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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ㅣ사설왕국 ‘수협’

조합장 권한 줄이면 살아날까

순자본비율 0% 넘는 곳 94개 조합 중 46개 … 수협법 개정· 통폐합 등 생존 ‘발등의 불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조합장 권한 줄이면 살아날까

조합장 권한 줄이면 살아날까

2003년 3월 부산시 기장군 앞바다에서 멸치잡이에 나선 어민들.

‘2010년까지 자산을 0원으로.’

전국의 일선 수산업협동조합들의 목표는 이처럼 소박(?)하다. 2002년 경영진단이 실시됐을 당시 자기자본을 다 까먹었을 정도로 ‘빈사’ 상태에 빠졌던 대다수 조합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형편이 다소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순자본비율이 0%를 넘는 일선 조합은 전체 94개 조합의 절반을 약간 밑도는 46개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 순자본비율이 -20%를 밑도는 9개 조합은 해양수산부의 ‘퇴출’ 판정을 기다리는 좌불안석의 상태다. 때문에 부실을 털어내고 생존을 사수하는 게 일선 조합들에겐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수협법 개정과 부실 조합 통폐합 등을 통해 일선 조합들의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정기국회에 제출된 수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그동안 조합 부실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조합장 권한의 축소. 조합장 연임 1회로 제한, 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기능 강화, 불법선거행위 처벌형량 강화, 그리고 상임이사 도입 의무화 등이 그 주된 내용이다. 특히 상임이사 도입은 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에게 신용사업을 맡겨 신용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다.

사실 조합장과 임원들이 일선 조합에서 갖는 권한은 막강하다. 그동안 많은 조합장이나 임원들은 각종 자금 대출을 독식하거나 경제사업 이권을 챙기는 등 전횡을 일삼아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수법은 가족 명의로 각종 대출을 받아내는 것. 이 같은 행태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또한 시급하다. 거제도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김모씨(56)는 “싼 금리의 수산정책자금 등을 조합장 측근들이 독식하고 있어 일반 어민들은 시중은행보다 비싼 금리의 일반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조합장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선거 때마다 금품을 뿌리고 상대 후보를 헐뜯는 ‘난투극’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실 조합 처리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각 수협별로 이해관계가 상충될 뿐 아니라 동반 부실화 우려, 업무 구역의 지나친 광역화로 생활권과의 분리, 조합원들의 반발 등 난관이 많다. 공적자금 투입 이후 통폐합된 일선 조합이 단 두 곳에 지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영해수어류양식수협도 조합원 반발로 여러 차례 합병 계획이 무산되다가 최근에야 여수에 있는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으로 계약 이전되기로 결정됐다.



어업인 소득증대 위해 부실 정리가 선결조건

한편 공적자금 투입 조건으로 이뤄진 ‘신용·경제 부문 분리’는 또 다른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과거 수협은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경제·지도사업에 투입해왔는데, 이 때문에 동반 부실이 빚어지자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하는 2027년까지 신용사업의 경제·지도사업 지원을 전면 금지시킨 것.

이러한 조치로 인해 신용사업은 어느 정도 정상화를 이뤘으나, 한편으로는 수협이 협동조합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단순한 금융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돈줄 끊긴’ 경영·지도사업 부문에 대한 지원을 정부가 도맡고 있어 ‘아랫돌 빼 윗돌 괴기’란 지적도 있다. 2004년 7월31일까지 전국 조합에 경영개선자금으로 지급한 정부자금은 1586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어차피 정부 돈을 지원할 거면, 신용사업과 경제·지도사업 간 장벽을 다소 허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성표 정책연구위원은 “수협 경영·지도사업 부문의 문제는 전문적인 경영마인드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조직으로 거듭나는 게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수협의 본디 목적은 ‘어업인의 소득증대와 복지생활 향상’이다. 그러나 엄청난 부실 규모에 허덕이는 수협은 이러한 궁극적인 목적에 매진할 형편이 못 된다. 협동조합 본연의 임무에 임하는 선결조건은 뿌리 깊은 모럴해저드의 추방, 모럴해저드가 낳은 엄청난 부실 정리가 아닐까.



주간동아 459호 (p30~3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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