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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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사전에 ‘대북 특혜’는 없다?

선거공약 통해 강경대처 강조…클린턴-DJ 대북포용정책 근간은 유지할 듯

  • 입력2005-06-07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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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사전에 ‘대북 특혜’는 없다?
    걸프전의 영웅들이 점퍼 차림으로 조지 W. 부시의 텍사스 목장에 모인 것은 미 연방 대법원의 선거 개표 심리를 하루 앞둔 지난 11월30일이었다. 걸프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딕 체이니,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 전쟁 총지휘자였던 부시 대통령의 아들 조지 부시 주니어였다. 대통령직 인수 작업이 목장 회동의 목적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장관의 3인 모임 같았다. 콜린 파월은 일찌감치 차기 부시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목되었던 사람.

    이 목장 회동에 끼지는 못했지만, 아버지 부시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러시아 담당 보좌역이었고, 아들 부시의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외교정책 담당 참모 노릇을 했던 스탠퍼드 대학의 콘돌리자 라이스는 대를 이어 차기 부시 행정부에서도 대통령 외교안보 담당 보좌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파월과 라이스 팀이 부시 외교정책의 선봉장이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끌어갈 쌍두마차이며, 공화당의 대북 정책을 가늠할 인적 변수이다. 파월은 펜타곤 출신이고 라이스는 공산권 전문가다. 대북 정책에 자기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들이지만 현재까지는 색깔이 분명하지 않다. 라이스의 경우, 대통령 선거 기간을 통해 선을 보였지만 예상 외로 뚜렷한 색채를 보인 적이 없다.

    공화당사전에 ‘대북 특혜’는 없다?
    더 중요한 인적 요소는 공화당의 실무급 관료들이다. 미 외교정책에 쏘이는 입김이 막강한 그룹이다. 상-하원의 입법 보좌관들도 뒤에 버티고 있다. 8년 내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사람들이다. 끌려가기만 하는 대북 협상, 상호주의와는 거리가 먼 대북 지원, 지원 식량의 군사용 전용 등이 이들의 불만이었던 만큼, 공화당 정권 하에서 대북 ‘특혜’를 기대하기는 이제 힘들리라는 것이 워싱턴의 분위기다.

    부시는 선거 공약에서 테러 지원국이나 핵 확산국 및 대량파괴무기 보유국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북한이 모두 걸려드는 대목이고, 부시 정권의 대북 강경 정책을 예측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화당 대북 정책의 급격한 선회 역시 쉽사리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적극적인 외교 공세와 북미 관계의 진전이 공화당 대북 정책의 급선회 가능성을 낮추어 놓았다. 우선 기본적으로 북한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과거와는 딴판이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매스게임 참관이 미 언론과 보수세력의 질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미 언론과 보수 인사들의 평이 달라졌다. 상대 못할 독재자라는 모자는 최소한 벗겨낸 것이다.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 방문도 북한의 이미지를 크게 개선시켰다. 핵 및 미사일 협상, 미군 유해 송환 등 주로 비밀외교 형태로 진행되던 북미 접촉이 공개 외교의 장으로 나온 것은 북미 관계에 커다란 변화임이 틀림없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수행해 평양을 다녀온 국무부 한국과의 한 관리는 김정일이 미국에 대한 태도를 확실하게 바꾸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한다. 올브라이트의 매스게임 참관 다음날 노동신문은 1면과 3면에 올브라이트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츠하오텐 중국 국방장관 일행의 방북 기사 및 사진 크기와는 비교가 안 되었다. 더욱이 텔레비전 방송은 올브라이트의 방북을 자막을 넣어 계속 재방송하면서 미 국무장관의 방북 사실을 강조했다. 국무부 관리는 북한의 이런 보도에 대해 “김정일이 북한의 대미 관계가 바뀌었다는 것을 북한 내에 전면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 개발 의혹에 대해서도 이 관리는 “핵 개발이 중단되었다는 아주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통해 제시된 북한의 조건부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제안도 미 국무부는 그 수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회원 가입 여부의 최대 관건인 테러 지원국 명단 삭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곧 ‘숙제’를 풀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클린턴의 방북이 성사되고, 테러 지원국이나 대량파괴무기 문제에 진전이 있을 경우 차기 공화당 정권의 대북 정책은 기존 공화당의 입장에서 큰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클린턴 임기 안에 차기 공화당 정권이 취할 대북 정책의 기본 성격을 규정하는 급진전을 이룰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페리 프로세스라는 궤도 하에서 움직이고 있고, 북한의 대미 관계 개선이라는 적극 공세에 큰 변화를 이룬 것이 사실이다. 차기 정권이 지금까지의 대북 관계 개선을 무위로 돌려버리기에는 변화의 폭이 너무 크고 속도 또한 빠르다.

    북한의 적극적인 국제사회 참여 움직임도 공화당의 일방적인 대북 정책 변화가 먹혀들기 힘들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대북 수교 움직임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진척되고 있고, 한미일 3각 협력(TCOG)에도 미국은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관계도 차기 공화당 정권이 대북 정책을 결정할 때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중국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중국은 북한의 속도 빠른 대미 접촉을 떨떠름하게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북한 미사일 중단 협조 제안은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 및 대미 정책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소연방 붕괴 이후 북한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던 러시아가 자국 경제 활성화의 주요 견인차의 하나로 북한 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결과적으로 미국을 적극 개입하도록 만든 것이다.

    부시 선거 캠프의 외교정책 참모들도 차기 공화당 정권이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으리라는 점을 이미 지적하고 있다. 부시 선거 캠프의 선임 참모였던 대런 쇼(Daron Shaw)는 지난 11월29일 연세대 국제연구소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부시 행정부가 외교정책에서 고립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며, 대북 협상에서도 고립주의를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공화당 정권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 동맹국들을 적극 지지하리라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부시가 선거 공약으로 고립주의의 원칙을 표방한 것은 사실이다. 함부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런 태도를 신고립주의라고 공격하고, 공화당은 코소보 세르비아 등 여기저기 끼여드는 민주당도 옳지 않다고 맞선다. 중동 평화 협상도 성급하게 서둘러 끼여든 클린턴의 졸작이었고,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11월 방북 길을 가로막은 공화당 보수세력의 주된 반박 논리는 평양 방문이 성급하다는 것이었지, 대북 관계 정상화의 원칙론 반대와 미 대통령의 방북 불가론은 아니었다.

    부시의 외교 참모이자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장이며 차기 정권 입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폴 월포위츠도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미 대화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94년 핵 위기 이후의 협상에서는 남한이 배제된 채로 진행되었다”고 전제하고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북미 대화는 한국과의 긴밀한 조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대북 포용정책의 근간은 건드리지 않는 발언이었다.

    문제는 펜타곤이다. 안보 논리를 내세우는 미국의 군사 정책은 공화 민주의 당파를 가리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국가미사일 방어(NMD) 구축의 좋은 구실이고, NMD는 공화당이 들이댈 수 있는 훌륭한 무기이며, 이미 부시는 NMD의 조기 구축을 공약했다. 북한의 미사일 현안이 안보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따라 차기 공화당 대북 정책의 바탕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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