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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⑫

‘무시래기’ 겨울철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무시래기’ 겨울철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

‘무시래기’ 겨울철 다이어트 음식으로 제격!
무는 배추와 함께 우리나라의 2대 채소 중 하나다. 예로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고 속살이 예뻐진다고 하여 아가씨들이 숨어서 무를 먹어왔다고 한다. 이는 무가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제를 함유, 소화를 도와주어 변을 잘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체했을 때 무 생즙을 내어 마시면 체증이 금세 가시는 이유도 이 소화효소 때문이다. 디아스타제는 국수와 같은 밀가루 음식의 소화를 도와주며 어혈을 잘 풀어준다. 또 무가 다른 채소와 달리 단맛을 내는 까닭은 약간의 포도당과 설탕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매운맛이 나거나 무를 먹고 트림을 했을 때 독특한 냄새가 나는 것은 무에 들어 있는 유황화합물 때문이다.

무는 깍두기, 동치미 등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고 단무지, 무말랭이 등을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무말랭이를 만들려면 무를 얇게 썰어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말리거나 겨울철에는 방 안에서 5일 정도 말리면 된다. 무말랭이는 질기므로 먹을 때 물에 잠깐 불렸다가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 참깨, 맛간장 또는 액젓으로 간을 맞춰 먹는다.

비타민 많고 칼로리는 적어

서양 사람들은 우리가 먹는 무를 잘 먹지 않고 ‘비트’라고 불리는 빨간색의 작은 무를 샐러드로 해서 많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의 뿌리를 먹기 위해서 무를 재배하지만 아랍권에서는 무청을 먹기 위해 재배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도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즐겨 먹었다. 겨울철 서민들의 밥상에는 잡곡밥과 시래깃국, 김치가 단골메뉴로 올라왔다. 특히 겨울철에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시래기에 쌀을 넣고 시래기죽을 쑤어 먹었다. 쌀이 없을 때에는 보리를 넣고 시래기죽을 쑤기도 했다. 그 당시 기운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시래기죽도 못 얻어먹은 놈 같다’는 말을 하곤 했다. 이처럼 시래기는 먹을 것이 없었던 시기에 우리 조상들의 식탁을 지켜온 귀중한 구황식품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무청은 무의 잎과 줄기로, 무청 100g에는 2.6mg의 비타민 A와 70mg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또 칼슘 190mg도 들어 있는데, 이는 채소 중 칼슘이 많이 들어 있다는 시금치의 2배에 달하는 양이다. 우리가 잘라 버리는 무청은 비타민 C와 칼슘이 가장 많이 들어 있으며 식이섬유소가 많아 최고의 거친 식품인 것이다. 따라서 무로 김치를 담글 때에도 무청을 버리지 말고 담그는 것이 좋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작 우리가 신경 써서 챙겨 먹어야 할 음식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시래기와 같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장철이 되면 여기저기 무밭에서 무를 캐고 무청이 밭에 버려지고 있고, 새벽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도 무청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무청은 무에서 제거된 뒤 햇볕을 받으면 쉽게 잎이 누렇게 바래고 썩어버리므로 무를 수확한 뒤 즉시 수거해야 한다. 올해에도 나는 근처의 무밭에서 버리는 무청을 얻어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왔다. 그리고 가마솥에 불을 피워 물을 끓인 뒤 살짝 데친 다음 뒤뜰에 있는 빨랫줄에 걸어 시래기를 만들었다. 결혼해 미국에 살고 있는 딸아이는 어렸을 때 시골집에서 먹던 시래기가 늘 그립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내는 내가 말려놓은 시래기를 보고는 딸아이에게 갖다줄 생각에 흐뭇해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아내가 말라비틀어진 시래기를 귀한 보물처럼 싸들고 들어가는 것을 보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무청은 그냥 말려도 되지만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그늘에 말리면 보기에도 좋은 녹색의 시래기가 된다. 데치지 않고 그냥 말리면 엽록소와 비타민 C가 파괴되고, 잎이 누렇게 변하며, 잘 부스러진다. 따라서 살짝 데쳐서 바로 찬물에 헹군 다음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말리기가 어려울 때에는 데친 무청을 하루 동안 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짜낸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누어 냉동 보관한다. 삶은 시래기 100g의 칼로리는 약 18kcal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이어트 중에 배가 고플 때 시래기된장국을 끓여 먹거나 시래기무침을 먹으면 좋다.





주간동아 2005.12.20 515호 (p91~91)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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