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1

2001.09.13

파리의 여름은 보행자 천국

노트르담~콩코드 광장 4km 한 달 간 폐쇄… 들라노에 시장 “내년에도 시행”

  • < 민유기 / 파리 통신원 > YKMIN@aol.com

    입력2004-12-17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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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바캉스가 끝나고 9월로 접어들자 파리 시의회가 떠들썩하다. 사회당 소속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의 환경친화적인 교통정책들에 대해 일부 우파의원들이 현실을 무시한 조처라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들라노에는 지난 3월 시장 취임 직후부터 센강 강둑길 일부와 파리에서 가장 낭만적 산책로로 꼽히는 생마르탱 운하 주변 도로를 일요일과 국경일에 폐쇄해 도보 통행과 자전거·롤러블레이드·킥보드 등만을 이용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시장의 교통정책에 본격적으로 반대 여론이 일기 시작한 것은 올 여름 한 달 동안 시내 한복판의 노트르담 성당과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센강의 강둑도로 4km에 차량을 다니지 못하도록 하면서부터다. 이 조처는 여름 바캉스 기간에 대다수 시민이 파리를 벗어나기 때문에 시내 교통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실시했다. 하지만 폐쇄한 도로는 파리의 동서를 이어주는 주요 도로로 화물이나 택시 등 수많은 차량이 이용하는 도로였다. 결국 이 길을 이용하던 차량은 시내도로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해마다 바캉스 기간에 실시하는 낡은 도로 보수공사 등으로 시내 일부 도로는 예년에 없던 교통체증을 빚었다.

    환경친화적 교통 억제정책

    이에 발끈한 것은 택시나 배달 전문업체 등 운송업체와 자동차 클럽이었다. 이들은 시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자동차 이용에 불편을 주었다며 파리 시장과 시경찰청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금지소송까지 걸었지만, 사법당국은 8월 중순 파리 시장의 결정에 불법성이 없다고 결정했다. 우파는 시장의 조처와 이에 대한 법원의 면죄부가 자가용 이용자나 상인들, 관광업 종사자들의 이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으나 시장은 내년 여름에도 똑같은 조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9월 들어 또다시 논란이 된 것은 시 당국이 여름철 공사를 통해 시내 주요도로 버스 전용차선에 지금까지와 달리 높은 둔덕을 만든 조치다.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대도시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버스 전용차선제를 실시하였지만 이를 어긴 차량에 대한 처벌은 거의 없었다. 버스 전용차선은 법적 제재 없이 운전자 양식에 따라 대체로 지켜왔고, 필요한 경우 어느 곳에서나 임시 주정차가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 설치한 둔덕은 전용차선 진입을 막아 배달차량들의 임시 주정차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른 상인들의 불만이 우파 시의원들을 통해 시의회에서 강력하게 표출되었다.

    그러나 시장이나 시의회 다수파인 좌파는 현실적·경제적 이윤을 주장하는 일부 우파 의원이나 재산권을 강조하는 일부 이해계층이 반대하는데도 환경친화적 교통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일 예정이다.

    프랑스는 올부터 자가용 세금을 없애 자가용 보유자가 급증하였다. 인구 200만 명의 파리에는 이미 하루 평균 150만 대의 차량이 돌아다닌다. 자동차 이용자 입장에서는 도로가 확충되어도 부족한 마당에 파리시는 기존 도로를 축소해 궁극적으로 시내 차량운행을 감소하려고 한다. 19세기 중반 시인인 보들레르는 파리의 대로를 빠른 속도로 위험스레 질주하는 마차를 보면서 현기증을 느낀다며 근대화의 속도감을 비판했다. 파리의 도심 교통 억제정책은 근대화 속에 서서히 잃어버린 도시환경과 시민의 보행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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