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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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불가능은 없다’

  • 입력2005-05-27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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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불가능은 없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개미’ 등 최근 몇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모두 3D 애니메이션이다. 3D는 3Dimensional, 즉 ‘3차원’이란 뜻으로 실사영화처럼 입체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해 CG 애니메이션, 또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불린다. 전통적 기법인 셀 애니메이션처럼 일일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3D 애니메이션은 특수장비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동작을 만들어준다. 따라서 보다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면서 차가운 금속성의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95년 세계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의 등장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개념을 바꾸어놓았다. 애니메이션의 도구가 연필과 붓에서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으로 바뀌었고,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저마다 CG 애니메이션을 속속 발표했다. 할리우드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가운데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은 비주류로 밀려나고 있다.

    ‘토이 스토리’가 나오기 전까지 CG 애니메이션은 아무래도 질감이 차갑고 딱딱하며 섬세한 표정이나 동작을 표현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82년 실사영화에 CG를 합성하여 사이버스페이스를 표현한 디즈니의 ‘트론’이 무참히 흥행에 실패하자 사람들은 “CG는 영혼이 없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는 CG 애니메이션도 따뜻하고 사랑스런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사람들의 선입관을 바꿔놓았다. 이때부터 CG가 믿을 만한 이야기전달 매체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개미’ ‘벅스 라이프’ 등의 작품을 통해 구현된 CG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놀랍도록 섬세하면서도 웅장한 것이었다. 이들 영화는 얼굴표정과 물 등 자연물의 움직임을 성공적으로 재현해냈고 ‘개미’의 경우 우디 앨런이나 샤론 스톤 같은 특정 배우의 개성까지 연기하는 영혼 있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작년에 선보인 ‘토이 스토리’ 2편에서는 또 한번의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졌다. 피부와 옷감의 질감이나 음영, 인형 머리에 쌓인 먼지 등에서 섬세한 묘사력이 두드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CG 애니메이션은 친근한 것이다. ‘개미’의 캐릭터는 분명 아이들이 보기엔 흉측한 것이지만 컴퓨터게임의 CG 애니메이션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는 부담없이 ‘개미’의 이질감을 수용한다. 컴퓨터시대의 도래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산 3D 애니메이션들이 전세계적으로 개봉되고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 영상업계에서도 3D 애니메이션으로 비상구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2D와 3D의 장점을 절충한 ‘철인사천왕’이 극장에서 개봉됐으며, TV시리즈 3D 애니메이션 ‘붕가부’가 선을 보였고 ‘큐빅스’ ‘원더풀 데이즈’ 등의 작품이 현재 제작중이다. 영상업계 관계자들은 “CG로 만들어낸 3D 캐릭터가 30분 이상 등장하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할리우드와 우리나라뿐”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작중인 3D 애니메이션 가운데 TV시리즈 ‘큐빅스’는 시네픽스가 98년부터 총 60억원을 들여 추진중인 빅 프로젝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철저히 세계시장을 겨냥해 합작 형식으로 제작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시네픽스측은 지난해 말부터 ‘밉 아시아’(MIP ASIA) ‘냇피’(NATPE) 등 세계적인 견본시에 데모판을 출품해 호평받았다. 그 결과 국내외 유수 업체와 합작 및 배급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기획 제작은 시네픽스, 국내 마케팅 배급은 대원 C&A, 미국시장 마케팅은 ‘포케몬’ 배급으로 유명한 포키즈가 맡기로 했다. 포키즈측은 내년에 워너브러더스의 공중파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큐빅스’를 방영할 예정. 이렇게 되면 미국 공중파에 선보이는 최초의 한국 애니메이션이 될 것이다.

    ‘큐빅스’의 경우 무엇보다 캐릭터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돋보인다. 주사위(큐빅)를 활용한 디자인은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순수 창작물로, 따뜻한 감정과 함께 친숙한 느낌을 준다.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해외마케팅 채널을 확보하고 기획단계부터 캐릭터의 상품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한 점이 국내 3D 애니메이션 산업의 모범이 될 만하다. 시네픽스의 황상준 실장은 “국내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지만 기획력과 시나리오 구성능력이 떨어진다.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추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3D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인 트루엔터테인먼트의 이희석 대표는 미국의 ‘심슨 가족’ 같은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3D로 제작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3D 애니메이션에도 가장 필요한 것은 장인정신이다. 오랜 연구개발과 다각적 실험을 통한 노하우가 쌓여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CG 애니메이션이 모든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고 그는 말한다. 모든 새로운 시도와 방법은 결국 낡은 것이 되지만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3D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도 이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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