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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모니터로 지구촌 손금 보듯

첨단 지구본 ‘구글어스’ 인기 … 명승지 이름만 입력하면 하늘에서 본 풍경 펼쳐져

  • 김국현/ IT칼럼니스트 goodhyun@goodhyun.com

안방 모니터로 지구촌 손금 보듯

안방 모니터로 지구촌 손금 보듯
서울발(發)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의 이코노미석 탑승자라면 왼쪽 창가 좌석을 예약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가운데 하나인 금문교를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왼쪽 창가에 앉지 않아도 금문교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됐다.

단지 마우스로 태평양을 드래그 해서 건너간 다음 휠을 돌려 급강하하면 된다. 21세기의 지구본, ‘구글어스(Google Earth)’를 빙글빙글 돌리면 태평양의 반짝이는 금문교도, 프랑스의 센강도, 그 강에 그림자를 드리운 에펠탑도 순식간에 안방에 펼쳐진다.

구글어스는 손바닥 대신 마우스로 지구를 돌린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빨갛고 노랗게 칠해진 축도(縮圖)가 아닌 현실의 풍경이다. 하늘과 우주에서 찍은 항공사진과 위성사진은 우리가 개념으로만 알고 있던 지구의 피부를 현미경처럼 보여준다. 빌딩과 철도, 도로와 농경지 같은 문명의 실핏줄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로 우리 머리 위에서 카메라로 내려다보는 것만 같다.

북한의 군사시설도 ‘한눈에’

현재는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 등 일부 지역만 고해상도로 즐길 수 있지만, 저해상도 사진이라도 그림 지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이 가득하다. 동네 뒷산은 등고선이 아닌 실제의 산으로 보이고, 모교의 운동장도 내려다볼 수 있다. 수원의 ‘빅버드’ 월드컵경기장은 위에서 보니 정말 큰 날개 같다.



어릴 적 살던 집, 사춘기 때 거닐던 학교 앞 거리, 설던 첫 번째 해외 여행지가 추억의 장소라면 이집트의 스핑크스, 호주의 에어스록, 페루 남부의 나스카 평원 같은 세계적인 유적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이처럼 구글어스는 한번 설치하면 중독성을 발휘해 방 안에서의 세계 여행에 흠뻑 빠지게 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콩나물’이나 ‘블루맵’이 더 자세한 서울의 항공사진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손으로 지구본을 돌리듯 마우스를 끌어당겨 세계를 누비는 손맛은 비교할 수 없이 짜릿하다.

평양 상공과 북녘의 군사시설, 구멍이 숭숭 뚫린 네바다의 핵실험 부지, 그리고 에일리언을 숨겨놨다는 미 정부의 비밀기지까지, 궁금하던 지구촌 곳곳이 적나라하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실시간 영상이 아니라 1, 2년 전에 위성과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해를 입은 재해 지역 사진은 최신 것으로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생생한 현장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어스가 주는 독특한 시점을 충분히 활용해 로마 유적을 찾았다는 뉴스도 들려오니, 그야말로 만능 지구본이 아닐 수 없다.

구글어스를 처음 설치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놀라움에 가깝다. 경승지의 이름만 입력하면 구글어스는 하늘로 붕 떴다가 그 위치로 쏜살같이 내려간다. 그리고 하늘에서 본 풍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안방 모니터로 지구촌 손금 보듯

구글어스가 선보이는 지도 서비스는 실제 위성사진과 동일하기 때문에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착각을 안겨준다. 구글어스에서 검색한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와 평양 대동강 변에 위치한 모란봉 경기장 사진(왼쪽부터).

새로운 체험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진다. 구글이 축적해가고 있는 가상세계의 정보와, 그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구글 특유의 테크놀로지가 또 다른 정보와 결합한다면 소름끼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 구체적인 실체는 알 수 없으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이어주는 유비쿼터스적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구글어스가 청와대의 모습을 보여줬을 때 청와대는 호들갑을 떨 수밖에 없었으리라. 한국뿐만 아니다. 러시아, 호주, 그리고 태국의 군부도 항의를 하거나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뉴스는 구글어스를 효과적으로 홍보해줄 뿐이었다.

MS, NASA도 비슷한 영상물 제공

이러한 서비스는 구글어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강력한 라이벌인 MS가 제공하는 버추얼 어스(Virtual Earth)도 있다. 버추얼 어스는 구글어스와 달리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웹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다. 자신의 장악력을 잘 살려 메신저와의 결합을 시도하는 등 앞으로의 확장성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공하는 오픈소스인 ‘월드 윈드(World Wind)’도 있다.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영상 소스를 다양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장래성이 풍부하다.

80분간의 인터넷 세계일주가 질리기 시작했다면 ‘구글 문(moon.google.com)’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구글 측에서는 ‘달 탐사 100주년인 2069년 7월20일에는 달에도 볼 것이 많을 테니까 구글 문의 정확도를 구글어스 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이라는 개그 아닌 개그를 붙여놓았다.

최근 경찰청은 구글어스 서비스를 통해 집회나 시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것도 개그라면 개그일까, 아니면 테크놀로지에 대한 효과적인 적응일까.



주간동아 2005.11.01 508호 (p68~69)

김국현/ IT칼럼니스트 goodhyun@good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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