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천공항엔 매력포인트가 없다

위치 좋지만 배후시설 등 소프트웨어 열악… 홍콩 일본 등 비해 경쟁력 ‘한 수 아래’

인천공항엔 매력포인트가 없다

인천공항엔 매력포인트가 없다
‘동북아의 허브(hub)공항’을 목표로 오는 3월29일 개항하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공항 이용료가 1회 입출항에 2800달러 수준으로 최종 확정됐다(B747-400 기준). 이로써 1년 넘게 끌어온 인천공항 이용료 협상은 인천국제공항공사측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측이 최종합의를 보지 못한 채 공항공사측의 안대로 각 항공사에 개별 통보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말부터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들은 B747-400기가 인천공항에 한 번 드나들 때마다 314만원의 착륙료를 포함해 모두 336만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그러나 공사측이 정류료를 ‘3시간까지 무료’라고 발표하고 이용료 계산에서 빼버린 데 대해 항공사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의 공항 평균 주기 시간이 9시간에 이르는 데다 정류시간이 3시간 넘는 비행기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점을 들어 실제 이용료는 공사측이 발표한 대로 2800달러가 아니라 3300달러 수준에 이른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사측이 이용료 과다 인상에 대한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식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1회 입출항료 2800불… 항공사들 불만

인천공항엔 매력포인트가 없다
게다가 김포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단측은 이미 지난해 3월 김포공항 이용료를 10%나 인상한 바 있어 인천공항에 새로운 인상폭을 적용하면 1년 동안 공항 이용료가 무려 30% 이상 오르는 셈이어서 항공사들은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사측이 확정한 2800달러 수준의 이용료는 주변의 경쟁 공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며 과연 신규 개항하는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천공항의 비용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천공항의 주요 경쟁 상대인 아시아 지역 공항에 비한다면 인천공항의 이용료 자체는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공사측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이 8910달러, 중국 상하이의 푸둥 공항이 5388달러,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 4674달러 수준으로 모두 인천공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허브 공항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은 2300달러 수준,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세팡 공항은 15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공항공사측은 인천공항 이용료 확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공항과의 비교자료만을 내놓았다.



인천공항의 이용료는 현 김포공항 이용료에 비하면 무려 19.7%나 인상된 수준이다. 그러나 이 요금마저도 개항 이후 1년간만 적용되며 2차년도부터는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항공사측은 이미 개항 2차년도에는 12.6%, 3차년도에는 다시 5.8%를 인상해 인천공항 개항 후 3년 동안 총 43%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공항 이용료를 둘러싼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공사와 항공사측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단 1차년도 인상분만 확정발표하고 추가 인상분은 그때 가서 공항운영 실적을 감안해 항공사측과 재협의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공항공사의 과도한 부채 규모 등으로 인해 운영 실적이 쉽게 호전되리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항 이용료의 대폭 인상이 빚더미에 올라 있는 공항공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일부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북아의 허브(hub)를 표방하는 인천공항의 신규 수요 창출을 가로막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허브공항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성공 여부는 △지리적 위치 △저렴한 공항사용료 △환승시설의 편의성 △접근이 쉬운 육상교통수단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성 등 몇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에서도 공항 이용료는 신규 수요 창출 여부를 판가름하는 핵심요소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우리와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나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공항은 최근 이용료를 낮추는 추세에 있다. 특히 공사측이 인천공항의 경쟁 공항으로 내세운 간사이 공항 역시 비싼 사용료와 항공 수요의 포화상태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취항 항공사가 늘어나지 않는 추세라는 점에서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천공항엔 매력포인트가 없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는 것이 국내 항공사들의 엄청난 추가 비용발생 문제. 그렇지 않아도 배후 시설 미비와 비싼 신공항고속도로 이용료 때문에 직원들의 신공항 기피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은 이번 이용료 확정으로 인해 연간 1500억∼1800억원대의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현재 항공사들은 이를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부담으로 인한 적자가 계속되면 항공사들이라고 별다른 수가 있을 리 없다. 인하대 박기찬 교수(경영학)는 “항공요금이 이미 정부의 허가사항이 아닌 만큼 항공사의 비용증가분은 결국 국제선 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 재무팀 관계자는 “인천공항 이전에 따라 항공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전비용 등을 감안해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브공항을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부채 투성이인 공항공사의 재정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현실론을 절충한, 불가피한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지정학적 위치는 경쟁 공항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만 싱가포르 창이공항이나 간사이 또는 홍콩의 첵랍콕보다 소프트웨어면에서는 결코 낫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인천공항의 가격경쟁력은 상당히 낮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천공항은 개항 이전 리허설 단계에 이미 수화물처리시스템(BHS)과 출도착 노선을 알리는 비행정보전광판(FIDS) 등에서 중요한 에러가 발생하는 등 개항 직후 대혼란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항공(KLM) 한국지사 조은경 지점장은 “외국의 주요 공항과 비교해 인천공항의 이용료가 비싼 것은 아니지만 주요 항공사들을 유치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없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주변에도 허브로 성장할 만한 공항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항공사들이 기수를 인천쪽으로 돌릴 만한 유인 요소가 별로 없다는 것. 조지점장은 “결국 인천공항의 허브화는 공사쪽의 바람에 그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다른 공항과 인천공항의 이용료를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이유는 인천공항의 열악한 배후 시설 때문이다. 허브 공항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바로 다양한 접근 교통로의 확보 여부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현재 접근로가 전용고속도로 하나뿐이고 2005년 개통예정인 김포∼인천공항간 철도는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홍콩의 첵랍콕 공항이 개항 전 시내까지 25분에 도달하는 고속철도와 6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인천공항은 국제업무지역에 겨우 1동의 호텔을 지난해 말 짓기 시작했을 뿐이다.

