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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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폭력성’ 개를 통해 꼬집기

  • < 김의찬/ 영화평론가 > sozinho@hanmail.net

    입력2004-12-01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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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폭력성’ 개를 통해 꼬집기
    개인적으로 할리우드 영화가 그나마 마음에 드는 점이 있다. 동물학대, 아동학대 장면이 없는 점이 그렇다. 좀 꼬인 성격이어서 그런지, 영화 시사회장이나 극장에서 실제로 이런 장면들을 보고 있자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나도 모르게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영화 ‘플란다스의 개’ 같은 영화는(감독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영화가 흥미로운 블랙코미디였음에도 약간 보기 민망했다. 강아지를 아파트 옥상에서 집어던지고, 영화 속 인물들이 개를 천연덕스럽게 ‘먹을 것’으로 대하는 장면들을 본 뒤 솔직히 영화를 계속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에 본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는 한술 더 떴다. 이 영화엔 강아지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하고 개들까지 서로 싸우다 상대를 물어 죽인다. 어느 강아지는 아파트 거실 바닥에 갇힌 채 며칠을 보내는데 그 속엔 쥐 떼들이 돌아다닌다. 꼼짝없이 강아지는 쥐들의 장난감이 되는 수밖에 없다. 비극이 따로 없다. 영화 내내 개들은 투견으로, 거리의 동물로, 인간에게 버림받은 존재로 그려진다. 따라서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모레스 페로스’는 은유의 영화다. 이 영화는 ‘개’라는 동물을 인간의 거울로 삼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동물적인 폭력성, 본능적인 살인의지, 이런 인간들의 본성을 개를 통해 슬쩍 공격하는 내용이다. 사실 이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 상도 여럿 받았고 영화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세 가지 상이한 에피소드가 서로 엇갈리고 인물 군상이 얽히면서 드라마가 엮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럼에도 난 뭔가 마음에 걸린다. 개를 하나의 음식으로 취급하는 우리 문화가 못마땅한 것일까. 서구적인 태도일지 모르지만 난 애완동물이 인간의 가장 친한 벗이자 가족 같은 존재라고 믿는 편이다.

    같은 이유로 할리우드 동물영화가 개인적으로 더 좋다. 주인공이 곤란에 처하면 강아지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도와주고, 빼어난 충성심을 발휘하기도 하며 인간의 벗이 되는 영화들. 거기엔 별다른 작가정신도 없고 장인정신도 없지만 은근한 삶의 감동이 숨어 있다. 배신과 탐욕이 주를 이루는 스릴러영화, 진부한 멜로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동물영화가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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