)는 그나마 머지않아 고갈될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최근 핵융합에너지가 ‘꿈의 에너지’로 불리며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이유다.

    1985년 당시 양대 강국이던 미국과 소련이 핵융합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공동연구에 합의한 이후 국제사회는 2006년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이터)라는 국제기구를 만들어 핵융합실험로를 설계, 건설,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총 건설 투자비 10조 원에 달하는 실험로는 2025년 말 최초 플라즈마(고체, 액체, 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달성을 목표로 프랑스에 건설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 중이다.

    미국, 일본, 러시아,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핵융합연구의 시작은 늦은 편이다. 하지만 1995년부터 총 3090억 원을 투입해 2007년 9월 세계 최초로 신소재를 활용한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를 완공한 후 핵융합 상용화 기술 개발을 위한 핵융합 플라즈마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정(65·사진) ITER 한국사업단장은 “핵융합연구는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몇 안 되는 과학기술 분야”라며 “ITER 인사들도 ‘ITER 프로젝트는 한국이 주도한다’고 할 정도”라고 자신했다. 정 단장은 2006년부터 ITER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산증인이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KSTAR의 힘이 컸습니다. 설계부터 제작, 조립, 설치까지 전 과정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하며 노하우를 쌓은 거죠.”



    실제 우리의 핵융합 분야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핵융합발전을 하려면 먼저 섭씨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가둬두고 운전해야 하는데,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김기만)는 최근 KSTAR로 70초 넘게 운전하며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이 밖에도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 개선 방법을 규명하는 등 핵융합발전에 꼭 필요한 10대 원천기술을 국가핵융합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에 건설 중인 ITER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는 현물 및 현금 분담금으로 구분되는 ITER 건설비의 9.09%를 분담하고 있다. 정 단장은 “KSTAR의 성공적 건설과 운영으로 우리나라가 장치 건설 같은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긴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 역량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며 “ITER 참여는 우리의 부족한 연구 분야를 보완할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ITER가 핵융합발전의 국제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KSTAR와 ITER는 규모만 다를 뿐 거의 같은 모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는 KSTAR의 성과와 ITER의 성과를 연계해 더 깊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고, 우리 연구가 세계 표준에 기여할 공산이 큽니다.”



    연구인력 부족…중국에 뒤처질 우려도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STAR를 통해 2022년 무렵 플라즈마 상태로 300초 이상 연속운전에 성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00초는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고성능 플라즈마 연속운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를 대부분 극복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KSTAR로 할 수 있는 실험은 여기까지입니다. ITER는 다음 단계로 연속운전을 하면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열에너지를 생성하는 실험을 하게 됩니다. 이 실험에 성공하면 핵융합실증로(DEMO)를 건설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성공하면 2050년 무렵에는 본격적으로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해 전기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정 단장은 “ITER 사업이 국내 핵융합과 관련된 참여 산업체의 세계시장 진출의 장이 되는 등 경제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ITER 사업의 최대 수혜국이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KSTAR 개발 과정에 참여한 국내 기업 및 기관은 핵융합 기술력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나 다른 회원국들이 발주하는 과제를 추가 수주하는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2016년 말 기준 해외 직접수주 금액이 5400억 원에 달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낸 분담금이 2000억 원 정도니, 2.5배 가까운 이익을 본 셈이죠.”

    우리나라는 ITER 국제기구에서 이경수 박사가 ITER 건설 총괄기술책임자인 사무차장(COO)으로 근무하는 것을 비롯해, 핵심 요직에 한국인이 두루 포진해 있을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전체 근무인력 730명 가운데 한국인은 32명에 불과하다. 유럽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중국도 현재 70여 명이나 된다.

    “더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있는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실력을 쌓아야 ITER에서 일할 수 있는데, 연구 정원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아요. ITER에서 일하는 게 나중에 핵융합실증로와 핵융합발전소를 설계, 건설, 운영하는 데 큰 자산이 됩니다. 국가 미래를 위해 연구인력 충원이 시급합니다.”

    우리나라는 핵융합 연구인력 자체가 경쟁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KSTAR를 운영하는 연구인력이 75명 수준인데, 중국은 KSTAR와 비슷한 규모의 초전도핵융합장치를 운영하는 연구인력이 600여 명에 달한다. ITER 한국사업단 연구인력은 50명도 안 되는데 인도와 일본은 200명 수준이다. 중국은 연구소 두 곳에서만 연구인력이 3000명에 이른다. 머지않아 이들 국가에 뒤처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공태양’을 만드는 핵융합에너지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원리를 말한다. 태양 중심은 고중력으로 섭씨 1500만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고체, 액체, 기체가 아닌 제4의 물질) 상태인데, 이때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원자력발전 원리가 되는 핵분열보다 4배나 강하다.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한다. 지구에서 핵융합발전은 태양 중심 같은 고중력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섭씨 1억 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만든 뒤 지속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인공태양’을 만드는 셈이다.

    핵융합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땅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 욕조 절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컴퓨터 배터리 한 개에 들어가는 리튬 양만으로도 한 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에너지 효율 또한 높다.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핵융합발전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만 모두 10년에서 100년 이내 재활용이 가능하다. 발전소 폭발 같은 위험도 없는 꿈의 에너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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