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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못 본 재경부 수십억원 낭비

국가재정정보시스템 3년 만에 일부 폐기 … 책임지는 사람 없이 “최선 다했다” 되풀이

앞 못 본 재경부 수십억원 낭비

앞 못 본 재경부 수십억원 낭비

2월11일 당시 이헌재(오른쪽)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국가재정 정보시스템을 통해 총 세입·세출을 마감하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51억원의 예산을 들여 개발한 국가재정 정보시스템(NAFIS)의 기능이 한정돼 있어 정부가 수십억원을 들여 새로 시스템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시스템(가칭 국가재정 통합정보 시스템)은 기획예산처의 예산 시스템과 재경부의 회계 시스템, 행정자치부의 지방재정 시스템, 교육인적자원부의 지방교육재정 시스템, 감사원의 회계감사 시스템을 모두 연계한다. 결국 재경부가 처음부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음으로써 벌어진 일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일부 활용’ 주장 업계선 부정적 반응

그렇지 않아도 정부가 8000여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 사업이 감사원 감사 결과 중복·과잉 투자와 추진체계의 혼선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민원서류의 위·변조 가능성까지 제기돼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전자정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2003년 1월1일부터 전면 운영 중인 NAFIS는 지출, 출납, 물품, 국유재산 등 23개 재정활동 업무를 전산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현재 전국에 걸쳐 3만여명의 회계직 공무원이 사용하고 있으며 연간 336조원의 재정자금이 NAFIS를 통해 지출됐다. 처음 한 달 동안은 접속이 잘 안 되고 수시로 작동 중단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안정화됐다는 게 재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감사원, 재경부, 기획예산처, 행자부 등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산하 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이하 기획단)은 최근 국내 시스템 통합(SI) 업체들로부터 사업 제안서를 받아 평가한 결과 삼성SDS를 국가재정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자로 선정했다. NAFIS를 구축한 LG CNS가 탈락한 것은 NAFIS 개발에서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낸 점이 불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에 대해 LG CNS 측은 “NAFIS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문제는 재경부가 이미 개발해놓은 NAFIS의 활용 여부. 기획단에 파견된 재경부 권광호 서기관은 “예산제도 및 회계제도를 대폭 개편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NAFIS는 그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다만 기능이 바뀌지 않은 전자이체나 전자수납은 그대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NAFIS의 하드웨어도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I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은 약간 다르다. 전문가들은 “삼성SDS와 LG CNS가 제대로 협조를 해야 NAFIS를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경쟁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NAFIS가 어느 정도 기능을 했는지는 관심사가 아니지만 국가재정 통합정보시스템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새롭게 개발한다. 이는 NAFIS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왜 국가재정 정보통합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기획단 강태혁 국장은 “재경부가 당시 재정 정보의 통합을 고려하지 않았다기보다는 당시 기술로서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당시 재경부 실무자였던 권광호 서기관은 “실무 차원에서는 그런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NAFIS는 처음부터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주간동아’가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을 통해 입수한 2002년 감사원의 ‘전자정부 구현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보고서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 가운데 일부.

“NAFIS는 행정기관에 복식부기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인데도 복식부기 도입이 2005년 이후로 연기됨에 따라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며, 2003년 1월1일 시스템을 기존 단식부기 체제로 전체 국가기관에 개통하자마자 접속이 잘 안 되고 수시로 작동 중단되는 등 1월 한 달 동안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전자정부시스템 전반 재검토 필요

회계 전문가들은 단식부기에서 복식부기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정과목의 통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NAFIS 개발에 선행해야 할 게 바로 계정과목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혁신위 관계자 스스로 인정하듯, NAFIS 개발 당시 계정과목 분석은 일부 체계성에서 문제가 있어 이번에 기획단에서 보완했다.

복식부기·발생주의 회계를 도입하기 위한 기반이 조성된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이때에야 비로소 표준거래 유형을 작성함으로써 모든 거래가 수작업 없이 NAFIS에서 자동 분개(分介)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NAFIS를 개발하기 전에 이미 끝마쳤어야 할 일인데도 이제야 완료했다는 것은 정부 관계자들이 시스템 개발의 기본을 몰랐기 때문이거나 뭔가 실적을 내기 위해 밀어붙이기를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 못 본 재경부 수십억원 낭비


표준거래 유형이란 결산 과목과 예산 과목을 연계하기 위해 예산 집행에 따라 발생하는 거래를 유형별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가령 자산취득비 지출 시 취득한 자산은 기계장치, 차량 운반구, 집기 비품, 소프트웨어 구입 등으로 자동 분개되는 식이다.

재경부가 NAFIS 개발에 나선 것은 2002년 2월. 국가 회계를 복식부기·발생주의 회계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업에만 51억9000만원이 들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145억9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 사업의 확대 사업인 ‘국가재정 정보통합연계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두 사업 모두 사업자는 LG CNS였다.

감사원이 전자정부 사업에 대해 전반적인 감사를 벌인 것은 재경부가 한창 개발을 진행 중일 때였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당시 재경부가 감사원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했다면 200여억원의 예산 낭비는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당시 재경부 관계자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해 승복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34~35)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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