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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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돋보이는 ‘튀는 3選’

  • < 문철/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fullmoon@donga.com >

    입력2005-03-21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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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뚝심 돋보이는 ‘튀는 3選’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2월9일 원내총무 경선에서 선택한 인물은 4선의 노련한 김덕규 의원(60)도, 재선의 패기 넘치는 천정배 의원(47)도 아니었다. 중간인 3선의 이상수 의원(55)이었다. 신임 이총무는 지인들 사이에 ‘샛길 모르는 뚝심과 순진한 마음의 소유자’로 통한다. 몇 가지 일화로도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꾸밈없는 호소’로 의원들의 마음을 누비고 다녔다. “저는 총무경선 재수생입니다. 솔직히 우리 당의 3선 이상 서울 의원 중에 당3역 안해 본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김원길, 임채정, 장재식 모두 했습니다(장의원은 현재 자민련 소속). 저는 그동안 당에서 ‘구원투수’ 노릇 많이 했습니다. 이젠 ‘선발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경선을 1주일 앞둔 2월2일, 그는 출입기자들을 만났다. 동교동계의 향배가 관심사인지라 기자들이 물었다. “동교동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동교동계의 지지는 득표요인도, 감표요인도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으나 그의 답변은 너무나 순진해보였다. “저는 동교동계랑 가깝습니다. 특히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가깝습니다. 골프도 자주 같이 했고요. 아, 그런데 말이죠.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한 ‘386의원’이 나를 찍어야 한다고 하니까, 다른 ‘386의원’이 ‘동교동계가 이의원을 지지한데…’라고 했고 이에 그 의원도 ‘그럼 천의원을 찍어야겠네’라고 했다지 뭡니까, 참.”

    87년 그는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민권위원장으로 최루탄에 맞아 숨진 대우조선 노동자 이석규씨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구속된다. 그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씨의 장례행렬을 경찰 뜻과는 달리 광주 쪽으로 틀려는데 경찰이 막습디다. 주위에 재야인사들이 많아 저는 가만있어도 됐는데 누군가는 경찰에 항의해야겠기에 그냥 제가 나섰습니다. 그러다 나만 구속됐습니다, 허허.”

    합리적이고 온건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지만 그에겐 직선적이고 ‘다소 튄다’는 지적도 따라다닌다. 그래서 당내에선 ‘원내사령탑 이상수’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국가보안법 처리 등 민감한 현안에 있어 ‘윗분’의 뜻을 거스르지 않을까 해서다.



    당장 그는 “국보법은 당 정체성과 이념에 관한 것이므로 당론을 만들어야겠지만, 의원들이 별도로 발의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며, 법안처리 과정에서 크로스보팅(자유투표)도 가능할 것”이라며 김중권 대표의 노선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과거 운동권 학생이었고 재야인권변호사였다. 그는 고려대 법대 3학년이던 69년, 3선개헌 반대 전국비상학생총회장으로 활동했다가 강제징집을 당했다. 73년 대학을 졸업한 뒤 78년에야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80년 광주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그는 82년 국보법 위반사건인 ‘횃불회’ ‘아람회’ 사건 관련자의 영장을 기각한 뒤 법복을 벗었다.

    이후 그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그는 부천서 성고문사건, 망원동 수재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다. 대한변협 인권위원, 천주교 정의평화위 중앙위원, 공정선거감시운동전국본부 상임집행위원장 등이 86∼87년 민주화운동 당시의 그의 직함들이다.

    그는 88년 재야영입 케이스로 평민당에 입당, 13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고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재선을 자신했던 14대 총선에서 당시 인기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대발이 아빠’ 이순재씨의 돌풍에 밀려 고배를 마셨고 15대, 16대엔 잇따라 당선됐다.

    그는 원내총무 당선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저는 수(數)로 밀어붙이지 않겠습니다. 아흔아홉 번의 전투에 지더라도 한 번의 전쟁에 이기겠다는 자세로 대야협상에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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