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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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건설-GS건설 “또 꼬였네”

이번엔 물류센터 현장 붕괴사고 책임 공방 … 두 회사 ‘감정의 골’ 법정다툼 번질 수도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11-09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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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건설-GS건설 “또 꼬였네”

    10월6일 일어난 경기 이천시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한번의 악연만으로는 부족한 것인가. 요즘 건설업계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과 GS건설을 두고 하는 얘기다. 공사 규모 3300억원의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 내 ‘첨단 IT 콤플렉스’ 신축 공사 입찰 결과를 둘러싸고 법정으로까지 갔던 두 회사가 이번에는 대형 산업재해 책임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간 공방 대상이 되고 있는 재해는 10월6일 일어난 경기 이천시 GS홈쇼핑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 이천경찰서는 10월28일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작업 중 옥상 바닥 PC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1~2층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매몰돼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한 대형 산재와 관련, “전반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했다”며 28일 GS건설 현장소장, 감리업체인 C건축 감리단장, PC 시공업체인 삼연PCE 대표, K기업 현장소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옥상 바닥 PC 구조물 와르르

    사고가 발생한 공사는 우리은행이 발주하고 SLS가 공사 위탁을 맡아 올 5월 GS건설과 도급 계약을 체결한 3층 규모의 물류센터 신축공사. SLS는 GS건설과 도급계약 체결에 앞서 삼성건설을 물류센터 신축공사 중 PC 공사(미리 제작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조립해 건물을 짓는 방식) 계약자로 선정, PC를 우선 제작하도록 지시했다. GS건설은 6월 말 SLS와의 계약에 따라 PC 공사를 삼성건설에 일괄 하도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에 의해 삼성건설은 물류센터 신축공사에서 PC 공정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GS건설이 삼성건설에 일괄 하도급을 준 것은 삼성건설이 PC공법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방의 핵심은 사고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GS건설은 하도급 계약서에 명기돼 있는 바와 같이 삼성건설이 PC보의 붕괴 사고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삼성건설이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의 결함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만큼 삼성건설은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건설은 이번 공사의 PC 공사 계약 당사자가 삼연PCE㈜인 만큼 계약 체결이나 이행, 그리고 현장 대리인 상주 문제는 삼연PCE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삼연PCE는 1998년 삼성건설에서 분사한 회사라는 것.



    상식적으로는 삼성건설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삼연PCE가 삼성건설의 PC 사업부가 분사한 회사인 것은 맞지만 삼성건설이 출연하고 공장 등 물적 시설도 모두 삼성건설 소유이며 대외 활동도 삼성건설 이름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실질적으로는 삼성건설의 단순 사업부서라고 할 수 있다.

    삼성건설-GS건설 “또 꼬였네”

    삼성건설과 GS건설이 법정다툼까지 벌였던 서울 상암동 IT콤플렉스 건설 공사 부지.

    GS건설 측은 삼성건설의 발뺌이 계속되자 삼성과 맺은 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GS건설 관계자는 “도대체 삼성건설의 주장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면서 “계약서나 각서에는 명백히 삼성건설이 계약 주체로 돼 있고, 공사 대금도 삼성건설의 계좌로 입금됐는데도 삼성건설이 발뺌으로 일관하는 것은 부도덕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PC 공사 하도 계약을 맺은 삼성건설이 현장에 현장 대리인을 상주시키고 안전관리를 책임지겠다는 계약서 내용과 달리 GS건설 측의 수차례에 걸친 요청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현장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한다.

    GS건설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임에도 GS건설 책임이 부각되는 등 상황이 자기 회사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은 삼성의 발빠른 대응과 로비력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노동부나 경찰 조사 과정에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것. 물론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GS그룹에서는 GS건설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부터 제대로 밝혔으면 안 먹어도 될 욕을 먹고 있다”는 것.

    삼성건설-GS건설 “또 꼬였네”

    GS홈쇼핑 물류센터 건설 하도급 계약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계약 주체로 돼 있다.

    노동부나 경찰은 GS건설 측의 이런 주장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천경찰서 관계자는 “삼성건설에 대해서도 법인을 입건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삼성건설 측 책임 문제를 주장한 GS건설 관계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실대로만 조사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노동부 산업안전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천시를 관할하는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서 삼성건설 관련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지방노동사무소 측은 “삼성건설 관련 내용은 검찰에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노동부에서는 원청 업체에 대해서만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노동부 산업안전팀 관계자는 기자의 재차 확인 요청에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서 그렇게 말했다면 그 말이 맞을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노동부 “산업재해 엄정 조치”

    삼성건설과 GS건설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상반기 건설업계 최대 프로젝트였던 서울 상암동 첨단 IT 콤플렉스 신축공사 입찰 결과를 둘러싸고도 법정 공방을 벌였다. 삼성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에 뛰어든 입찰에서 5월3일 삼성건설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GS건설 측은 이 결과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법에 입찰 절차 속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설계 점수와 입찰 가격 등 모두 1등인데 감정항목에서 2점이나 깎여 삼성에 밀리자 “심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힘들다”고 반발한 것. 당시 건설업계에서도 “감정 조정을 통한 사실상의 수의계약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관급 턴키방식 입찰에서 1점 이상 감점이 나온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송은 GS건설 측이 슬며시 취하하면서 더 이상 확산되지는 않았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삼성과 GS 측이 서로 물밑협상을 통해 삼성이 GS 측에 일정 지분을 인정해주기로 하고 합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삼성이나 GS 측은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물밑 협상으로 땜질하기에는 파장이 너무 크다. 노동부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중대 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에 대해서는 철저히 수사해 구속 등 엄정 조치를 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이미 올해 들어 9월24일 충북 음성군 개인주택 공사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전도돼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을 사망케 한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구속하기도 했다. 당연히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사고에 대해서도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고 원인을 둘러싼 책임 공방은 법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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