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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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대유행 임박

신종 바이러스 잇단 출현 인류 방어력 한계 … 자체적 독감 백신 개발 총력 지원 시급

  • 정희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입력2005-10-19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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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플루엔자 대유행 임박

    조류독감 바이러스, 어떻게 전파되는가?

    조류독감은 닭·오리와 같은 가금류와 야생 조류 등에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류독감은 인간에게 얼마만큼 위험한 질병일까? 과연 사람끼리도 전염이 가능하며, 그에 따라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선 먼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그림 참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항원(인체에 들어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이물질)이 변이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항원성을 지닌 유전자 돌기들이 있고, 이 돌기에는 변이와 관련된 헤마글루티닌(Hemagglutinin, H)과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 N)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항원의 변이에는 크게 변하는 대변이와 약간 변하는 소변이 2가지가 있다.

    일단 유행하면 수만~수천만명 목숨 잃는 심각한 질환

    소변이는 거의 매년 A형 및 B형 인플루엔자에서 모두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인플루엔자(흔히 ‘독감’이라고 함)는 항원 소변이를 통해 계속적으로 일정 시기(북반구의 경우 주로 겨울철)에 유행된다. 대변이는 A형 인플루엔자에서만 발생하며, 기존에 유행하던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H 또는 N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는 것, 즉 H3가 H2로, N1이 N2로 새롭게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런 대변이는 세계적 ‘범유행 또는 대유행(influenza pandemic)’과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인플루엔자 A형의 대유행이란 최근까지 유행했던 바이러스형과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몰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수만~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는 심각한 질환을 가리킨다. 이러한 범유행은 10~40년 주기로 나타난다. 1918년의 스페인 독감(H1N1 유형), 1957년의 아시아 독감(H2N2 유형), 1968년의 홍콩 독감(H3N2 유형) 등이 그 대표적 사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류독감은 인체로 직접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다 1997년 홍콩에서 H5N1 바이러스에 의한 첫 조류독감 환자가 보고되었고, 이때 H5N1이 조류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전파될 수 있는 독감 바이러스임이 최초로 증명됐다. 그러나 당시 사람 사이 전파의 증거가 없었고, 그 이후 2002년까지 환자 발생 보고가 없어서 안도하고 있던 차에, 2003년 12월 이후 조류독감이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다. 이는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인접국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빈발하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살펴본 결과, 1918년의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측면이 있음이 밝혀졌다. 2005년 10월 전문 과학잡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 결과는 1918년에 전 세계적으로 최소 5000만명의 희생자를 만든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가 그 이후에 발생했던 아시아 독감(1957~58년, H2N2)과 홍콩 독감(1968년, H3N2) 바이러스들과 달리 직접 조류로부터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독감(H5N1) 또한 돼지와 같은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조류에서 사람에로 직접 전파되고 있다. 희생자에서 분리된 바이러스 유전자 중 독성변이 부분 역시 1918년의 스페인 독감과 일치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만약 현재의 조류독감이 인간에게로 직접 전파되기 쉬운 형태로 변이돼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일으키게 된다면 ‘21세기의 흑사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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