허브공항으로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인천공항을 최종목적지가 아니라 다른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환승객 숫자다. 전체 승객 중에서 환승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인천공항을 기점이나 종점으로만 이용하는 승객은 김포공항 시절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경제가 호황인지 불황인지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승객들이다.

그러나 환승객이야말로 국내 경제 상황이 나빠지더라도 이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항에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허브공항은 대부분 환승객 비중이 30%를 넘는다. 교통개발연구원 박용화 항공연구팀장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의 환승객 비중은 43.5%,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은 48.5%,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무려 51.2%에 이른다”며 이들 공항의 공통점은 훌륭한 배후시설로 인해 매력적인 중간 기착지로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99년 기준 김포공항의 환승객 비중은 14.6%에 불과하다. 인천공항공사측은 이를 2010년까지 30%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공항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역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짜였지만 현행 공항 이용료 수준으로는 어느 정도의 환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할지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용화 팀장은 “환승객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용료를 싸게 책정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세우고 주변에 외국인들이 잠시 들를 수 있는 배후 리조트 시설을 구비해야 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이 한때 세계에서 다이아몬드를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던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 고 말했다.

공항 이용료를 비롯한 인천공항 관련 가격정책의 핵심은 공항공사측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하면 악성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재정 자립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항공사측도 주로 정부지분에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주요 공항과 달리 정부 지분이 40%에 불과한 데다 과다한 차입으로 4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공사측의 사정을 모르고 있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9월 감사원은 인천공항 이용료를 김포공항보다 40% 인상하더라도 2020년까지 1조6372억원의 누적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재정자립 기반 구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는 공사측의 설명 역시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실제 이번 공항 이용료는 공항공사의 재무분석 용역을 맡았던 미국계 공항전문 컨설팅 회사인 LFA의 권고안 5000달러보다도 43%나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천공항의 이용료 논란을 계기로 공항공사의 수입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외국 유명공항의 경우 항공사들의 공항 이용료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수입보다 공항 내 각종 시설 임대료와 면세점 수입 등 항공외 수입이 훨씬 많은 수입구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항공수입 대 비항공수입의 비율이 4.5 대 5.5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경우 2001년 추정치가 5.5 대 4.5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하대 박기찬 교수는 “출국자들만 구매할 수 있는 면세점 매장을 입국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늘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사측에서는 공적자금 형태의 정부 참여라는 카드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런 마당에 개항식 관련 비용만 10억원이 넘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인천공항은 동북아의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목표가 단순한 목표에 그칠지 아니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3∼4년 이후에나 판가름날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개항에 앞서, 낮은 이용료와 훌륭한 배후단지로 세계적 허브 공항으로 성장한 창이 공항의 경우나 수요예측 잘못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말레이지사 세팡 공항의 경우를 다시 한 번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1.03.15 275호 (p30~33)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4

제 1214호

2019.11.15

윤석열 대망론이 나오는 이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