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4

2005.05.10

동의보감, 대한민국판 번역서 나왔다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5-05-04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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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보감, 대한민국판 번역서 나왔다

    세운한의원 김형준 원장(왼쪽)과 양촌한의원 윤석희 원장.

    한의학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허준의 ‘동의보감’.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대다수 한의사들은 북한에서 번역한 동의보감을 통해 의술을 익히고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이런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일군의 젊은 한의사들이 4년여의 작업 끝에 마침내 ‘대한민국판’ 동의보감(2519쪽, 18만원, 동의보감출판사)을 펴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 광주 양촌한의원 윤석희 (37) 원장과 서울 신림동 세운한의원 김형준 (33) 원장이 그 핵심 구실을 했다.

    “2001년 1월 경희대와 부산 동의대 한의학과 학생들이 모여 ‘동의보감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교재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다 보니 가끔 오자나 오역이 눈에 띄더군요. 또 기존에 동의보감이라 하면 북한 번역본과 1960년대 허민 선생이 국한문으로 번역한 것이 다였거든요. ‘지금, 이곳’의 한의사들을 위한 쉽고 정확한 번역본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습니다.”

    김 원장의 말이다.

    동의대 한의대 입학 전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한 윤석희 원장이 대표 번역을 맡기로 했다. 김 원장은 대한형상의학회 학술위원회, 민족문화추진회 전문위원들, 동의보감연구회 등 기타 번역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일을 맡았다. 비용은 경남 화계면 지리산 자락에서 쌍계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진목(41) 원장이 책임졌다. 맏형뻘인 김진목 원장은 동료들이 어렵고 긴 번역 작업에 지쳐 나가떨어질 때마다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다독이고 힘을 북돋워주었다.

    두 사람은 ‘오역 없이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번역, 원전에 근거한 해석, 임상에 비추어보아 의미 있는 해석’을 목표로 삼았다.



    “동의보감은 일종의 ‘종합 텍스트’입니다. 이전의 수많은 의서들을 집대성해놓은 것이죠. 허준 선생은 각 구절마다 참고한 원전을 세세히 밝혀놓았습니다. 해석이 매끄럽게 되지 않을 때마다 의학강목, 의학입문 등 원전을 일일이 찾아 그 흐름을 참고했습니다.”

    윤 원장의 설명이다.

    두 사람이 앞장섰다고는 하지만 방대한 작업을 이들의 힘만으론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최철한·성민규·안상영·남무길·강영희 한의사 등이 함께 짐을 지고 나섰고, 정부산하기관인 민족문화추진회 소속 전문위원들도 힘을 보탰다. 한의학의 한 갈래인 형상의학회 학술위원 20여명도 1년간 매주 수요일 새벽 2시간씩 번역 용어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소문이 퍼지면서 주변 한의사들의 문의나 조언도 잇따랐다. 김 원장은 “많은 이들이 그간 동의보감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점이나 실제 조제 과정에서 알게 된 처방의 상세 내용 등을 전달해줘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윤 원장은 “2월 초 펴낸 초판 1쇄 1000권이 다 팔려 2쇄 1500부를 찍었다. 그중 이미 500부가 팔린 상태”라고 했다. “학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새로 찍어낼 때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10년쯤 후에는 ‘완벽한 동의보감’이 탄생할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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